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10년도 예산안 단독 처리 수순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예결위 회의장이 민주당에 의해 점거된 상태에서 한나라당은 자체 수정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자체 예결위'를 가동해 21일에도 심사를 이어갔다.
계수조정소위 구성에 동의하지 않은 민주당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동을 통한 해법을 주문하며 예결위 회의장을 닷새째 점거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여권이 사실상 3자회동 철회로 가닥을 잡은 만큼 한나라당의 강행처리와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로 인한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연말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이 계수조정소위 구성의 사실상 마지막 날이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편성될지도 모를 위기상황에 봉착했다"며 "민주당의 점거농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금년 내에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예산부수법안을 마무리 짓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연내 처리'를 방침을 천명했다.
한나라당 소속 위원들인 심재철, 김광림, 김성식, 이군현, 박민식, 서상기, 나성린 의원 등 7명은 이날 정책위의장실에서 예산안 검토에 착수하며 이례적으로 회의 장면을 공개했다.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들은 이날 교육과학기술위, 문화관광체육위, 농림수산식품위 소관 예산을 검토한다.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전날 밤 11시까지 심사를 했고, 오늘 10시부터 자체 독자 검토를 하고 있다"며 "보통 계수소위가 구성되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날밤 새서 눈에 쌍불을 켜고 하면 8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는 예산안 처리 디-데이가 최소한 30일 이후가 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한데다 밀어붙이기에 실패해 준예산을 편성할 경우, 거센 역풍에 부딛힐 것이어서 현재는 28-29일 예결위 처리, 30-31일 본회의 처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수석부대표 회담을 통해 29일부터 사흘간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그 전에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심 위원장의 말은 그렇지만, 계수조정소위 심사는 밤을 새우면 더 앞당겨서 끝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예산 처리 당시에도 한나라당은 계수조정소위를 단독으로 운영했다. 12월 13일 하루 동안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예결특위를 일방적으로 통과시켰고, 역시 같은 날 본회의에서도 일부 친박연대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실상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이 점거하고 있는 예결위 회의장을 피해 회의 장소를 변경 고지해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협상을 재촉하며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 그는 "여야가 끝까지 협상도 하지 않고 직권상정 문제를 놓고 다투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역대 국회의장이 예산안을 직권상정한 전례가 없지만, 한나라당은 정부 원안 직권상정에 대비해 수정안을 마련중이다. 직권상정을 하지 않더라도 김 의장이 질서유지권 등을 발동하고, 본회의 일정을 결정하는 등, 한나라당의 예산안 처리를 도와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당정청 회동에서 한나라당이 돌격 명령이라도 받아온 것 아닌가. 이제는 '계수조정소위도 필요없다'고 한다"며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 움직임을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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