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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트럼프가 사랑을 외친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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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트럼프가 사랑을 외친 진짜 이유는?"

[정세현의 정세토크] 북미 협상 재개되려면 북한에 희망줘야

지난 9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면서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실무접촉을 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북한은 아직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종전을 바라지 않는다면 우리도 구태여 이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선 문제를 전문으로 다룬다는 사람들이 60여 년 전에 이미 취했어야 할 조치를 두고 이제 와서 값을 매기면서 그 무슨 대가를 요구하는 광대극을 놀고있다"고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두고 다소 간의 소강국면을 맞는 것으로 보이던 와중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7일 북한에 방문한다는 일정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두고 벌어지는 양측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폼페이오의 방북과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아주 짧게 만나고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폼페이오 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가벼운 메시지를 북한에 제시하면서 빈 실무접촉에 나오라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일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으로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만약 북미 정상이 회담 날짜를 사실상 확정했다면 북한은 왜 빈 실무접촉에 나오지 않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며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이번에 정상회담 날짜를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헀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뒤 중국에 들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건 중국에 제재 문제와 관련,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을 압박해 막판 고비를 넘기려고 하고 있는데, 중국 너희들이 제재에 구멍 만들면서 분위기 망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부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일부를 북한 외부로 반출하는 조치를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추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중재자 또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북한이 그 안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만약 자신들이 그렇게 하면 추가적으로 미국이 무엇인가를 또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북한이 악질이기 때문이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이라며 "약자 입장에서는 강자와 약속했다가 그 강자가 변심하면 죽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일부 핵무기 반출을 그대로 받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2일과 3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9월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미 간 협상이 교착기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실무 협상도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일 북한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어떤 메시지를 들고 갈까요?

정세현 : 오스트리아 빈에서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죠. 그걸 건너뛰고 7일 하루 북한에 들어간다는 건데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아주 짧게 만나고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폼페이오 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한 가벼운 메시지를 북한에 제시하면서 빈 실무접촉에 나오라고 설득할 것으로 보입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역시 종전선언에 대해 많은 검토를 해봤고, 본인이 제안한 빈 실무접촉에 나오면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제안할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 일부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으로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세현 : 만약 북미 정상이 회담 날짜를 잡았다면 북한은 왜 빈 실무접촉에 나오지 않을까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이번에 정상회담 날짜를 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종전선언에 대한 메시지는 가지고 가되 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면 그걸 가지고 바로 정상회담 날짜를 잡으려고 할 겁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에 북한을 방문한 뒤 중국에도 방문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건 중국에 제재 문제에 대한 경고성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북한을 압박해 막판 고비를 넘기려고 하고 있는데, 중국 너희들이 제재에 구멍 만들면서 분위기 망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북한과 핵 협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프레시안 : 이런 가운데 2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빈 실무접촉도 이뤄지지 않았고요.

정세현 : 우선 빈에서 실무접촉을 하려면 사전에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우리에게 비핵화만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상응조치에 대해 미국이 준비가 됐는지와 관련해 상황을 살펴보려고 할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상응조치와 관련한 전망이 있어야 나갈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 교환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이 일단 만나자고 요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어차피 협상에 나가봐야 미국이 이전과 똑같은 소리만 할 것 같으니, 일단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빈에서의 접촉을 위한 물밑 작업 과정에서 북한이 받아들이기에 실망스러운 이야기가 미국 쪽에서 나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폼페이오 장관도 빈의 실무협상 결과를 가지고 평양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되니까 늦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부분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의 밑바탕에 흐르는 정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둥,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 역시 협상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이 변할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로 봐서 그 편지가 정말 아름다우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히 항복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어야 했을텐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죠. 말은 요란한데 실제 행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북한은 지금 협상에 나가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었던 6월까지의 일정을 돌아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지난 4~6월과 비슷한데요.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실무선에서는 진전을 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세현 :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쥐어 준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아름다운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 이하 실무진의 입장에서 볼 때는 북한이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이건 북한이 다급하다는 이야기이고, 그러니까 북한이 항복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목을 졸라야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실무자들은 북한에 반대급부를 주지 않고 일을 끝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공짜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한 것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가만히 보니까 북한이 급한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9일(현지 시각)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가진 중간선거 지원 유세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면서 북한과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이런 판단에는 미국 외교의 전통적인 경향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겁니다. 미국 외교는 지금까지 상호주의가 아니라 일방주의적인 측면이 많았습니다. 이런 태도가 자연스러운 미 국무부 관리들이나 국방부 실무진들 생각에는 북한이 비핵화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특별히 겁날 것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미군 철수 주장이 나오고 한미 동맹이 이완되지 않겠냐는 것이 미국 실무자들의 생각일 겁니다.

물론 김정은 위원장이 종전선언과 주한미군은 무관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믿지 않듯이 이 말도 믿기 어렵다는 정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을 겁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지난 8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은 아직 이르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이건 워싱턴 내의 분위기를 종합해서 발언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 말에 미국 실무 관료들의 대북관과 종전선언에 대한 생각이 들어있는 것이죠.

아마 폼페이오가 이번에 빈 실무접촉을 건너뛰고 북한에 가더라도 미국은 북한에 종전선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대신 1대1 교환은 있을 수 없고 1대2, 1대3, 1대4 정도로 북한이 종전선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가능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하고 아니면 말아라 라는 식이죠.

프레시안 : 교착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일부에서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의 일부를 먼저 국외로 반출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핵 탄두나 ICBM을 미리 일부라도 먼저 외부로 반출하자는 것인데요. 가능할까요?

정세현 : 중재자 또는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데 문제는 북한이 그걸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만약 자신들이 그렇게 하면 추가적으로 미국이 무엇인가를 또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북한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북한이 악질이기 때문이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약자 입장에서는 강자와 약속했다가 그 강자가 변심하면 죽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일부 핵무기 반출을 그대로 받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런 두려움이 없다면 상대가 못 미더운 구석이 있어도 협상이 마음대로 안될 경우 '주먹으로 해결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이렇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국을 믿지 못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영변 핵 시설 폐기는 앞으로 핵을 만들지 않겠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곧 사실상 미래핵의 포기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를 했음에도 미국이 북한의 이빨을 다 빼놓고 시작하자는 식으로 핵과 장거리 미사일 내놓으라고 조이고 들어가면 북한은 그렇게 하면 어떻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냐, 그런 식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면서 상호주의로 가자고 주장할 겁니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을 때부터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을 강조했고 이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9월 29일(현지 시각)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도 상호주의를 강조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자기들이 미래핵의 일부인 풍계리 핵 시험장을 파괴하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해체를 시작했으면 미국이 제재 일부라도 좀 풀어줘야 하는데, 전혀 바뀌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나 일방적으로 핵을 내려놓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는 끝까지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조건이 맞으면 핵 무장을 해제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미국 내 상당수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이 핵을 숨겨놓고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미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북한의 핵 활동을 감시했고, 그와 관련한 움직임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는데 이제와서 북한이 핵을 숨기면 자기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요?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입니다.

물론 북한이 일부 핵무기나 ICBM의 반출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참모들이 다른 길이 없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일단 결심하라고 뒷받침을 해준다면 할 수도 있죠. 그러나 북한의 주요 참모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답방을 가는 문제를 가지고도 반대했던 사람들입니다. 핵무기나 ICBM을 미리 반출하는 식으로 가다가는 '아야' 소리도 못내고 죽는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래도 기다리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9월 29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올해 안으로 가능할까

프레시안 : 미국은 현재 핵을 먼저 내놓으라는 것이고 북한은 지금 이 단계에서 최소한 종전선언이나 경제 제재 완화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세현 :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총회 발언은 북한이 종전선언 이후 제재가 조금이라도 완화되길 바라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종전선언을 해주고 제재도 일부 눈감아 주겠다든지,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시비를 걸지 않겠다든지 등 북한에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합니다.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하나씩 이행하면 그에 따른 반대급부가 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희망 없이 압박만 하면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가 5.24 조치를 해제하고 여기에 미국이 시비를 걸지 않는다고 한다면 다른 제재도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북중, 북러 간 교역도 일정 부분 회복될 수 있고요. 북한은 그 정도만 되도 좋다고 생각할 겁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북한은 이미 확실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에서 종전선언이 미군 철수를 불러오는 걸로 전제하면서 비핵화 최종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좀 더 확실하게 나가자는 생각으로 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서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는 별개라고까지 이야기했죠.

그런데도 미국은 종전선언을 해주고 '플러스 알파'로 무엇인가를 더 받아내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려면 자신들이 좀 더 기다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즉 북한이 좀 더 내놓기를 기다리면서 버티고 있는 형국으로 보입니다.

프레시안 : 향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관건은 북미 간 실무 협상이 열릴 것이냐에 달려있는 것 같은데요.

정세현 : 시작은 정상 간 합의로, 즉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이른바 '톱 다운' 방식으로 시작했지만, 구체적 협상으로 들어가면 결국 실무자가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에게는 많은 행동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아무런 확답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비핵화 관련해서 실제 핵 무기 내놓고 파괴하라고 했고, 그래서 북한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하면 파괴한다고 했는데도 미국은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영변 핵 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걸 가지고 북한이 영변 외에 다른 곳에도 핵 시설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 시설의 90%는 여기에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영변 핵 시설의 폐기는 북한 입장에서 상당히 큰 행동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무엇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가, 그거 말고 숨기고 있는 것 또 내놓으라고 하면 북한이 미국과 실무접촉에 나설 수 있을까요?

프레시안 :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 의회 중간 선거 전에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데, 올해 안에 개최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정세현 :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카드를 가지고 중간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을 만들고 싶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게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극적 효과가 날 때까지는 북한을 쪼아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최근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이같은 상황이 북핵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정세현 : 이 부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과 인성까지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 문제에서 미국의 대중 압력 강도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종전선언에 대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러고 나니까 미국은 그건 그거고 이제 무역 문제를 본격적으로 따져보자고 하면서 여기에 남중국해 문제까지 끼워 넣고 있습니다.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종전선언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편하게 해주니까 무역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압력을 넣으면서 거기서 큰 양보를 받아내려고 남중국해 문제를 격화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동아시아 상황이 신냉전과 같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요. 실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해를 가지고 갈등을 보이고 있는 영국과 러시아 등의 신냉전이 재현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그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중국이 유라시아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배후에 위치하고 있는 북한을 자신들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일대일로'를 뒤에서 견제하려면 북한과 수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죠. 만약 이렇게 되면 미국의 '엑스밴드 레이더'가 평양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미국 실무자들의 생각은 이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서 냉전 구조가 끝나면, 그래서 북미‧북일 수교까지 진행되면 미중 간 남중국해 쪽에서의 신냉전이 힘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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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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