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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한적 회장, 성희롱 발언 제보자 색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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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한적 회장, 성희롱 발언 제보자 색출 압박"

대통령 폄하 발언 의혹도...일부 야당 의원은 사퇴 요구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성희롱 발언, 황제 의전 논란 등으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 타깃이 됐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경서 회장은 지난 6월 9일 적십자사 취임 후 첫 팀장급 간담회에서 "여성 3명이 모인 것을 두 글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며 여성의 가슴을 비유하는 농담을 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이 제기됐다. 박 회장은 이후 공식 사과했지만, 언론에 제보한 사람을 색출하겠다며 내부 압박을 했다는 의혹이 이날 제기됐다. 특히 박 회장은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지낸 인사라는 점에서 이같은 언행이 더욱 문제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성희롱 발언 제보자 색출하겠다" 압박 의혹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박 회장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사건 후 6월 15일 회식 자리에 있던 직원들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고, 사과 문자에 답변을 안 보낸 사람들을 불러들였고, 그 자리에서 언론에 제보한 사람을 색출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오후 질의시간에 "제보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대표적인 인권학자인 박 회장의 발언으로 실망한 사람이 많다. 소통을 위해 했다는데 이런 발언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박 회장은 성희롱 발언에 대해 답변하면서 "무조건 유감을 표명한다", "진정 사과한다", "적십자 차원에서도 앞으로 이런 일은 철저히 근절하겠다" 등 사과 발언을 했다. 하지만 사과 발언을 하면서 "소통을 위해 한 발언", "저는 그런 의도는 없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선 사과드린다" 등 억울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다.

이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과 발언에 '의도와 상관없이'라는 토를 달아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자신의 발언이 회식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것이 알려졌을 때 기관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거듭 박 회장의 태도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비서실 개편, 황제 의전, 대통령 폄훼 발언 의혹까지

박 회장 취임 이후 이전에는 없었던 비서실장이 임명되고, 의전 차량을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교체하는 등 '황제 의전' 논란도 일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비상근직이기 때문에 전임 회장 때까지는 비서실장이 없었다. 하지만 박 회장 취임 이후 비서실장이 임명했고, 이를 위해 올 4월 비서실 직제 개편을 했다. 또 적십자사는 박 회장의 취임에 맞춰 신형 제네시스G80(럭셔리 모델)을 의전차량으로 마련했으나,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아 위약금(300만 원)까지 물면서 지난 6월 국내 신차 중 가장 비싼 제네시스 EQ900 모델로 의전차량을 교체했다.

차량 교체 이유에 대해 김순례 의원은 "박 회장이 사무처장에게 차가 작다고 했다는 내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고, 사무처장은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이를 부인했다. 또 비상근직인 박 회장은 급여가 없는 대신 연간 2900만 원의 업무추진비와 차량을 지원받는데, 여기에 활동비 명목으로 지난해 9월부터 한 달에 720만 원씩 현금을 추가로 받았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왜 박 회장 취임 이후 없던 비서실을 만들고, 의전 차량을 바꿔야 했는지, 성희롱 발언도 그렇고, 이런 비뚤어진 권위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왜 적십자사 회장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 어렵게 적십자사 회비를 모으고 있는 직원과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선 '회장 한 사람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적십자사 회비 모금이 더 어렵다'는 불만까지 나온다"며 "오늘 국장감에 나와서 답변을 이리 저리 회피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초대 인권대사라는 명예까지 더럽힐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장 회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순례 의원은 "평소에 대통령은 '재인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안다. 직원들 앞에서 '내 위에는 재인이 밖에 없다', '남북회담에 따라가면 대통령 들러리만 된다. 2차 때 가겠다'는 등 대통령 폄하 발언을 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경서 "차량 교체, 필요하면 하고 필요 없으면 안 한다"

박 회장은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다른 문제제기들에 수용하지 않았다.

대통령 폄훼 발언에 대해 박 회장은 "대통령 폄하 발언은 영주병원 개설과 관련된 것이다. 적자 때문에 (적십자병원을) 22개 병원에서 6개 병원으로 줄인 것인데, 매년 23억 원이 적자가 나는 병원을 또 만들라고 해서 '나는 못한다, 독립성에 대해 내 위에는 명예총재인 대통령만 계시니, 그 양반 외에는 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발언이 와전이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제 의전' 논란에 대해 박 회장은 "저는 제 자신이 서민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전차량은 꼭 바꿔야한다면 바꾼다. (하지만) 꼭 바꿔야할 필요가 없다면 안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연 의원이 "적십자 회비 모금액이 20% 감소하는 기관장 입장에서 할 말이냐"라고 거듭 질타하자 박 회장은 "제가 취임한 이후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한 사람이 퍽 많다"고 맞섰다. 그는 "취임 이후 고액 후원자가 107명으로 그 중에는 3억 원을 기부한 사람도 있고, 1억 원 이상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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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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