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여름 산업은행은 리먼브라더스에 60억달러 투자를 추진했었다. 투자가 결렬된 직후 리먼브라더스는 그해 9월 15일 파산했다. 파산 당시 부채 규모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2배인 700여 조원에 이르렀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파산 사건이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했다"고 홍보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자칫하면 글로벌 금융 위기의 첫 희생자가 됐을 뻔한 사건이었다.
"이명박·강만수·전광우, 리먼 인수 강력 지원 확약 받았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는 18일 밤 자신의 블로그 <SECRET OF KOREA>에 리먼브라더스 파산관재위원회가 리먼브라더스에서 압수한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조건호 한국 리먼브라더스 부회장이 2008년 5월 29일 리먼브라더스 최고경영진에게 '한국컨소시엄'의 리먼브라더스 투자관련, 기회와 핵심쟁점 브리핑'이라는 제목으로 보낸 두 장짜리 문서다.
▲ ⓒ안치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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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에 따르면 '비밀메모'라고 명시된 이 메모는 5월 29일 작성됐고, 이 메모를 받은 사람은 맥기 스킵 리먼브라더스 투자은행부분 글로벌 헤드, 래리 위젠넥 리먼브라더스 글로벌 파이낸스 헤드, 제시 바탈 리먼브라더스 아시아 CEO로 리먼브라더스의 최고 경영진이다.
문건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조건호 부회장은 이 문건을 통해 "3명의 중요한 행정부 인사로부터 지원을 확약받았다"고 밝히며 "그 3명은 이명박, 강만수, 전광우다. 이 중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5월 24일 자신과 민유성이 직접 만나서 리먼브라더스 투자에 관한 브리핑을 했으며 이미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산업은행 등의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강력히 지지했다는 말이다.
안 씨는 또 "기존에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산업은행이 아니라 MB의 절친이며 금융권 4대 천황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3개 국책은행을 이끌며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배후조종했으며 민유성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산업은행 행장에 선임한 것도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염두에 둔 김승유 행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문건에서 조건호 부회장은 "5월 16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전화를 받았으며 김승유는 새 대통령인 이명박의 절친한 개인 자문역"이라고 설명했고, 이후 조건호 및 리먼브러더스 아시아 CEO는 김승유 회장 등이 만났다고 밝혔다. 이 때 하나은행과 3개 국책은행으로 구성된 코리아컨소시엄은 리먼브라더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돼 있다.
특히 조 부회장은 "산업은행 행장에 전 리먼브라더스 한국대표인 민유성이 선임되게 될 것이므로 거래(투자)가 더욱 원할히 진행될 것"이라고 적고 있는데, 조 부회장의 이같은 말은 4일 후 있을 민 행장의 선임을 정확히 예상한 것이었다.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강력히 지지한 '행정부 3인' 중 하나로 지목된 전광우 당시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장 임명 제청권자다.
이 문건에는 김승유 회장이 'mb와 강만수는 내가 책임진다'는 취지로 말한 기록이 담겨 있는데 안 씨는 관련해 "금융계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김승유, 강만수 두 사람이 mb의 후광을 업고 민유성을 산업은행 총재에 임명한 것은 물론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밀어붙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씨는 "민유성은 산업은행 총재 임명직전까지 리먼브라더스의 서울대표로 리먼브라더스에서 50억원상당의 스톡옵션을 받은 상태였다. 따라서 민유성은 리먼브라더스의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큰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임명 2개월이 지난 8월초까지 밝히지 않았었다"고 지적했다.
안 씨는 "리먼브라더스의 흥망성쇠에 이권이 걸린 민유성에게 리먼브라더스와의 투자협상을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같다. 이처럼 명백히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사람을 산업은행 총재에 임명한 것으로 강만수, 김승유, 전광우등 mb정권에서 금융계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하는 사람들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비판했다.
▲ 강만수 산업은행장과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2008년 9월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7월 경에 리먼브러더스 인수 관련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으나 조 부회장의 메모에 따르면 그는 이미 5월 중순 이후부터 이를 '강력히' 지지했다.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도 "7월 18일 리먼으로부터 경영권 지분인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며 행장 선임 이전에는 리먼과 인수관련 사전교감이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그가 리먼브라더스 서울 대표를 지냈고, 문건에도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위증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다.
"왜 외신들이 MB경제팀을 '리먼 직원'으로 표현했는지 알게 돼"
안 씨는 "이 문서들을 살펴보면 리먼브라더스 인수추진과정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코미디'와 같은 일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왜 외신들이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하는 'MB 경제팀'을 '리먼브라더스직원' 이라고 표현했는 지 알게 된다"고 꼬집었다.
안 씨는 "(인수를 위한) 실사와 관련해 (MB 경제팀이) '도저히 봐도 모르겠오'하고 실토하는 대목에서는 절망하게 된다. 국책은행은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은행이므로 국민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앞으로 mb측근 금융인맥이 잉태한 비극들을 관련문서와 함께 하나 하나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안 씨는 "한편 조건호 리먼브라더스 부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의 형인 조중렬회장의 아들로, 조중훈 회장의 동생 조중건 회장의 사위인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과 사촌 처남매부지간이 된다"고 덧붙였다. 안 씨는 "조건호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가 결렬되고 그해 10-11월 국정조사에서 이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자 같은해 12월 17일 자신의 뉴욕소재 콘도를 1000만 달러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2010년 6월부터 홍콩과 미국에 사무실을 둔 헷지펀드 '밀레니엄매니지먼트'의 회장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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