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산업지수가 최장 마이너스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외환위기급 경제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내수 경제를 상징하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부동산 부양책이라도 내놓아야 한다는 업계와, 부동산 가격이 더욱 더 하락해야 한다는 대부분 국민의 목소리는 상당히 결이 달라 사회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단순한 '거품 빠지기'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집값 하락은 긍정적 신호지만, 전반적인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집값 하락은 내수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 하락하고 있긴 한데...
서울 25개구 중 강남을 제치고 '최고의 부동산 입지'를 자랑해온 용산 아파트값이 약 4년만에 하락했다. 강남3구 아파트값도 전주에 이어 낙폭이 커지면서 연말 금리인상 등을 앞두고 있는 서울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1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2% 떨어지며 지난 2015년 1월 이후 약 3년10개월만에 하락전환했다.
용산구는 올해 누계 매매가격 변동률만 10.52%가 오른 지역으로 서울 25개구 중 올해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다. 강남3구도 지난주부터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마지막 주 기준 서초구가 0.07% 하락하며 전주(-0.02%)보다 낙폭이 늘었으며 강남(-0.02%→-0.06%)과 송파(-0.04%→-0.05%)도 하락폭이 커졌다.
이처럼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지역조차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앞으로 수도권 일대 부동산이 고점을 찍고 조정기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기를 맞아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실수요보다 풍부한 유동성이나 저금리, 희소성 등을 이유로 급등했던 지역은 부동산 하락기에 가격 방어력이 떨어져 급격한 가격 하락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부동산 침체기였던 지난 2008∼2013년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 -10.0%, 경기 -14.0%, 인천 -3.1% 등 평균 11.1% 하락했다.
당시 서울에서도 투자 수요가 몰렸던 강남구의 하락률이 19.0%로 가장 컸고, 양천구 -18.6%, 송파구 -18.1%, 강동구 -15.5% 등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은 더 심했다. 용인(-26.2%), 과천(-24.8%), 성남(-24.7%), 김포(-22.2%), 고양(-22.2%), 파주(-21.7%), 광주(-20.7%) 등 마이너스 20%가 넘을 정도로 하락 폭이 컸다.
부동산 경기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부동산업 생산지수는 100.7(불변지수·2015년=100)로 1년 전보다 2.8% 하락했다.부동산업 생산은 올해 5월 0.9% 줄어든 이후 6월 -3.3%, 7월 -2.9%, 8월 -5.4% 등 다섯 달째 내리막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됐던 2010년 6월∼2012년 12월 이후 5년 9개월만에 가장 긴 마이너스 행진이다.
부동산업 생산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의 중개 수수료와 부동산 임대·공급업 매출액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부동산 거래액을 기초로 작성된다.
부동산업 생산지수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차지할 정도로 부동산 임대·공급업에 비해 부동산 중개업의 가중치가 더 크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 생산지수 하락은 주로 부동산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7만6141건으로 1년 전(8만4350건)보다 9.7% 감소했다.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직후에는 서울 매매거래지수가 1주일 만에 반 토막이 나는 등 순식간에 거래가 얼어붙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9·13 대책 이후 주요 지역의 분양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어 당분간 부동산업 생산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월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새 아파트 물량은 23만7000여 가구로 올해 분양 목표치의 47.4%에 불과하다. 성수기인 9월부터 분양이 본격화돼야 하는데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로 분양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의 대표 3대 지표인 주택 인허가·착공·분양 등도 모두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이 3만268가구로 전년 대비 48%가 급감했다. 인허가 실적이 3만 가구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은 1만6524가구로 작년보다 45.5%, 지방은 1만3744가구로 51.2% 감소했다. 착공 물량도 3만175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나 줄었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공동주택 분양 물량은 전국 1만9484가구로 전년 대비 22.7%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은 2개월 연속 소폭 줄긴 했지만 지난 6월 이후 4개월 연속 6만 가구가 넘어선 상황이다.
건설업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은 양날의 칼이다. 지나친 건설경기 부양은 난개발,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의 부작용을 낳지만, 급격한 건설업 위축은 경제 침체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건설 경기 부양에 의존하는 경제 정책을 전환하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지수가 전달보다 1.3% 하락하는데 건설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은 전월 대비 3.8% 감소하면서 광공업(-2.5%)과 제조업(-2.1%) 등을 제치고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건설업 생산지수는 16.6%나 급락, 전산업생산지수(4.8%)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9월 설비투자 부문에서도 건설업 관련한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은 토목(-7.2%)과 건축(-2.8%) 공사 실적이 줄면서 전월보다 3.8% 하락했다.
이같은 건설경기 침체에 대비해 현재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 경기 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1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7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 겸 제19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역밀착형 생활SOC 투자 확대방안’을 마련했다. 체육시설, 도서관 등 생활밀착형 SOC 건설에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에 대해 "그간 SOC 투자를 자제해 왔던 정부가 과거 정권처럼 손쉬운 SOC를 통해 단기 부양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이외에 갈 곳을 못찾고 있는 1000조 원이 넘는 유동자금의 활로를 찾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일 "우리나라도 자본시장 혁신을 통해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과제 당정협의에서 "우리나라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장은 "자본시장 혁신과제 중 하나인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혁신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라며 "자본시장이 활성화돼야 1100조원이 넘는 시중유동성자금도 새 투자처가 생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엄청난 시중의 유동자금을 혁신산업에 돌리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자는 각종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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