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장 수여 시기를 청와대가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도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후보자들 가운데, 야당의 '부적격' 판단에 부딪혀 해당 상임위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두 사람에 대해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14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김병관 후보자는 군 내부 통솔을 가질만한 리더십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여론의 흐름을 봐야 한다"며 임명 강행에 대한 우려를 토로한 데 이어 15일에는 김성태 의원과 조해진 의원이 입을 열었다.
김성태 "무리해서 김병관 임명해야하는지 회의적"
재선의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꼭 무리해서 (김병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 언론이나 야권에서 제기했던 의혹들이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졌고 본인도 일부 인정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김 내정자가 본인의 거취를 놓고 기자회견을 한 것도 현명한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원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로 끝난 뒤인 지난 12일,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차 피력한 바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도 그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의 자생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받았다"며 "현 후보자가 보여준 자질이나 역량, 비전이 새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에 대한 기대에는 여러모로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야당의 '부적격' 의견에 어느 정도 동감하고 있음을 피력한 것이다. 14일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현오석 후보자를 놓고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적격' 판단을 내렸으나,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조해진 "국방장관 오래 비워두는 것에 대한 국민 불안, 무시할 수 없긴 한데…"
친이계로 분류됐던 조해진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병관 후보자는) 이번 발탁과 청문회 과정을 통해 군 내부에서도 신뢰가 많이 균열이 간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만약 (청와대가) 그대로 임명을 하신다면 본인이 정말 특단의 (조치로)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회의적 의견을 피력했다.
일찌감치 '문제 장관 용퇴론'을 주장한 바 있는 조해진 의원은 "한 번 대장이면 영원한 대장인데 그런 국민들의 정서와 공유가 안 되고 60만 대군의 통솔자로서 자세가 돼 있는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어 스스로 사퇴하고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그런데 한편으로 북한의 전쟁위협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이 분을 사퇴시키고 자리를 오래 비워두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조 의원은 또 대형로펌 '김앤장' 출신으로 공정거래위원장에 발탁된 한만수 후보자를 놓고 "본인이 몸 담았던 로펌이 대기업 사건을 주로 맡아 그쪽 입장을 변론해왔는데, 공정위는 대기업을 감찰하는 기업검찰 비슷한 것으로 반대의 입장에 서는 것인데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가 제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 "김병관-현오석 붙들고 가면 국정에 큰 짐만 지는 것"
민주통합당은 두 후보자의 임명 저지에 총력을 다하려는 분위기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여당과의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되면서 스텝이 꼬인 민주당은 초대 내각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예상 외의 저조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김병관 후보자를 놓고는 "깜짝 놀랄만한 제보가 있다"면서 청문회의 필요성조차 부인했던 민주당이지만, 정작 청문회에서는 이미 제기됐던 의혹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현오석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마찬가지였다.
'결정적 한 방'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김병관·현오석 두 후보자의 임명은 안 된다는 목소리는 날로 높이고 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안보 위기 상황에서 장성들이 골프를 치는 등 골프장 벙커에 빠진 군기를 세우려 '골프장 김병관'을 보내느냐"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설훈 비대위원도 "현오석 후보자는 무소신·무능력·무책임·무리더십의 '4무(無)'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 "김병관 후보자도 그렇고 결격인 현 후보자까지 붙들고 가면 박 대통령은 국정에 큰 짐만 지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청와대는 두 사람에 대한 임명을 다음주 이후로 미룰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두 사람 모두 장관직 수행에 하자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지만, 임명 강행을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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