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해체된 국군기무사령부는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정국을 타개하려고 전방위로 민간사찰을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6일 발표한 기무사 세월호 민간사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기무사는 2014년 5월 10일 청와대에 보고한 '세월호 관련 주요쟁점별 조치 방안'에서 고려사항으로 '6·4 지방선거 이전 국면전환을 위한 출구전략 마련'과 '향후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대(對) 정부 신뢰제고 및 VIP(대통령) 지지율 회복'을 꼽았다.
보안·방첩을 주 업무로 하는 군 정보기관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불법 민간사찰을 했고, 그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기무사가 같은 해 7월 19일 청와대에 보고한 '세월호 관련 정국전환 방안'에는 유가족 설득 방안으로 ▲ 개인성향 파악 ▲ 설득계획 수립 ▲ 집중설득 진행 ▲ 언론·SNS 등 활용한 여론조성 병행 등이 제시됐다.
특수단은 "기무사는 세월호 관련 청와대 등 상부 관심사항을 지속해서 파악해 세월호 참사 이후 수회에 걸쳐 청와대 주요직위자 등에게 정국 조기전환을 위한 단계적·전략적 방안을 제시하며 그 틀에서 유가족 사찰 실행을 보고하는 등 세월호 관련 현안 보고 및 후속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무사는 세월호 관련 내용을 14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보고했고, 청와대는 "기무사만큼 중앙집권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없음. 최고의 부대임"이라고 독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배경에서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당시 진도체육관에 있던 세월호 유가족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까지 전방위로 사찰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기무부대인 610부대의 지휘관이었던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소장)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그는 부대원에게 개인별로 현장 임무를 부여하고 활동 중 적발되면 실종자 가족으로 신분을 위장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이에 기무사 부대원들은 실종자 가족 개개인의 성향과 가족관계, TV 시청내용, 음주실태도 수집해 보고했다.
지역 기무부대인 310부대의 지휘관이었던 김병철 전 기무사 3처장은 부대원에게 안산시 등지에서 유가족과 단원고 복귀학생 동정, 유가족 단체 지휘부의 과거 직업과 정치성향, 합동분향소 주변 시위 상황 등을 긁어모아 보고토록 했다.
기무사 내 사이버 활동부대는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유가족 개인별 인터넷 기사뿐만 아니라 전화번호, 학적사항, 중고거래 내역, 인터넷 카페활동 등을 수집하는 이른바 '사이버 사찰'도 했다.
기무사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검거 작전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불법감청 활동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무사가 2014년 청와대에 보고한 '방탐장비에 의한 감청 위법성 극복 방안'을 통해 "금번 건(件)은 '통비법' 및 '대간첩통신업무규정'에 벗어난 활동으로 위법"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볼 때 불법임을 알면서도 감청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무사가 무리하게 세월호 정국에 관여한 것은 당시 기무사령관의 독려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이재수 예비역 육군 중장이 세월호 유족 사찰을 지시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회의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 관계자는 "민간인 신분인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이 전 사령관의 윗선에 대해서도 민간 검찰에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수단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이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