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되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에 있어 에너지협력은 필수적이다.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업계가 경협사업에 참여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국회에서는 남북 에너지협력을 위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에너지법, 전기사업법 등 개정안이 최근 발의되었다.
북한은 에너지난 해소를 경제 회생에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로 간주해왔다. 북한 에너지 정책의 기본 원칙은 '자력갱생', '전력 생산의 정상화', '소비관리'로, 수력과 석탄화력 중심의 공급 위주 정책에서 이제는 전력 수요 통제를 통한 수요 억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자력갱생 정책과 열악한 송배전망 문제로 인해 재생에너지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자연에네르기(재생에너지) 중장기 개발계획에 따라 2044년까지 재생에너지발전 설비용량을 500만kW로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북한 내 약 10만 가구 이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 제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풍력발전 개발을 위한 다양한 계획들이 발표되고 있으나 아직 산업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북한 에너지협력은 북한 에너지 정책의 기본 원칙과 조건 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의 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확대를 위한 남북한 간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내부 역량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한 재생에너지협력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인도적 측면과 잠재적인 시장의 개발이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서로 이점이 될 수 있다.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대북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정부는 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술협력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재생에너지 산업 협력은 민간을 중심으로 한 개발협력차원에서 우선 고려할 수 있다. 북한과 같은 개도국 협력의 경우 적절하지 않은 기술 협력은 실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정기술적인 관점에서 개발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 분야부터 남북한 재생에너지협력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소규모 태양광발전 보급사업을 시작으로 추후 여건이 조성될 경우 북한에서의 재생에너지 설비 생산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남북한 재생에너지 협력사업이 본격화되는 단계에서는 제조업 분야의 경협사업과 연계하여 풍력발전소 건설과 같은 대규모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1994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고, 파리협정에 따른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데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북제재로 고립되면서 이행수단과 기술이전, 국제교류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남북한 재생에너지협력이 이뤄질 경우 선진국-개도국 간 상생하는 기후변화대응 모델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남한 정부는 아직까지 그 의미가 명확하진 않지만,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른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재생에너지협력을 통해 시작될 수 있는 한반도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남한과 북한이 70년의 시간만큼이나 다른 정치·경제·사회적 조건이기에 가능한 상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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