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
최근 일부 언론은 안철수의 사퇴를 '이상주의자의 실패'라고 말한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는 정치의 반대말로 이상주의를 가리키지 않았다. 그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말에 앞서 '정치는 본질적으로 정교하고 논리적인 과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말이 중요하다.
그는 '세상에는 인간이 알 수 없는 점이 많다'고 보았다. 선거공학에 익숙한 평론가의 예측이 빗나가는 이유도 바로 이 것이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가정 덜 해를 입을 수 있도록, 그리고 가장 시의적절하게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맞다. 정치는 항상 변화한다. 이에 맞춰 지도자는 유연해야 한다고 비스마르크는 강조한다.
안철수의 사퇴는 2012년 한국 대선을 커다란 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모든 유권자들은 과연 안철수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안철수를 지지하는 20-30세대 젊은이들의 표심이 안철수에 달려 있다고 본다. 1년 전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안철수는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다.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한 정치인 안철수의 리더십은 새로운 실험대에 올라섰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낡은 정치가 무너지는 격변기의 예술
다시 비스마르크로 돌아가자. 독일 통일과 유럽 제패를 이룬 비스마르크의 외교는 항상 한 가지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플랜 B를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절대로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지 않았다. 그는 '외교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마치 입에 긴 장대를 물고 나무들이 빽빽한 숲 속을 걷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치의 본질이 그렇다. 정치는 시대의 비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는 예술이다.
2012년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한 '정치인 안철수'의 역할은 '안철수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안철수를 정치를 끌어들인 '안철수 현상'은 바로 기성정당과 구태정치를 혐오하는 20-30세대가 만든 것이다.
이들은 바로 1987년 민주화운동이 만든 '민주화의 아이들'이다. 이제 낡은 정치는 청년 세대에 의해 전복될 운명에 처해 있다. 계층, 직능,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파벌, 계파, 측근의 이익에 사로잡힌 낡은 정당체계가 무너지는 격변기가 도래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변화를 외면하는 정치체제의 붕괴는 불가피하지만 아직 새로운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 '새 정치의 꿈이 잠시 미뤄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면 안철수가 사라진 지금 대학생을 포함한 20-30세대의 표심은 어디로 갈 것인가? 현재 그들의 표심은 표류하고 있다. 안철수를 지지한 젊은 세대 가운데 상당수가 투표에 참여하려는 의욕을 잃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젊은이들이 노무현의 당선을 만들었다. 과연 2012년 대선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사용하는 청년세대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인가? 그러나 언제 다시 그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할 열정을 가질지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젊은 세대의 선거 참여가 바로 선거를 좌우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새정치와 정권교체의 대의를 존중하기를
이제 안철수가 답해야 한다. 안철수는 스스로 말한 '단일후보' 문재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민주주의, 인권, 진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새정치와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 대선 이후 새로운 정치를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욱 담대한 정치적 상상력을 제시해야 한다.
낡은 정치를 뒤흔든 '안철수 현상'이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치쇄신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낡은 정치의 산물인 제왕적 대통령, 소선거구제, 당파적 정치를 타파하고 합의민주주의, 비례대표제 확대, 초당적 정치를 추구하자고 역설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의 시대를 이겨내고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한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한반도 통일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화의 아이들'은 지금 바로 새로운 '가능성의 예술'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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