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오는 7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청와대는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11월 6일 미국 중간 선거 전에 열릴 가능성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여러 상황을 보면 미국 중간 선거 전에 만남이 이뤄진다는 게 완전히 낙관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정세에 대해 "이제 북미 양자가 다시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국면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기조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집중해야 할 부분은 미북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어떻게 잡느냐 일 텐데, 잡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미국이 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는데, 장소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정을 변경해 이동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만약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미국 밖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정도를 빼야 하는데, 미국 선거 현실을 감안하면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시기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도 시기나 장소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겠지만, 결국 일정을 잡는 것은 당사자가 다뤄야 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할 의사를 밝히는 경우에는 미국 중간 선거 전에도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방안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위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미국인 경우에 대해 "그렇다면 거기(미국)에서 (북미 정상이) 당일치기로 만날 수 있겠지만, 시기와 장소는 맞물려서 서로 연동되기에 선거 전에 어디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했다.
전날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애초 미국 중간 선거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봤으나,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 예상보다 좀 일찍 방북한다는 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다음 달 6일 중간 선거 전에 2차 북미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 봤다. 하지만 이튿 날 고위 관계자가 다시 와서 '낙관론'을 진화한 것이다.
전날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 언급' → 종전 선언 →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의 시나리오를 언급했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종전 선언에 대한 북미 두 정상의 공통된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종전 선언이 이뤄지고 난 뒤의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전 선언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보다 선순위라는 전날 발언에 대해서도 이날 고위 관계자는 "그건 기대와 바람이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올해 연말 안에 종전 선언이 이뤄진다면 청와대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제4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보겠다는 사전 포석이 깔린 언급으로 보인다.
북한이 추가로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내놓고, 미국은 종전 선언을 받아주는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ICBM까지 이야기가 진척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며 "현재 영변 핵 시설 폐기, 동창리 엔진 실험장 폐기도 하나도 진전이 안 된 상황인데, 이미 나와 있는 것만이라도 빨리 빨리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6일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난 뒤, 7일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당일치기로 만나고, 이르면 7일 저녁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8일 오전에는 중국으로 넘어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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