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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출신 서울청장, '국정원 댓글' 수사 라인 교체…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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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출신 서울청장, '국정원 댓글' 수사 라인 교체…왜?

권은희 수사과장 전보…민주당 "경찰, 수사 의지 없는 것 아니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일선 수사과장이 인사 조치돼 논란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경정 직급 32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4일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을 송파경찰서로 전보 조치했다. 신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는 임병숙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이 임명됐다. 권 수사과장은 사건 인수인계를 위해 12일까지 협동 근무를 할 예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번 인사 조치가 경찰서 과장급의 경우 보통 1년 넘게 근무하면 근무지를 바꿔준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다른 고려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당면한 최대 현안의 핵심 현장 지휘관을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을 떼게 만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 김 씨가 사용했던 16개 아이디 중 5개 아이디를 제3자가 사용했다는 의혹이 추가된 상황에서 수사과장을 전보 조치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이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권은희 수사과장이 '국정원 직원 불법선거 운동 혐의 의혹' 관련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전보 조치의 인사권자는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이다. 김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 19분에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국정원 직원 수사와 관련해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졸속 발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 김 청장은 "수사 결과가 빨리 발표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수서서장의 의견을 물어 협의 후 결정했지만 결정에 대해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이와 관련,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시기상으로 경찰이 밤 11시에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한 적은 역사상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행정고시-국정원 출신이며, 경북고-영남대를 나온 전형적인 T·K(대구·경북) 인사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속하기도 한다.

이번에 전보 조치된 권 수사과장은 지난달 3일 오전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16개의 아이디를 만들어 269개의 게시글에 288차례에 걸쳐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추천 또는 반대를 표시했다"고 브리핑을 했었다. 경찰 주변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강하다는 말을 듣던 인사다. 권 수사과장의 이러한 '저돌성' 때문에 경찰 수뇌부의 심기가 불편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은 지난달 3일 권 수사과장의 브리핑이 있은 후 의혹이 증폭되자 오후 2시 30분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 서장은 당시 "(국정원 직원) 김 씨가 특정 사이트 2곳에서 글을 올린 흔적은 있었지만 대선이나 정치, 시사와 관련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진화했다.

이 서장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를 통해 국정원 직원 김 씨가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는 글을 쓰거나 이명박 대통령을 칭송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서장은 지난달 31일 간담회를 통해 "해석하기에 따라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이러한 글을 쓴 사실을 지난달 3일 알고 있었다고까지 했다. "대선이나 정치, 시사와 관련된 (글) 내용은 아니"라는 취지의 브리핑을 할 때 야당 후보 비판 글을 쓴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경찰 수뇌부가 '댓글 흔적 없다→정치적 목적의 글이 아니다→정치 글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식으로 계속 말을 바꿔왔던 것이다.

민주통합당 문병호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지난주 경찰청에 항의 방문을 갔을 때 수사 책임자를 바꿀 것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권은희 과장이 전보됐다"며 "경찰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동철 비대위원도 "(인사권자인) 김용판 서울청장은 이 사건 수사라인에서 손을 떼고 경찰 또한 김용판 청장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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