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3일 국회 전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내부 토론을 거쳐 지난 22일부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대여를 신규 거래에 대해 중지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기존 대여된 주식은 차입기관과의 계약을 고려해 연말까지 해소할 것"이며 "앞으로는 주식대여가 공매도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후에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5년간 주식을 대여해주고 수수료만 688억5900만 원의 수입을 챙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국민연금공단이 투자사와 증권사에 대여해준 주식 대부분은 공매도로 쓰였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가 공매도로 이어져 개인 주주들의 피해와 국민연금의 손실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를 금지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10만여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공매도는 다른 소유자로부터 주식을 대여해 판 다음, 일정 기간 이후 주식으로 되갚는 투자 방식이다. 빌린 주식을 비싸게 팔고 이후 주식을 싸게 사서 되갚는 차익을 통해 이득을 얻게 된다. 결국,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공매도의 특징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을 공매도 세력들에게 대여해주면 공매도 세력들은 이를 이용해 이익을 벌어들이게 되고, 이는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손실과 개인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국민연금공단의 대여 중단 결정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에 환영을 하며, 주식대여 금지를 명확히 하도록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민연금이 조금의 수수료 수익을 얻고자 대여한 주식은 악성 공매도 세력에 활용되어, 국민연금이 보유한 종목에서의 손실을 불러 옴과 동시에 손절매를 할 경우, 개인투자자들까지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발생시켜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로 인해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국민들과 개인투자자들,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러한 목소리가 정치권과 정부, 국민연금공단에 전달되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주식 대여 중단만으로는 공매도 시장의 변화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대여 규모는 월말 평균잔고 기준 4480억원으로 전체 대여시장(66조4040억원) 대비 0.6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실련 권오인 팀장은 "국민연금이 대여해준 주식이 최근 5년간 누적금액이 1,000조 원에 달한다. 연평균 200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를 중단하게 되면 악성 공매도세력에게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일본이나 해외의 경우 공적연금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대여를 하지 않는데, 공적연금이 추구하는 목적과 지향점이 사적기금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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