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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케어, 여전히 방향 못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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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케어, 여전히 방향 못 잡았다

[기고] '파편화된 사회 서비스' 문제 해결 못 했다

드디어 올해 사회복지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과 논란을 일으켰던 문재인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정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8월로 예정되어 있다가 계속 연기되어 왔던 '커뮤니티 케어 종합계획'이 우선 노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안)'으로 발표됐다. 이번 계획이 이전에 발표된 내용에 비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을 일부 담고있기는 하지만 정책 계획으로서 명확한 방향성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이 계획에서 문재인 정부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최대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제공기반 구축을 포용국가의 비전을 위한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연계의 4대 핵심요소를 내세우고 있다.

주거에서는 어르신 맞춤형 케어안심주택, 낙상예방 등을 위한 주택개조 등을, 건강의료에서는 주민건강센터를 중심으로 건강관리를 제공하고, 다양한 방문의료, 건강관리 및 예방, 퇴원환자 지원 등을, 요양돌봄에서는 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를 확대하고, 이동서비스나 보조기기 지원 등의 서비스와 종합재가센터 설치 등을, 서비스연계에서는 읍면동에 케어 안내창구 신설과 시군구에 민관협력의 지역케어회의 등을 계획에 담고 있다.

연기 끝에 발표된 '기본계획', 여전히 불명확한 방향성

이러한 계획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주택개조, 방문의료, 이동서비스나 보조기기 등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과 주민건강센터, 종합재가센터, 지역케어회의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우선 서비스를 확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대상자별로 새로운 서비스가 잔뜩 나열되었던 지난 7월의 '커뮤니티 케어 추진방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정리가 되었다. 물론 이번에는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계획이므로 덜 복잡해 보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 부족한 서비스가 무엇이어서 어떤 서비스가 보강되어야 하는지를 고심한 흔적도 보인다.

하지만 커뮤니티 케어 정책에서 더욱 핵심적인 것은 이러한 서비스들이 어떻게 필요한 사람에게 통합적으로 제공되어서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을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서비스야 지속적으로 차근차근 확대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모두 다 따로따로 운영이 된다면 '통합 돌봄'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이전에 사회서비스를 다룬 시리즈에서(바로가기 : 연속 기고- 사회서비스 10년, 또 다른 10년을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서비스의 가지 수만 200여개에 이르지만 제대로 보장되는 것은 없는 파편적인 체계임을 지적한 바 있다. 각각의 서비스의 운영기관, 담당자, 자격기준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 이용한다기 보다 이에 대한 '정보'가 있는 사람이 혜택을 보는 상황이다. 더 도움이 필요하고 절박할수록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려울테니 본질적으로 역진적인 체계인 것이다.

주민건강센터, 종합재가센터, 지역케어회의...통합의 중심은?

그런데 이번 계획에서도 이름에는 '통합 돌봄'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주체만 주민건강센터, 종합재가센터, 지역케어회의 등으로 또다시 나누어져 있다.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료, 보건, 복지, 주거가 종합적으로 주어져야 하지만 그 '통합 돌봄' 계획에서 조차 의료는 주민건강센터, 요양은 종합재가센터로 나누어져 있고, 서비스를 연계한다는 '지역케어회의'는 이러한 센터들을 모두 포괄한다는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내용상으로 보면 보건지소가 기능전환을 하는 주민건강센터는 보건소 중심이고, 종합재가센터는 주로 광역 지자체에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의 직영기관이다. 시군구 기초지자체에 설치되는 지역케어회의에는 기존의 서비스 기관과 장기요양보험을 운영하는 건강보험공단 등도 참여하여 '통합 돌봄'에 핵심으로 보이지만, 정작 계획에서 주민건강센터와 종합재가센터가 핵심 인프라라고 하니 이 '통합 돌봄 기본계획(안)'에서 도대체 그 '통합'의 중심이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다.

이는 단지 '통합'의 중심이 없다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핵심적인 문제가 파편화된 체계라는 것은 단지 서비스만 파편화된 것이 아니다. 사회서비스가 보장해야 할 돌봄 문제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도, 질 수도 없는 체계라는 문제를 갖는다. 즉, 노인이 제대로된 돌봄을 받지 못해서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장 받지 못하고 원치않는 시설입소로 귀결되거나 방치되는 상황에 대해서 장기요양보험만 운영하는 건강보험공단도, 나머지 노인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지자체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 하나가 온전히 책임질 수도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렇게 공적인 책임이 성립되지 않는 구조 아래에서는 결국 책임있는 제도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아무도 온전히 책임질 일이 없으니 각자가 적당히 하면 유지가 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이러한 공적인 책임문제를 해소하고 있기 보다는 시군구 마다 설치되는 종합재가센터를 직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이 또다른 책임의 분절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이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 문재인표 사회서비스공단, 정치적 책임은 누가 지나?).

파편화된 사회서비스, 통합은커녕 책임있는 제도발전도 어려워


이렇듯 문재인 정부가 오랜 기다림 끝에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안)'이 '통합'의 방향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통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모양이 된 원인은 책임 있는 정책적 결정을 내리지 않고, 각기 각층의 방안을 모두 섞어 놓은 탓이다.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었을 때 이를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명확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지 않고 그냥 다 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절충했다.


사실 이 계획에서 언급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가 발달한 어떠한 나라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가 없는 분절적 체계가 만들어진 원인은 바로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접근에 있다. 정부가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결정을 하거나 방향을 설정하지 않고 계속 새롭다고 하는 제도나 서비스를 덧붙여왔던 결과인 것이다. 정부에서 이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에서 조차 이러한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사회 수준에서 그 통합의 중심은 기초 지자체가 되어야 한다.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주체는 그 어떠한 위탁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예산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방정부가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을 보장하는 문제인 만큼 광역이 아닌 기초단위의 지방정부가 주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로 커뮤니티 케어의 선진국 사례로 등장하는 일본이던, 영국이던 모두 우리나라 기초단위에 해당하는 지자체 중심으로 체계가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책임있는 방향설정이 안될수록 커뮤니티 케어 실현은 멀어질 것


어찌 보면 이 계획에서 밝히고 있듯이 커뮤니티 케어라는 정책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구축되어 가야하는 만큼 이 한 번의 계획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실질적인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모델은 내년에 12개 시군구에서 진행되는 선도사업을 통해서 비로소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책임있는 정책적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래서 방향조차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한다면 그만큼 지역사회에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포용국가의 비전을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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