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이명박 대통령·여야 대표 3자 회담'을 제안했던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여야의 첨예한 예산안 대치가 이틀 째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3회담 성사가 불투명해진 데에다 당내 강·온파 모두 정 대표의 태도를 문제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1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여의도의 문제는 여의도 국회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원내대표의 정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그 어떠한 행보도 조심스럽게 자제해야 한다"고 정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장 사무총장은 "이 대통령이 대화할 수 있는 내용이 있고 대화할 수 없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언제든지 정국파행의 중심으로 끌어들여서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그러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대방이 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가 3자 회담과 관련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일축한데 이어, 당내 친이계 주류 강경파가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던 안상수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당내 투톱의 이같은 엇박자는 정 대표 취임 100일이었던 지난 15일에도 드러났다. 안 원내대표가 예산안 관련 야당의 '최후통첩'을 거부한 상황에서, 정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예산안 문제를 의제에 포함한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해 취재기자들과 야당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다음날 정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3자 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이뤄졌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정 대표는 체면만 구기게 됐다.
당내 중립 성향의 온건파들도 정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삼고 나섰다. 예산안 관련 여야 중진 모임에 참석해 '중재안'을 이끌어내기도 했던 남경필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대표에 대해 반박하는 모습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장면"이라며 "정 대표는 리더십을 좀 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은 "정몽준 대표도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전당대회에서 일등을 한 대표가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원들과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그런 대표를 뽑아내는 작업들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조기전당대회 등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남 의원은 "지도자는 위기 속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앞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이 좀 미흡하다고 하면 또 그런 (조기전당대회)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의원은 정 대표가 제안한 3자 회담에 대해 다소 긍정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긴 해야될텐데, 전제조건으로 대통령이 이것(4대강 예산 삭감)을 안하면 정국을 풀수 없다는 식의, 서로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 방향은 아니다"고 야당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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