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안철수 현상' 보며 기우이길 바랐건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안철수 현상' 보며 기우이길 바랐건만…"

[시민정치시평] 상호모순인 안철수 정치쇄신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어느 토론회에 참가하여 안철수 현상은 대통령제의 특성으로서 국외자(outsider) 효과의 대표적인 예이며, 이 같은 국외자 현상은 역으로 정당정치의 제도화 과정을 저해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발표하였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쇄신안을 접하면서 기우이기를 바랐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50일 앞둔 시점에서 안철수 후보의 3대 정치쇄신 기조와 6대 정치개혁안은 대선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각 정당의 후보들과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 이후 쟁점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던 후보들 사이의 폭로전에서 벗어나 정책경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정치쇄신안은 방향감각을 잃고 한국정치가 나아갈 길과는 다른 '의도하지 않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후보출마 이전부터 한국정치의 문제점으로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지 못하는 정치'를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치'로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어떠한 정당도 이를 실현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정치쇄신안은 '반응성의 높은 정치'와는 다르게 오히려 경제적 효율성만을 앞세운 정치의 축소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정치쇄신의 목적과 방법의 자기모순성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3대 정치쇄신 기조로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의 강화, 그리고 특권포기를 그리고 이어서 6대 정치쇄신안으로 당론 폐지 및 국회의원 소신 투표, 정당 공천권 폐지, 국회의원 특권 포기, 국회의원 정원 축소,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폐지, 그리고 중앙당 축소·폐지 등을 제시하였다. 이 같은 안철수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학계,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대의정치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인 정당과 의회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쇄신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정수의 축소, 중앙당과 국고보조금의 축소와 폐지 등은 정치가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의 기능을 축소하는 반(反)정치적 경향을 갖는 쇄신안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철수 후보캠프의 반응은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며, 국민의 요구를 폄훼하고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안철수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한 비판이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지 못하는 기득권 세력의 특권 지키기의 방편인가? 물론 일부의 정치인들에게 있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보다는 정치의 축소와 더불어 주변화에 대한 우려와 정치쇄신의 목적과 방안이 갖는 논리적 모순성 때문일 것이다.

▲ 과연 안철수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한 비판이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지 못하는 기득권 세력의 특권 지키기의 방편인가? ⓒ안철수 캠프
우선, 안철수 후보의 정치쇄신의 목적은 국민의 요구에 반응하는 정치이다. 그리고 그 방안 중 하나로서 국회의원의 정수를 축소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즉, 지금까지 국회의원의 수가 증가하여 왔으나 반응성의 정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경험적 판단에 기초하여 국회의원 정수의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반응성의 정치를 위해서는 현재 300명의 국회의원 정수를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의 수가 적어질수록 그 만큼 국민의 의사와 요구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비대해지고 전문화된 행정 권력을 통제함에 있어 국회의원정수의 축소는 국회의 대정부통제와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대의민주주의의 운영원리와 상충되어질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정수의 축소와 국회의 인사청문회 결과의 존중, 감사원장의 임면권 등 국회 권한을 존중하고 강화하겠다는 정치쇄신안과 서로 모순되는 자기 모순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모순성은 중앙당과 국고보조금의 축소 및 폐지라는 정치쇄신안에서도 발견된다. 중앙당의 축소 및 폐지를 통해 일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당을 운영해야 하며, 정당의 특권인 국고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은 언뜻 타당한 정치쇄신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두 쇄신안은 상호모순적인 주장이다. 즉, 국고보조금의 축소 및 폐지에 대한 안철수 후보캠프의 대안은 당원 중심의 정당을 만들고 당원들의 당비를 통해 정당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당원들과 당비를 관리할 수 있고 동원할 수 있는 정당 내 조직이 필요하다. 이 같은 조직이 중앙당이 하는 역할일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중앙당은 당 재정 관리, 공직 및 당직후보 공천, 당원관리 그리고 당의 의사결정에 있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앙당의 과도한 권한은 공직 및 당직후보 공천과정에서 보이는데, 이 문제는 민주성을 갖는 공직 및 당직후보 선출방식을 고안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 중앙당의 축소나 폐지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또 국고보조금의 축소 및 폐지는 기존 거대정당들의 쇄신을 위한 유인요인일 수 있지만 새로운 이해와 요구를 대표하려는 군소정당들의 정당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한국정치의 문제점으로 제기되어 온 정치대표체제의 협애성을 더욱 고착시킬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들의 정치적 대표성을 과소화 함으로써 거대정당들이 가지고 있던 특권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따라서 국고보조금의 축소 및 폐지가 아니라 국고보조금의 배분방식의 개혁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정치쇄신의 목적은 대표와 책임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당은 그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적 기제 중 하나이다. 따라서 현실의 정당이 시민들로부터 불신 받는 조직, 제도라 할지라도 정당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이 아닌 정당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더 많은 사회세력을 정치적으로 대표할 것이지, 그리고 시민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지속적으로 반응하여 책임질 것인지를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정치쇄신 요구는 정당정치의 무능력과 이에 따른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 그리고 새로운 정치 또는 새로운 정당정치로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비록 기성정치와 구별되는 참신한 인물인 안철수 후보가 이 같은 기대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개인 또는 소수의 전문가의 힘만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즉, 실망과 분노의 대상인 기성정당의 혁신 노력과 이를 추동할 수 있는 또 다른 정당이나 조직의 힘이 보태져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때 정당정치의 미래와 더불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