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성(性·gender)의 정의를 '출생 시 결정된 생물학적 성'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성 정의'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 거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NYT는 미 보건복지부의 내부 메모를 입수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성을 '출생 시 생식기에 의해 결정된 생물학적, 불변의 조건'이라는 좁은 의미로 정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메모에서 "명확하고 과학에 기초하고 객관적인 생물학적 토대에서 결정된 명백하고 균일한 성 정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NYT는 이 같은 정의에 따라 "성은 출생 시 생식기에 의해 결정되고 변경할 수 없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 정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보건복지부는 연방 민권법 '타이틀 IX' 하에서 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틀 IX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교육프로그램에서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메모에서 성에 관한 모든 논쟁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 연방 민권법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정과 보호를 되돌리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범 정부 차원 노력에서 가장 '과감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좁은 의미의 '성 정의'가 이뤄지면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교육현장은 물론, 의료·복지 혜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새로운 성 정의는 수술이나 다른 방법으로 출생 시와 다른 성을 인정하기로 한 140만 명의 미국인에 대한 연방정부의 인정(인식)을 기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는 타이틀 IX의 집행과 관련된 교육부와 법무부, 노동부 등에도 각 부처의 관련 규정에 새로운 성 정의의 채택을 촉구해왔으며, 올해 안에 법무부에 새로운 성 정의를 공식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부가 합법적이라고 판단하면 새로운 성 정의는 승인되고, 연방정부의 여러 기관은 이를 기초로 관련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보건복지부의 새로운 성 정의는 이미 백악관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안받아 검토 중인 2건의 규정과 관련해서도 필수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2건의 규정은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을 포함한 학교 내에서의 성적 차별에 대한 불만과 보조금 등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건강 프로그램이나 활동 등과 관련된 것이다. 성 정의에 따라 이런 부분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관련 규정은 새로운 성 정의가 반영돼 연내 공식 발표되고, 60일간의 의견수렴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트랜스젠더 인권 옹호단체인 '트랜스젠더 평등을 위한 내셔널 센터'(National Center for Transgender Equality)의 하퍼 진 토빈 정책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수많은 연방법원의 결정(판결)과 모순되는 극도로 공격적인 법률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월 미군내 성전환자에 대해서도 복무를 제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행정각서는 자신이 다른 성(性)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느끼는 이른바 '성별 위화감'(gender dysphoria) 이력을 가진 성전환자들은 특별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 복무 자격이 없는 것으로 규정했다.
다만 군에 복무하면서 아직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입대 전 36개월 동안 원래 성별에서 정신적 안정을 보였다는 전제하에 계속 군에 남아있는 것을 허용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전면금지 방침에서는 한발 물러났으나, 성전환자 대다수의 군 복무는 제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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