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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 박근혜 주문, '乙' MB 화답…MB 안고 대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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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 박근혜 주문, '乙' MB 화답…MB 안고 대선 간다?

[분석] 박근혜는 지금 왜 '인기 없는 대통령' 만났을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 대신, 이 대통령을 안고 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2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100분간 단독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번 회동은 박근혜 후보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주로 박 후보가 이 대통령에게 민생 관련 대책을 주문하면, 이 대통령이 화답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영희 공천헌금 파동 진원지'가 일부 새누리당 인사에 의해 청와대로 지목된 상황이고, 새누리당이 이명박 대통령을 정면 겨냥한 내곡동 특검법안 합의문에 사인을 하는 등 당청간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 '투톱'의 만남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가 청와대에서 회동하고 있다. ⓒ청와대

'甲' 박근혜는 주문, '乙' 이명박은 화답 형식

박근혜 후보는 이날 이 대통령에게 "국가의 존재 이유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지금부터 100일간을 '범국민 특별안전확립기간'으로 정하고 민관 합동으로 각종 반사회적 범죄의 예방과 대책을 수립하고 안전한 환경을 확립하는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민관이 합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이상일 대변인이 전했다.

이 자리는 최근 사회적으로 부각된 성폭력 사건 등 국민 안전의 문제와 함께, 태풍 피해 대책과 민생경제 등 세 가지 민생 현안을 중심으로 대화가 오갔다. 태풍 피해 대책과 관련해 박 후보는 "지금 정부에서 수해복구 지원을 위해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기준 미달로 도움을 못받는 사각지대가 많다"면서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고 농어촌이 하루빨리 일어서도록 대통령이 직접 챙겨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사각지대의 농어민들이 희망을 갖고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지금 민생 경제가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이에 맞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학생 반값 등록금'과 '0~5세 양육수당 확대'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학생들이 어렵다는 것과 여성들이 자기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민생도 어려운데 정치권에서 민생경제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박 후보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본격적인 회동에 앞서 박 후보를 보자마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광폭행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박 후보가 논산 태풍 피해 현장에 다녀온 것과 관련해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태풍 피해 현장이) 다 무너지고 처참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바람이 불고, 낙과도 생기고, 추석 앞두고 걱정"이라며 "추석이 있으니 복구를 빨리 해야지요"라고 답했다. 이에 박 후보는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의 그린란드 방문 계획에 관심을 보이자 이 대통령은 "이번에 자원개발 약속을 할 것이다. 자원개발, 북극 항로 협약도 맺고 올 것"이라며 "지금 (빙하가) 녹아서 (항로가 생겼는데, 북극을) 거쳐 오면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그러면 다음 정부에서 (개발)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 정부를 위해 자원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덕담을 건넨 것이다. 이같은 대화는 박 후보와 이 대통령의 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근혜는 '인기 없는 대통령'을 왜 만났을까?

이번 회동은 박 후보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역대 대선 후보들과 대통령의 사이가 썩 좋지 않았던 점에 비춰봤을 때 무난하게 진행된 이번 회동은 한국 정치사에서 이례적인 편에 속한다. 결국 이 대통령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 대통령을 만날 필요가 있느냐"는 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단독 회담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담감보다 "대선 정국에서 'MB심판론'이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부담감을 무릅쓰고 진행하는 '당내 통합' 과정의 일환으로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소한 "이재오 의원, 김문수 지사 등 '구 친이계'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박근혜 캠프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만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을 안고 간다'는 식의 분석은 현 시점에서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100분 동안 민생과 관련된 얘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어떤 이슈를 테이블에 올렸을지도 관심거리다. 한 정치 평론가는 "양측이 각자 필요한 것들, 요구할 것들이 있기 때문에 회동이 성사됐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퇴임후 안위 등의 문제와 '정권 재창출'에 관한 내용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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