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최고 2.25%로 올렸다. 올해 들어 지난 3월, 6월에 이어 9월에도 0.25%포인트씩 세 번째 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다시 3개월 뒤인 12월에도 FOMC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미 FOMC 위원들이 스스로 제시하는 금리 전망인 '점도표'가 착착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연내 1차례 금리 인상이 추가되는 '2018년도 4차례 인상', 나아가 내년 3차례 인상 전망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연준이 이날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기준금리 1.5%)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최대 0.75%포인트에 달한다. 2007년 6월(미국 5.25%-한국 4.50%) 이후 11년3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연준이 예고한 대로 올해중 기준 금리를 한차례 더 인상하고 한국은행이 10~11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한미 금리 격차는 1.0%포인트까지 확대된다.
금리 격차만 고려하면 한은도 올해 안에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 자본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금리 인상으로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한은이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하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1979년 이후 세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이다. 그러나 1% 포인트 이상 한미금리 역전 현상이 심한 기간이 일시적이나마 존재했던 경우는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2000년 5월~9월)에는 5개월간 1.50%포인트까지 차이가 났으며, 3개월간(2006년 5~7월) 1%포인트까지 확대된 적도 있었다.
그래서 한국은행 금리 결정에 책임있는 금융통화위원들 중 상당수는 미국을 추종하는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이 경제 상황 차이를 반영하는 정상적인 현상의 성격이 강하다면, 섣불리 한국의 기준금리를 미국을 추종해 인상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의 자본시장 자체는 건전한 편이고, 외국의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70% 이상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금리격차가 1% 포인트까지 벌어져도 외국자본이 급격히 유출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위원들이 아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미뤄도 어차피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들썩이는 '금리인상 쇼크'는 시작됐고, 앞으로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출규제 강화, 시중금리 들썩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해 지난달 잔액기준 1.89%로, 2년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8월 1.59%에서 12개월 연속 상승했다.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4% 중후반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이처럼 시중은행 금리까지 높아지는 상황에서 10월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 규제도 시행된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에 다른 가계대출은 이자만 합산해 소득 대비 비율을 보는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ratio)이 '돋보기'라면 DSR은 '현미경'에 비유되는 대출심사 제도다. DSR은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더해 소득으로 나눠 부채비율을 따진다.
금융당국은 DSR가 70∼80% 등 일정 비율을 넘는 경우 위험성이 대출로 분류하고, 이런 위험 대출이 전체 대출의 일정 비중을 넘지 못하도록 대출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9.13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등 규제 지역의 신규 대출이 전면 금지된 데 이어, 대출 비율 규제도 강화되고 시중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 그동안 무리하게 빚을 낸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에 차질이 빚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이 결국 연내에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금리 쇼크'의 파고가 중산층과 서민부터 덮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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