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교황청의 국무총리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의 접견을 받아 미사에 참석했다. 한국 대통령이 교황청 미사에 참석하고 연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청은 이례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 미사를 마련했고, 문 대통령에게 연설할 공간을 내주었다.
문 대통령은 미사 직후 기념연설에서 "한반도에서의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 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양 공동 선언'을 채택해 남북 군사적 대결을 끝내고 핵무기,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한반도를 전세계에 천명했다"며 "남북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려 마주 앉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 성하께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세계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며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 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한국 가톨릭 교회는 낮은 곳으로 임해 예수님의 삶을 사회적 소명으로 실천했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 주었다. 저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저는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특별 미사를 집전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복음 20장 19절)라는 구절을 읽으며 강론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말하며 문 대통령 부부를 반겼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오랫동안의 긴장과 분열을 겪은 한반도에도 평화라는 단어가 충만히 울려 퍼지도록 기도로 간구하자"고 말했다.
교황청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보낸 가운데, 문 대통령은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며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미사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파롤린 국무원장과 만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특별 기고문을 보내 "교황청과 북한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한반도 평화 문제를 언급하며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직전인 4월 25일 일반 알현 강론에서는 "평화를 열렬히 갈망하는 한민족들에게 저의 개인적인 기도와 더불어 온 교회가 여러분들 곁에서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상회담 직후인 4월 29일에는 "지난 4.27 남북한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결과를 지지하며,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여정을 달성하고자 하는 남북한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약속에 기도로 함께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0일 북미 정상회담 때는 "사랑하는 한국인들에게 우정과 기도를 보낸다"며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회담이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기여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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