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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가해자 징계는 '3개월 클리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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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 가해자 징계는 '3개월 클리셰'...왜?

[미투 이후 입법 과제 점검] ③ 여성이 안전한 일터와 학교를 만들기 위한 입법

미투(#Me Too) 운동을 통해 확인된 사실 중 하나는 여성에게 안전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나 일터에서도 여성들은 안전하지 않았다.

'스쿨 미투'(학교 내 각종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발)를 통해 교육현장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차별 받고 성적인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김성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미투운동, 법을 바꾸다' 토론회에서 "최근 한국교원대학교 총학생회장은 1년이 넘어도 학생을 성추행한 교수를 징계하지 않는 대학 당국의 책임을 묻고 가해자의 파면을 요구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며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스쿨 미투' 관련 입법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교원대 B교수 파면하라" 총학생회장 무기한 단식)

<프레시안>이 지난 6월말부터 두달 동안 보도한 '대학 미투' 관련 연재(리스트 바로보기)에서도 대학들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덮기에 급급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교수의 권력은 대학 내 절대적이며, 노골적인 '힘'의 작동 원리에 의해 학생들의 목소리는 묵살되었다. 대학은 해당 교수에게 정직 몇 개월, 권고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구성원들의 분노를 잠재우려했다. 또 성폭력을 조사하고 징계하는 과정에서 정교수가 아닌 타 구성원들의 참여는 철저히 배재됐다. 이후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개인적 불이익을 감내하면서까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한 피해자는 이 모든 과정에서 의심받고, 외면당하고, 고립감 속에 고통을 받게 된다.

김성애 위원장은 "상당수 대학이 인권센터에서 성폭력 사안을 다루고 있지만, 성희롱.성폭력 사안은 별도의 전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며 "전담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담기구 장의 자격 기준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대학내 성폭력은 젠더권력과 학문권력에 기반한 '권력형 성폭력'이기 때문에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에 학생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프레시안>의 '대학 미투' 기획 기사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피해자의 관점이 배제된다는 것이었다.

방학 직전 '정직 3개월' 징계 받고 개학 때 교단에 복귀하면 끝?

교원의 성폭력 사실이 확인되어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문제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권은 재단에 있기 때문에, 웬만한 사안은 무시하고 넘어가는 문화가 지속되어 왔고, 그래서 대부분의 스쿨 미투가 사립학교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성희롱.성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는 사학의 자율성보다 우선되는 권리이므로 성희롱.성폭력 사안에 대한 징계는 교육공무원 징계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대다수 사립학교 교원의 인건비는 지방재정교부금으로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교육공무원 징계 규정을 준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대학 교수의 경우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가 판박이처럼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교원 및 조교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에 있는 강등을 적용하지 않아서 정직 3개월 다음에는 해면.파임"이라면서 "하지만 대학의 경우 방학기간이 3개월 정도 되기 때문에 방학 직전에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개학과 더불어 교단 복귀가 가능해 징계가 아니라 면죄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강등을 대학 교수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징계위원회 구성도 '솜방망이 처벌'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김 위원장은 "교원징계위원회는 시도 교육청의 국장급 공무원 등 주로 50대 남성들이 위원으로 들어간다. 이분들이 누구의 입장에 더 공감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며 "성폭력 관련 전무가들의 참여를 규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폭력으로 징계를 받더라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소청심사를 신청하는 것이 가능한데, 이 과정을 통해 징계가 감경되고 교단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소청심사위원회 구성도 성폭력 사건의 경우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해서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스쿨 미투 문제에 있어 교육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 장관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명시해야 한다"며 "스쿨미투의 내용을 보면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으므로 피해 사실에 한정하지 말고 학생들의 성평등 의식, 학교의 성평등 문화에 대한 실태 조사도 필요하다. 이런 실태 조사에 기반한 통계를 바탕으로 성평등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희롱, 형사 처벌이 필요하다"

한편,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입법 과제에 대해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직장내 성희롱은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사업주의 징계에 맡겨진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처벌이 제대로 되고 있는 않기 때문이다.

김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국장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자율적 해결'이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업장 내 제도, 인력, 조직문화 등이 전제되어야 하나 현재 대부분의 사업장이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문제 발생 시 잘 처리할 수 있는 제도나 인력, 구성원의 인식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터에서 발생되는 성희롱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 인격권 뿐 아니라 생존권 및 노동권 침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면서 "다만 형사처벌 도입시 형법이나 성폭력 특례법 등 형사법 체계 안에서 규율할 것인가, 고평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규율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또 직장내 성희롱과 관련해 1)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를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어 특수고용종사자(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는 고평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점 2)성희롱 행위자도 사업주, 상급자,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는데 감정노동자에 대한 고객 등 제3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 3) 고의적인 성차별이나 반복적인 성희롱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검토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내 성폭력 폭로로 불붙은 미투(#METoo) 운동 이후 130여 개의 미투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고 알려졌다. 이렇게 많은 법이 제출됐다는 것은 미투운동에 대한 관심과 그 영향력이 컸다고도 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성 인권이 그만큼 법적인 사각지대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관련 입법은 우후죽순 쏟아졌지만, 지난 8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재판에서 1심 결과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법과 제도의 변화는 현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투 운동 이후 입법 과제를 점검하기 위한 토론회('미투 운동, 법을 바꾸다')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입법 과제를 1)강간죄의 재구성과 피해자 보호 입법 2) 디지털 성폭력 관련 입법 3) 여성이 안전한 일터와 학교를 만들기 위한 입법 등 3개의 주제로 나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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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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