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목금토토토토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권영선)
"죽기 전에 무대에 올라가보겠다는 목표를 이뤘습니다. 한번도 하기 힘들 것을 두 번이나 올라와 너무 행복합니다."(김미경)
"배우, 연출, 음악감독님, 모두 편견 없이 대해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미혼모 이야기를 만들면서 과거를 떠올리기도 하고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이런 이야기로 인식 개선 변화가 된다면 나뿐 아니라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미혼모들이나 모든 엄마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소미)
"하면 할수록 우리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야 하고 그로 인해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봤을 때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내가 내뱉은 미혼 한부모로서의 목소리가 모든 엄마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김명지)
"원래 배우를 하려고 하지 않아서 무대에 오르는 게 많이 부담이었지만, 하면서 긍정적으로 하려고 노력했고, 변하고 있는 제 모습이 좋습니다."(김다현)
미혼모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뮤지컬 'heshe태그:그와 그녀의 태그'를 무대에 올렸다.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본 작업에 동참하고, 배우로도 참여했다. 작년 뮤지컬 '소녀, 노래하다'를 무대에 올린 이후 두 번째 작품인 'heshe태그'는 청소년 미혼모 문제에 집중했다. 뮤지컬에 참여한 5명의 엄마들이 자신들의 경험에 대해 얘기하고 이런 스토리텔링 작업을 통해 대본이 마련된 이 뮤지컬에는 10대 미혼모들의 삶이 절절히 녹아있다. 임신 사실을 알게된 남자친구의 배신, 낙태를 종용하는 가족들, 그 과정에서 혹은 그 이전부터 경험하게 되는 가정폭력, 어린 엄마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편견에 가득찬 시선들,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막말들, 독박 육아로 인한 괴로움, 경제적 어려움 등.
뮤지컬에서 보여준 것처럼 청소년 미혼모들은 임신을 계기로 가족과 관계가 단절되며, 혼자서 생계와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학업 단절과 경제적 빈곤에 직면해야 한다. 학생 미혼모의 80%이상이 학업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어린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이들의 삶을 위협하고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극 중 "내 아들 앞길 막을 일 있냐"며 낙태를 종용하는 남자친구의 엄마가 "너는 아직 뭐든지 될 수 있잖니, 뭐든지 할 수 있잖니"라고 회유하자 이들은 되묻는다. "나는 뭐든지 될 수 있으니 엄마가 되려구요. 뭐든지 할 수 있으니 엄마(역할)를 하려구요."
자신들의 이야기라서 무대에 오른 어머니/배우들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간간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프레스콜 공연을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하현지 배우도 소감을 얘기하며 울컥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혼 한부모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저소득 가정에 한해 월 13만 원의 양육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그치는 등 전무하다시피하다. 가부장적 한국사회에서 미혼모는 드러내고 인정받아야할 존재가 아니라 은폐하고 비가시화 되어야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2017년 현재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05명으로 거의 재앙 수준에 가깝지만, 결혼 제도를 벗어난 출생 아동에 대한 차별은 법과 제도를 통해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미혼모들이 자신들의 존재와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올리는 작업은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온전한(동등한)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한 운동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녀들의 삶도 무대 위에서 밝게 빛날 수 있음을, 그녀들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울고, 웃을 수 있음을, 용기를 내어 무대에 선 5명의 어머니/배우가 충분히 보여줬다.
이 공연은 CJ나눔재단이 '헬로 드림(HELLO DREAM) 청소년 미혼한부모 지원사업'의 하나로 주최하며, 미혼모 단체 인트리와 벨라뮤즈가 주관했다.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CJ아지트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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