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시범철거 대상인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10개를 동시에 폭파해 철거하면서 남북 군사분야 합의 이행에 더욱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북한은 남북 합의에 따라 애초 철거대상 11개 가운데 보존대상 1개를 제외한 10개 GP를 이날 오후 3시부터 4분 만에 동시에 폭파했다. 지난 15일 쇠망치로 상부 시설물을 철거하던 GP까지 폭파 방식으로 완전히 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GP 전체를 요새화한 우리와 달리 북한은 GP와 부속시설 건물을 따로 설치해놨다. 북측 GP는 중앙감시초소와 지하시설이 한 건물이고 그 옆으로 병영시설 등 부속시설을 두는 방식으로 건설됐다.
우리 측은 DMZ의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굴착기를 동원해 콘크리트로 견고하게 설치된 GP를 파괴하고 있다. 10개 GP 철거 작업이 현재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북한이 쇠망치를 이용해 GP를 철거하던 방식에서 TNT 폭약을 이용해 동시에 파괴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처럼 굴착기 등을 동원할 여력이 안 됐거나 철거작업 일정을 앞당기고자 폭파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부 군 관계자들은 이행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종의 '폭파' 퍼포먼스를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GP 시범철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안다"면서 "합의사항 이행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 방 터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 당시에도 11월 말까지는 무조건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GP 10개를 동시에 폭파해 철거한 것은 그만큼 이행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남·북·유엔사는 남측 GP를 완전히 철거하면 3자 협의체 회의를 속개해 상호 검증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때 북측이 지하시설까지 완전히 파괴했는지를 꼼꼼히 점검할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북은 GP 시범철거와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공동 유해발굴지역 지뢰·폭발물 제거 등 다른 합의사항도 속속 이행 중이다.
JSA 남북지역 초소, 병력, 화기는 지난달 25일부로 모두 철수했다. 이틀 뒤에는 남·북·유엔사 3자 공동검증 작업도 끝냈다. 현재는 기존에 설치했던 감시장비 조정 및 신규 설치와 경비(민사경찰) 공동근무수칙 제정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이달 중에 이런 작업이 완료되면 민간인과 관광객 등은 민사경찰의 안내를 받아 남북지역을 자유 왕래할 수 있게 된다.
DMZ 내 공동 유해발굴지역에 대한 지뢰·폭발물 제거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 측은 지난 19일 기준으로 지뢰제거 지역인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 9구를 발굴해 수습했다.
내년 4월 1일부터 시작할 공동유해 발굴작업을 위한 전술도로(최대폭 12m) 개설 작업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오는 22일 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관통해 남북지역을 상호 연결할 예정이다.
지난 1일부터 적용된 지·해상·공중 적대행위 및 중지 합의사항도 정상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접적지역 지상과 해상에서 대규모 군사훈련 및 포사격 훈련이 중지됐고,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포문을 폐쇄했다.
한미는 공중적대 행위 금지구역 설정에 따라 주한미군의 훈련 공역도 남쪽으로 내려 조정하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이달 말께는 판문점과 DMZ 일부 구간에서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화해와 평화' 장면들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