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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님, 노벌레와 빨판상어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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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님, 노벌레와 빨판상어 조심하세요"

[해림 한정선의 천일우화(千一寓話)]<14>

북극해의 거대한 그린란드 상어에게 빨판상어와 노벌레가 찾아왔다.

"저는 본래 따뜻한 곳에서 삽니다. 상어님께서 북극해의 제왕이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상어님께 도움을 드리고자 먼 길을 왔습니다."

빨판상어는 바다거북과 바다사자의 안내를 받아 먼 길을 왔으며, 비록 몸은 작지만 정신만큼은 상어이니 부디 받아달라고 청했다.

"너희들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냐?"

상어는 뜬금없는 일이라는 듯 눈을 끔벅였다.

"바다 멀리까지 살펴보시려면 상어님의 주변이 깨끗해야 합니다. 아랫배에 붙어 있게 해주시면 몸 주변을 청소해드리겠습니다."

빨판상어는 자신이 가진 빨판의 유용함과 날쌘 청소 능력을 설명했다. 물벼룩들이 성가셔 몸 청소를 하고 싶던 상어는 빨판상어에게 자신의 아랫배를 흔쾌히 내주었다. 이번에는 노벌레가 꼬리를 하늘거리며 상어의 눈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저는 상어님을 평생 배불리 먹일 수 있습니다."
"실 같은 몸을 한 벌레가 감히 나를 조롱하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냐."


상어는 가소로운 눈빛으로 노벌레를 바라보았다.

"상어님이 저를 곁에 두시면 고생이 끝나십니다."

노벌레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네 허풍이 도를 넘는구나."

상어는 귀가 솔깃해졌으나 이내 톱니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화를 냈다.

"제 불빛은 수많은 물고기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답니다. 심해의 캄캄한 밤에는 이 빛이 더욱 환할 겁니다. 넓은 자리도 원치 않으니 눈가를 쪼끔만 내어주세요."

노벌레가 몸에 푸른 불을 켜고 말했다. 빛을 본 상어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먹이를 삼키고 삼켜도 허기가 졌던 상어는 평생 고기를 배불리 먹여 준다는 노벌레에게 자신의 눈가를 허락했다. 노벌레가 상어의 눈가에 꼬리를 찰싹 붙이고 불을 켜자, 물고기들이 상어의 입 주위로 달려왔다. 상어가 섬처럼 떠 있기만 해도 물고기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먹이가 넘쳐난 상어는 고기를 흘리곤 했다. 빨판상어가 그 고기토막들을 말끔하게 먹어 치웠다.

"제가 상어님 눈동자 속으로 들어가 있으면 더 큰 물고기들이 올 텐데. 들어가도 될까요?"
"그렇게 해."


노벌레의 속삭임에 상어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상어는 갈수록 게을러져 잠만 잤고, 노벌레는 상어의 망막까지 파먹었다. 오래지 않아 상어는 눈이 멀었다.

ⓒ한정선

박근혜, 노벌레와 빨판상어 조심하기를…

그린란드 상어는 북극해와 북대서양 깊은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이 상어의 80%는 앞을 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몸에서 빛을 내는 요각류(橈脚類) 기생충이 상어의 각막을 갉아먹기 때문이지요. 이 기생충은 자신을 먹이로 하는 물고기들을 상어에게 유인해 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린란드 상어는 자신의 각막을 내어주고 먹이를 쉽게 얻는 셈입니다.

부와 권력. 이에 대한 욕심이 생긴 자리에, 잠든 권력의 주변에 노벌레와 빨판상어 같은 이들이 모여들어 설칩니다. 그 인간의 망막을 파먹고, 그리하여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멀게 합니다. 눈먼 정치는 세상을 썩게 만듭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를 시작으로 조만간 장관과 차관도 임명합니다. 노벌레와 빨판상어를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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