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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의 본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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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의 본모습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74> "투표한 손가락도 책임 느껴야"

무릇 모든 나라의 국민들에게는 자기들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가질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나라의 국민들은 자기들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가질 의무도 지니고 있다. 누군가 대통령이 되면서 군사 쿠데타나 유신이나 긴급조치 같은 강압적인 물리력을 부당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면, 대체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속임 당한 상태로, 선거과정에 국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공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해서, 이해가 다른 진영의 주장이 엇갈릴 경우 논란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이 나라에서는 2007년 대선에서도, 투개표 상의 부정이 없는 상태에서 이명박 씨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2012년 대선에서도 투개표 상에 문제없이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말하자면 두 사람 모두 이 나라 국민들 수준에 맞는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는 데 이의를 달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다.

물론 국민의 수준에 맞는 대통령이 된 것 만으로, 훗날 "이명박 씨가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였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틀림없이 뛰어난 대통령이 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세월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어 있다. 그렇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나와 있다. 특히 그에 대한 평가는 다른 대통령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나온 듯하다.

이명박 씨 본인은 퇴임하면서 "나는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한 대통령"이라 했고, "지난 5년은 가장 보람되고 영광된 시간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 말 그대로 믿을 수 있게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가 다 아는 일이다. 언론 자유로 상징되는 민주주의를 파탄 냈고, 서민경제를 파탄 냈으며, 남북관계를 이 모양 이 꼴로 까지 파탄 내놓은 게 그의 5년이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권을 사적(私的) 이권(利權)으로 알고 주물러 댄 게 그의 5년이었다.

이상득 사건이며 최시중 사건이며 박영준 사건이며 다 그런 것들 아닌가. 수상한 동기부터도 그렇지만,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이 판을 친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숱한 토목공사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통치'행위를 하면서 이명박 씨 만큼 검찰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한 대통령도 별로 없다. 밉거나 말 안 듣는 쪽은 쫓아가 마구 물도록 했으며, 사람 '잡아넣고 풀어주고'를 자의적인 잣대로 밀어 붙인 것 모르는 사람 별로 없다.

심지어 검찰총장이 사건을 보고 받을 때마다 "어느 쪽이 우리 편이냐"를 묻곤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을 죽게도 했다.

MB 정권 5년이 숱한 비리로 얼룩져 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MB 다운'사건도 바로 검찰 쪽에 얼굴을 묻고 있다. 필자는 '얼굴을 묻고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이 나라 언론의 '협조'로 묻혀있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나라가 들썩 거릴 만큼 크게 보도되고 추적되어야 할 사건이었다. 일부 언론에 의해 그냥 일과성(一過性) 보도가 되는데 그치고 만 사건이었다. 2011년 12월 15일 일어난 '퇴직 검찰총장의 현직 대통령 협박사태'가 그 사건이다.

이날 김준규 (당시) 전 검찰총장은 자청해 기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검찰총장 재직 때 한 로비스트의 소개로 이국철 SLS회장을 만나 로비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대해 해명을 하는 자리였다. 현직 검찰총수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피고인을 만난 것을 놓고 그는 '민원'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총장으로서 상황 판단을 하기위해 만난 것인데 로비를 받은 것처럼 몰아세우면 내가 너무 '올라온다'"고 불만을 쏟아 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그 자리에서 '폭탄'을 터뜨린다. "내가 열 받아서 (총장 때 일을) 다 까버리면 국정 운영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마디로 나 '귀찮게' 하지도, '손 댈' 생각도 하지 말라는 폭탄선언이었다. 김준규 씨의 검찰총장 재임기간은 특히 MB정권의 온갖 냄새 나는 사건들이 검찰에서 다루어지고 있을 때였다. 한상률 국세청장 수사, 민간인 불법사찰, 에리카 김 면죄부 등도 그런 사건들이었다. 그런 사건들의 밝힐 수 없는 내막을 다 알고 있다는 으름장이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준규 씨의 발언이 당시 정권과 검찰에 대한 경고내지 협박이라고 보았지만, 말은 바로 할 필요가 있다. 국정운영의 주체이면서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그의 말은 누가 뭐래도 당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협박이었음이 분명했다. 이 기막힌 사태 앞에서, 희한하게도 대통령은 그런 협박을 당하고도 입을 다문 채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수사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았다.

김준규 씨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삼고자 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꼬투리들'이 어떤 것들이고 얼마나 되는지 우리 같은 민초들로서는 알 길이 없다. '퇴직 검찰총장'과 협박받은 '현직 대통령'만이 알고 숨겨둔 내용이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이명박 정권·이명박 대통령의 본 모습을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낸 사건이 되었다. 물론 그 사건은 국민을 능멸한 범죄였다.

▲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본 모습을 나타내는 사건은 너무나도 일찍 얼굴을 내 밀었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부터였다. '박정희 신봉자'이면서 극단적 극우 성향의 편향된 우격다짐 논리를 써대던 윤창중 씨를, 그것도 대변인으로 임명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본 모습을 짐작케 하는 인사전횡은 시작되었다. 물론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자기 방식대로의 통치나 정치를 하기 위해, 자기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필요한 자리에 앉히는 인사발령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쉽게 말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자리다. 따라서 국민들이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인사를 해가는 게 순리다. 초장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는 인사들이 그녀 곁으로 속속 불려갔다. 윤 씨 말고도 "5·16 쿠데타는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역사왜곡 발언을 서슴지 않던 교수, 박정희 씨의 총애를 받던 정치인의 아들, 유신헌법을 기초한 인사의 사위도 인수위원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어 발표된 장관급 인사를 보면 그녀가 나라를 이끌고 가고자하는 방향과 소신과 고집이 그대로 배어 나온다. 아버지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던 인사,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박정희 식 압축성장'의 밑그림을 그리던 인사, 박정희 정권에서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역임한 인사의 아들, 5·16 쿠데타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교육부문 고문으로 교육정책 수립에 기여한 인사의 아들 등 박정희 씨 색깔이 짙은 인사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휴대폰 고리에 박정희 씨 내외의 사진을 매달고 다니던 전직 4성장군도 장관으로 내정되었다. 물론 휴대폰 고리 사진만으로 장관에 내정된 건 아니었겠으나, 그는 허위 재산신고 의혹 등 30여 가지의 구린내가 난다고 말들이 많았다. 주목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련의 인사가 '박정희 시절로의 회귀나 박정희 씨의 복권'을 염두에 둔 건 아닌지 하는 국민들의 불안한 눈빛이다.

지난 해 여름이던가, 오랫동안 박근혜 당시 후보의 개인 변호사 역할을 해온 김재원 의원이 기자들에게 밝힌 이야기가 있다. "박근혜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복권"이라 했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이게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아닌가"하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박정희 사단이나 박정희 통치방식의 복원작업'일 수 있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건 그야말로 작은 일이 아니다.

다 알다시피 5·16은 불법 군사 쿠데타였다. 10월 유신과 인혁당 사건과 긴급조치 등은 박근혜 대통령도 잘못임을 시인하고 사과한 사태들이다. 그런 박정희 씨에 대한 향수를 부추기면서 추종작업이 혹시라도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건 막아야 한다.박정희 씨의 사전에 언론자유나 민주주의는 없다. 그가 총칼로 밀어붙이며 외쳐대던 '국론통일(國論統一)'의 구호 속에 대화나 타협이나 협상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대통령이 된 그의 딸이 "(내가 밀어 붙이는 정책은)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일수불퇴(一手不退)식 인사가 소신으로 둔갑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우리는 보고 있다. '박근혜 스타일'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은 다름 아닌 박정희 씨가 원조인 한국형 군사문화 방식이다. 군사문화는 승리를 전제로 한 문화다. 군사문화에서 패배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 게 박근혜 대통령의 본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대통령을 뽑아놓고 얼마가 지난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투표한 손가락을 잘라내고 싶다고 농담을 한다. 관련해서, "앞으로는 손가락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좋은 대통령을 가지려면 (손가락 탓 같은) 핑계만 댈 일이 아니라 국민들 스스로도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해가야 할 대목이다.

※ 필자는 지난해 대선 전 한 후보의 캠프에 합류하면서 '공정한 글을 쓸 자신이 없어' 스스로 칼럼을 중단했었다. 여기에 개인적 사정까지 겹쳐 5개월여 만에 다시 펜을 든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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