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36개월 합숙', 또 다른 징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양심적 병역거부자 '36개월 합숙', 또 다른 징벌?

국방부,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 논란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제를 2019년까지 도입하라고 판시한 이후 복무의 구체적 방식을 놓고 논란이 되는 가운데, 정부는 36개월 복무를 골자로 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국방부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 복무제 도입방안 검토' 자료에서 대체 복무제의 기간으로 36개월을 1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병사 복무기간의 2배에 해당한다.

36개월 안을 마련한 이유에 대해 국방부는 산업기능요원(34개월)과 공중보건의사(36개월) 등 다른 대체 복무자들과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 복무제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역 복무 기간에 비해 2배가 더 긴 대체 복무 기간은 대체 복무자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는 이같은 인식을 여러 차례 보인 바 있다.

지난 1999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대체 복무자에게 현역 복무 기간의 2배를 명령한 프랑스의 제도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2003년 현역 복무의 2배였던 에스토니아의 대체 복무 기간에 대해서는 "징벌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대체 복무제를 도입한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대체 복무자가 현역 복무 기간의 1.5배 정도를 복무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18개월 기준의 1.5배인 27개월 복무를 2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36개월과 27개월의 중간 선인 32개월이나 30개월 등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복무 기관으로는 교정시설(교도소)로 단일화하는 것이 1안, 교정시설과 소방서 중에 대체복무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2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중 교정시설로 단일화하는 1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무 형태는 합숙을 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43명은 국방부 앞에서 밝힌 발표문을 통해 "그동안 병역거부자들은 병역법 위반으로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을 선고 받고 감옥에서 강제노역을 해왔다. 교정시설에서의 대체 복무 업무는 기존에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서 해왔던 노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저희가 해온 일을 미루어 추측해보면 교정시설의 대체 복무는 교도관들의 바쁜 일손을 거들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사회 공공성을 강화하거나 대안적인 안보나 평화를 지키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대체 복무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심사하는 심사위원회를 어디에 둘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심사위원회를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1안으로, 복무 분야의 소관 부처 소속으로 두는 방안을 2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역 복무자는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대체 복무 심사는 군으로부터 독립적인 민간 행정에서 해야 한다"며 "대체 복무제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국무총리실에 심사위원회를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예를 들어 의무경찰이나 의무소방의 경우 경찰청이나 소방청에서 선발한다. 그런데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 복무자는 군에서 복무하는 것도 아닌데 왜 국방부가 이를 심사하는 것인가. 제도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14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등과 함께 아메드 샤히드 유엔 종교·신념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데이비드 카예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에게 정부의 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논의 중인 대체복무제 안은 헌법재판소,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상 '징벌적 대체복무제'"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유엔에 △비전투적이고 민간(civillian) 성격이며 징벌적인 성격이 아닌, 유엔 인권기구의 권고에 부합하는 대체 복무제 도입 △대체 복무 기간은 군 복무 기간과 비슷해야 하며 그보다 길게 설정하려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이유에 근거할 것(최대 1.5배를 넘어서는 안 됨) △대체 복무 신청과 심사는 군과 완전히 분리된 민간 행정 관할 △다양한 형태의 대체 복무 마련 △군 복무 중 병역거부권 인정 등을 한국 정부에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국방부는 대체 복무제 실무추진단과 자문위원회 등에서 제시한 안을 기반으로 올해 안에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 2020년 1월 1일부터 대체 복무제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