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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 없는 문재인 VS 거북이 행보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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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 없는 문재인 VS 거북이 행보 박근혜

대선 후 승자와 패자의 대조적 행보…왜?

뒤바뀌었다. 승자는 매사가 조심스럽고, 말이 없다는 패자는 거칠 것이 없다. 박근혜 당선인과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얘기다.

비록 3%포인트라는 작은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선에서 진 후보가 외국을 나가 한동안 모습을 감추는 것이 '관례'였던 것과 비교하면 돌아온 '문재인 의원'은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머쥔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박근혜 당선인의 '거북이 행보'는 선명하게 대조적이다. 물론 인수위 구성 작업이 한창이고, 신년사도 내놓았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대선 후 행보만 놓고 보면, 위치가 뒤바뀐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LTE 속도로 회복 중인 문재인, 한진重 노동자 빈소 찾고 광주·봉하마을까지

문재인 의원의 회복 속도가 'LTE급'이다. 대선 패배의 충격이 일주일 여 지난 후인 지난해 12월 27일부터 대외 행보를 시작했다. 부산을 찾아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故) 최강서 씨의 빈소를 방문했고, 30일에는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았다. 무등산에도 올랐고, 광주지역 원로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묘역에 참배했다. 혼자도 아니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노무현재단 회원 1000여 명이 함께 섰다.

거침 없는 것은 메시지에서 더 하다.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하는가 하면(12월 27일), 광주를 찾아서는 "죽음에서 부활한 광주의 정신처럼 우리의 희망도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특히 문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안에 대한 논평은 물론이고 다양한 풀이가 가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3일에는 새해 예산안과 관련해 자신의 공약이기도 했던 "학교 비정규직 11만 명을 호봉제로 전환하는 예산 808억 원이 전액삭감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의원 트위터 ⓒ프레시안



"가끔 우리는 닫힌 문만 너무 오래 봐 열린 다른 문 보지 못해" 무슨 뜻일까?

이에 앞서 2일에는 "하나의 행복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그 닫힌 문만 너무 오래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있는 다른 문을 보지 못한다"는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해 분분한 해석을 낳았다. 그는 "비관주의자들은 별의 비밀을 발견해낸 적도 없고 지도에 없는 땅을 향해 항해한 적도 없으며 영혼을 위한 새로운 천국을 열어준 적도 없다"는 동일인의 말도 함께 적었다.

문재인 의원 측은 "대선 패배로 상심한 지지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말과 행동은 민주통합당이 현재 처한 상황과 함께 놓고 보면 비주류 측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통합당은 한 고개를 넘을 때마다 매번 주류와 비주류의 의견 차이가 도출되고 있다. 비록 지난해 말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노세력이 표 대결에서 패했지만, 새 지도부를 뽑아 당이 정상화되기까지 이런 내부 갈등은 몇 달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문 의원이 새해 첫날부터 지지자들을 이끌고 봉하마을을 찾고 함께 떡국을 먹으며 결과적으로 세를 과시했으니, 비주류 측에서는 "패배를 반성하고 있는 것이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문 의원이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한 것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둘러싼 당내 논쟁과 연결지어 해석될 소지가 충분하다. 그 가능성을 몰랐다고 하기엔 대선 후보까지 한 사람이 아마추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알았다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스스로 무게를 싣는 셈이다.

물론 문 의원의 '말'에 정치적인 내용만 있는 것도 아니다. 변양균 전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간 <어떤 경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를 추천하고, 이성무의 <조선시대 당쟁사 1,2>를 읽고 소감을 적는가 하면, 폭설에는 "어딜 갈까 말까, 망설임을 없애주는 기분 좋은 유폐"라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깜짝 카드' 윤창중에게 발목 잡힌 박근혜, "어떻게 하면 좋을까"

▲ 거북이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당선자ⓒ뉴시스
더 재밌는 것은 이처럼 논란이 중심에 서 있는 문재인 전 후보와 비교해 박근혜 새누리당 당선인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유례없이 해를 넘겨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만 더디게 임명됐을 뿐, 인수위원들의 면면이 나오질 않으니 첫 회의 날짜조차 명확하지 않다. 18대 대선의 승패가 결정된지 3일로 보름 째인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인수위에서 당췌 '뉴스'가 안 나오니, 야권 기사가 선거 이후에 더 주목을 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이런 거북이 걸음은 좋게 말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해 폐쇄적인 박근혜 당선인의 리더십 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다. 인선 발표를 하는 윤창중 대변인이 기자들 앞에서 봉투를 뜯었다는 얘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선인의 첫 인선이었던 윤창중 카드가 실패로 끝나면서 커진 정치적 부담도 이런 흐름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종의 '깜짝 카드'였던 윤창중 수석대변인의 과거 언행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야권은 허니문 기간을 집어던졌고, 여권 내에서도 "용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신의 존재가 박 당선인의 정권 인수 작업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윤창중 대변인은 2일 기자들에게 되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되물었다.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듯한 이 상황이야말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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