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법원 "촛불 참여 시민단체 보조금 지급 취소는 위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법원 "촛불 참여 시민단체 보조금 지급 취소는 위법"

여성의전화, 여성부 상대로 승소…비판적 단체 '길들이기'에 제동

촛불 집회 참가를 이유로 정부가 시민단체에 보조금 지급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사회단체에 보조금으로 '압력'을 가하는 정부의 최근 행보에 법원이 처음으로 제동을 건 것이어서, 향후 유사한 소송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성지용 부장판사)는 10일 여성인권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가 여성부를 상대로 낸 보조금 지급 취소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올해 3월 '데이트 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교육·홍보 사업'으로 여성부가 주관하는 '2009년 여성단체 공동 협력사업'에 선정돼, 보조금 2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여성부는 예산 지급에 앞서 "불법 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적이 없고, 보조금을 불법 시위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이 단체에 요구했다. 기획재정부가 "불법·폭력 집회, 시위 참여단체에 대하여 지원을 제한"한다는 지침을 내리면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소속 1842개 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는 "법적 근거도 없는 확인서 작성을 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고, 곧이어 여성부는 '2009년 여성단체 공동 협력사업'에서 이 단체를 제외하고 보조금 지급 결정을 취소했다.

이 같은 여성부의 방침에 재판부는 "정부가 관련 법규에 의해 보조금 교부를 결정하면서 붙일 수 있는 조건은 '법령과 예산이 정하는 보조금 교부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것'일 뿐"이라며 "보조금 교부 목적 달성과 무관하게 보조금을 지급받을 단체의 성격과 활동 내용을 문제삼아 불법 시위단체가 아니라는 취지의 확인서를 제출할 의무를 교부 조건으로 붙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경찰청 명단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한국여성의전화가 불법 시위에 적극 참여한 불법 시위단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보조금을 불법 시위에 사용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확인서를 내지 않았다고 불법 시위단체로 간주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여성의전화 이외에도 한국여성노동자회·경기여성연대 등이 같은 이유에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정부가 부당하게 시민단체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이번 판결이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정부의 치졸한 시민단체 길들이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며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보조금을 매개로 단체의 활동을 통제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본적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서 "2008년 촛불 집회를 거치면서 정부는 각종 단체가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힌 채 이들을 압박하고 길들이려고 할 뿐 어떠한 소통도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판결을 깊이 되새겨 이제라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단은 어떠해도 상관없다는 발상을 버리고 시민·사회단체를 소통의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