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직원들에게 직접 인터넷 여론에 개입하고 종교단체의 정부 비판 활동을 견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국정원 내부 자료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18일 공개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라는 제목의 국정원 내부 문건이 그것이다. 이는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2009년 5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2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원세훈 원장이 이같은 지시를 지속적으로 내린 사실이 확인돼 파문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지시·강조한 말씀' 내용 보니…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원세훈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부임한 이후 한 달에 한 번 꼴로 국정원장 주관의 확대부서장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는 국정원의 각 단위 부서장과 지역 지부장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세훈 원장이 핵심적으로 지시하고 강조한 사항은 문서로 정리돼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 게재됐는데, 그 내용이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진선미 의원은 "2009년 5월 15일부터 2013년 1월 28일까지 최소 25회에 걸쳐 게시된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자료는 국정원장이 △여론조작 시도, △'종북·좌파' 단체에 대한 대응 공작 지시, △주요 국내정치 현안에 적극 개입, △정권의 전위부대로 MB정부의 국정운영 홍보, △4대강 사업의 실질적 지휘 등을 지시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2010년 7월 19일 지시사항에 "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원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적시했다. 진 의원은 "이는 이번 대선에서 있었던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의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홍보전을 지시한 대목도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2011년 12월 16일 자료를 보면 "4대강 사업 후속관리와 좌파 언론 등에서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재해복구 비용, 물 확보 등 많은 이점을 감안해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할 것"이라는 지시가 내려져 있다.
2011년 11월 18일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한미 FTA 처리 문제도 정부여당에 대한 온갖 비난 기사가 실려 여론이 악화되고 난 후 수습하려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므로 치밀한 사전 홍보대책을 수립, 시행하는 업무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자료를 공개한 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이 불법적인 정치개입을 통해 국기를 문란하게 한 범죄를 저지른 정황과 의혹이 계속 드러나는 만큼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의 범위와 대상에 이같은 내용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드러나지 않은 추가적인 여론조작과 국내정치 개입은 없는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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