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위디스크, 파일노리 실소유주(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노동자 폭행과 폭언, 동물 학대 행각이 일부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는 가운데, IT산업노조가 성명을 내 업계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를 이번 일을 계기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엽기적 사건' 그 자체에 대한 단죄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엽기적 사건'으로 이 사건을 치부해서도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31일 성명서를 통해 "IT업계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가 이 사태의 배경"이라며 "가혹한 노동환경과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풍토, 노동조합에 적대적 인식 등 IT업계의 고질적 문제가 아니었다면, 양 회장의 갑질이 이토록 극단으로 치닫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IT노동자들이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 안에서 늘 최약자"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상황이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경제적 보상은커녕,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구조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어 "무리한 개발 요구와 개발 일정은 물론, 고용불안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으로 갑질에 노출"된 게 IT 노동자의 현실이라며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는 부당한 지시나 비인격적 대우, 심지어 폭행이 일어나도 이를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양진호 회장의 사례는 증언"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소송을 걸더라도 약자인 내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양 회장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 해코지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소송은 생각도 못했다"는 피해자의 말을 인용해 위디스크 사례는 "한 회사,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IT업계의 문제"라며 재발 방지책 강구를 주문했다.
노조는 가장 강력한 방지책으로 IT 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노조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힘을 모으면 갑질은 중단될 수 있다"며 "IT업계 프리랜서 노동자도 당당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조법을 개정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에 서둘러 나설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위디스크에 관해서는 "영상이 아니었으면 믿을 수 없는 갑질 왕국의 실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며 "양 회장은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유통함과 동시에 이를 삭제하는 디지털 장의사로 부당이득을 챙겨 천억 원대의 자산을 축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위디스크 노동 환경이 좋았다면) 한편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유통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장의사'로서 고액을 받고 성범죄 피해자의 영상을 삭제하는 반사회적 경영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IT 노동자의 권리 보장만이 제2, 제3의 양진호가 나오는 비극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