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성폭력 사건 재판을 지난 한 달간 참관한 시민들은 갖은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선처 이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법(형법 제10조)은 분별 능력이 없는 이의 범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직접 재판을 지켜본 시민 대다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대구경북시민과 함께하는 '성평등인권지킴이단'은 지난 15일 대구여성회에서 대구 하반기 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 5개조로 구성된 지킴이단에는 시민 20여명이 활동 중이다.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일환으로 지역 성범죄 재판을 직접 방청하고 판사, 검사, 변호사의 부적절한 발언, 행태, 선고 내용을 모니터링→평가해 법원 내 성평등을 이루자는 취지다.
시민들은 각자 맡은 재판 모니터링 내용을 발표하면서 하나 같이 양형에 불만을 가졌다. 가해자(피고인, 피의자) 변호인의 선처 사유, 검사의 구형, 판사의 선고가 '온정주의', '봐주기'라는 주장이다.
실제 10월 초 대구지방법원에서 있었던 한 사건을 보면, 20대 남성 A씨는 10대 여성의 신체를 수 차례 불법촬영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재판부는 초범, 사진을 삭제한 점을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지킴이단 요원1은 "국민 의식과 동떨어진 가해자 중심적인 선고로 보였다"고 했고, 지킴이단 요원2는 "이래서 깎고 저래서 줄이고 (가해자를)풀어주기 위한 재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10대 남성 3명이 10대 여성 1명을 집단 성폭행해 '성폭력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도 이날 문제있는 사례로 지적됐다. 이 사건 검찰은 가해자 부모들의 탄원서·생활기록부 제출, 반성하고 있는 점, 나이가 어리다는 점,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를 참작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지킴이단 요원3은 "실수, 우발, 가해자 미래까지 걱정해주는 검사를 보고 있으니 너무 암담했다"고 말했다.
지역 C대학교 졸업 후 D공기업에 취업을 앞둔 20대 청년이 10회 성매매를 하고 여성 신체를 10회쳐 불법촬영해 음란사이트에 게시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가해자 변호인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됐다. 사회초년생, 초범, 사진 모자이크 처리를 이유로 검찰은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심리치료를 선처 이유로 들었다. 지킴이단 요원4는 "가해자 중심으로 사건 경중을 판단하는 검사를 봤을 땐 화가 났다"면서 "벌금으로 퉁칠 일인지 모르겠다. 형량이 현실화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신미영 대구여성회 사무처장은 "미투 이후 지역 판검사들의 성폭력 재판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그나마 줄어든 편"이라며 "갈 길이 멀지만 감시단이 계속 활동하면 성평등 재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경북시민 '성평등인권지킴이단'의 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활동은 올해 연말까지 계속된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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