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도 국제관함식에서 직접 해군을 사열한다. 해상 사열이 끝난 후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해군기지 반대 싸움을 벌여온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주에서 열리는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해 일출봉함에 승선해 함상에서 연설을 하고, 국내외 해군 함정의 해상 사열을 받는다. 이후에는 강정마을 주민 6명과 만나 비공개로 대화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겠다. 강정마을에 용서와 화해가 울려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말할 것이라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제주 해군기지가 제주도를 넘어서서 동북아 평화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투표에서 77.2%의 찬성을 얻어 제주도에 국제관함식을 개최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관함식 개최에 반대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민주노총 등 제주 시민단체 관계자 200여 명은 제주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관함식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평화의 시대 역행하는 국제 관함식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장은 "해군은 기지 건설을 강행하며 마을을 찬반으로 나누고 갈등을 조장했다"며 "관함식은 갈등 해소가 아닌 군사적 긴장감만 높이는 행사"라고 비판했다.
제주 관함식의 취지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부산이나 진해로 갈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대통령은 관함식을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셨고, 꼭 참석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며 "대통령은 제주도를 전쟁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연장선에서 관함식, 강정마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2007년 참여 정부 때 처음으로 강정에 해군 기지를 만들기로 결정해 지난 11년 동안 많은 고통과 상처가 있었기에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치유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디까지를 사과로 이름 붙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관함식에서 평화를 언급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는 지적에도 청와대는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평화에도 양면성이 있다. 우리가 힘이 없으면 바다도 분쟁이나 갈등의 충돌 지점이 되지만, 우리가 힘이 있을 때는 열강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평화의 바다로 만들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제주 기지가 평화의 거점이 될 수 있고, 그런 연장선에서 관함식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해군기지는 다르다는 취지로 해명하기도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2007년에는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계획하에 크루즈 선박이 들어올 수 있는 민군복합형 기지를 준비했다면, 이후 추진 과정에서는 성격이 군용 중심으로 바뀌었고 주민과의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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