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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권한 분산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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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권한 분산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민정치시평] 검찰, 악당 무찌르고 정의 수호할 단 하나의 허가받은 권력?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고, 법원에 그 죄를 묻는다. 법은 검사에 대해서 '공익의 대표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지칭한다. 어떤 공무원이든 국민을 대신하여 공권력을 행사하지만, 검사는 사회의 악(惡)을 규정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보다 정확히는 "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쉽게 말하면 현대 사회에서 '법을 가지고' 악당들을 무찌르고, 정의를 수호하는 (혹은 그러라고 허가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이 검사, 검찰을 믿지 않는다. 아니 얘기가 좀 잘못된 것 같다. 사람들이 검찰을 믿었던 적이 있었나? 검사들이 '진짜 문제'를 건드리고 사회적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적이 과연 있었는가.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경영지배권이 불법승계 되었지만, 검찰은 이건희 회장을 끝내 기소하지 않았고, 서열 2위의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이 문제가 되어 노동부의 고발까지 받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어떤 사건에 대해서는 '잔인하리만치' 수사와 기소를 하는 검찰이 또 어떤 일에 대해서는 "죄가 안된다"며 눈을 감는 일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을 혹독하게 보내야 했다.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가 됐고, 검찰은 그때 찾아낸 증거들은 가지고 다시 이들을 정당에 가입했다고 기소했다. 시국선언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검찰은 이들을 징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방교육감들까지 기소했다. 이에 비해 대통령인 아버지가 퇴임 후 살 집을 계약하면서 아들의 명의를 사용하고 국가에 비용의 일부를 부담시킨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로 바로 잡아야 할 것이 무엇이냐, 검찰에게 묻고 싶다. 어느 쪽의 죄질이 더 중하고 어떤 것을 바로 잡을 때, 우리 사회의 정의가 지켜질 것이라고 보는가. 검찰은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검찰'만' 잘못한 거냐고,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일부 정치검사들'의 문제라고. 맞다. 결국 법원은 이건희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판결했고, 대통령들은 사면을 해줬다. 검찰이 뭘 할 수 있겠는가.

ⓒ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그 '인가받은 정의의 수호자'들이 독점적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못하겠으면 권한이라도 내려놔야 할 텐데 도통 자신들이 가진 것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벤츠 검사가 나와도 "검찰보다 깨끗한 조직은 없"고, 검사에 대한 수사도 "검찰이 더 잘하니까" 경찰에게 맡길 수 없다고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대통령에 소속되어 정치적 수사를 할 것이고 비효율을 초래하기 때문에 만들면 안 된다고 한다. 묻고 싶다. 그러는 당신들은?

공수처를 만들면 2개의 검찰이 생긴다고 한다. 옥상옥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게 어때서? 지금 검찰이 특수수사를 독점함으로써, 검찰이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람들이 검찰에 고발을 해도 검찰은 수사를 안 하면 그만이다. 공수처를 만들어서 검찰이 안 하는 수사, 못하는 기소를 맡기자. 공수처가 못하면? 검찰에게 가져가면 된다. 물론 둘 다 못하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적어도 자기 존재 증명을 위해서라도 상호 경쟁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별로 검찰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야당과 전 정부 인사들이 검찰로부터 탄압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강도 높은 검찰개혁안을 내놓고 있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나 검찰개혁 이슈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역시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의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주요 후보 모두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내년에는 뭔가 달라진 모습의 검찰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까.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중수부 폐지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했던 얘기고, 공수처와 유사한 공직부패수사처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되기도 했다. 2004년 총선 때는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공수처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왜 안됐느냐고? 선거 이후 말을 바꾼 정치인이 있었고 검찰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검찰은 인사권자인 집권 세력을 위한 수사를 하기도 하지만, 그 집권세력이 검찰을 개혁하고자 하면, 주인을 물기도 한다. 그런 검찰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정의의 수호자'가 아닌 '(자기)조직의 수호자'.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의 권한 분산이고, 검찰개혁의 시기이다. 지금처럼 모든 특수수사(검찰이 주로 직접 수사하는 고위공직자의 부패범죄, 기업・금융범죄,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 등)를 검찰이 독점하게 해서는 안 된다. 검사 비리마저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 없다"며 채가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로 갈지, 경찰개혁을 통해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갈지, 중앙검찰과 지방검찰을 분리시키고 국민이 지방검사장을 뽑는 형태로 갈지는 선택에 달려 있다. 각각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논의가 있을 때마다 이 부서에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며, 폐지 논의에 물타기를 했던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인수위 단계에서 대검 중수부를 폐지를 포함한 검찰의 조직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을 바꿀 기회이다. 지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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