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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배격' 외친 트럼프…자찬 늘어놓다 총회장 '웃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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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배격' 외친 트럼프…자찬 늘어놓다 총회장 '웃음바다'

치적 자랑 유엔총회 연설에 각국 정상들 폭소 연달아…"웃기려고 일부러 그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을 관통한 화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였다.

그러나 자국의 주권과 '세계화(글로벌리즘·globalism) 배격'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다시 한 번 전통적 국제외교·무역 질서의 판을 흔들어 놓으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구상은 연설 초반 삐끗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다 각국 정상 등 총회 참석자들의 '웃음 세례'로 잠시 스타일을 구기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자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의 행정부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 다른 거의 모든 행정부보다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 미국은…. 너무나 진짜 상황이다."

유엔 회원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운집한 청중들 사이에서 이 시점에서 '키득키득'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잠시 연설을 멈춘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괜찮다"고 청중의 웃음에 즉흥 발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활짝 웃으며 머쓱한 듯이 혀를 내밀기도 했는데, 회원국 정상들의 웃음은 곧 폭소로 바뀌었고 일부에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내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미국의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이루고 있다"며 주가 최기록 경신과 실업률 최저치 기록, 일자리 창출 등 실적에 대한 언급을 이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미국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이용을 당해왔다고 주장했고, 2014년에 올린 트위터에서는 '(미국이)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정치적 부상은 이를 해결할 힘이 있다는 전제에 기초했던 것이기도 하다"며 이날 연설총회에서의 해프닝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세계무대에서 '응당한 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다른 나라들의 요구 충족보다 미국의 주권 확립이 우선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안 그 자신이 웃음거리로 전락하면서 '승리의 순간'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WP는 "예상치 못한 청중의 반응에 놀란듯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34분간 연설을 계속해 갔지만, 이 순간은 무역과 안보 동맹, 일반적인 외교 현안 등을 둘러싸고 전통적인 동맹과 협력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걸 즐겨온 대통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날카로운 '응수'를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CNN방송도 "현 행정부가 전임 정부들보다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유세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유도하는 단골 메뉴로, 지지자들은 이에 열광하지만 적어도 일부 세계의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을 비웃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약한 리더십 탓에 다른 국가들의 비웃음을 샀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으나 이날 자신이 웃음에 당황했다고 주장하며 "전쟁과 평화, 번영과 빈곤, 기아와 풍요가 수십 년 동안 열정적으로 논의된 유엔총회장에 등장한 매우 경악할 순간이었다"는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본부를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청중을 웃기려는 퍼포먼스였다고 말했다.

AP통신은 그러한 해프닝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고 꼬집었으나 트럼프는 "좋았다"며 "좀 웃기려고 의도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좋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라는 표현을 직접 쓰진 않았지만, 이러한 국정 기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미국인들에 의해 지배된다"며 "우리는 세계화의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애국주의를 끌어안는다"며 "우리는 팽창주의적 외국 열강들의 침략으로부터 우리의 독립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각각의 관습과 믿음, 전통을 추구할 권리를 존중하는 대가로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주권을 존중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의 간섭을 거부하는 건 먼로 대통령 때부터 유지돼온 우리나라의 외교 정책"이라며 과거 신대륙에 대한 유럽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반대하며 불간섭주의를 표방한 '먼로주의'까지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 행정부가 그동안 보여줬듯이 미국은 항상 미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과 미국민을 옹호한다"며 "미국의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 는 낡은 도그마와 불신을 받는 이데올로기, 그리고 오랜 세월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이른바 전문가들에게 볼모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은 지금까지 해외 원조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기부자이지만, 정작 우리에게 주는 나라들은 드물다"며 "해외 원조 제도를 손질하기 위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면서 "우리를 존중하는 이들, 솔직하게 말하면 우방국들에만 해외 원조를 하려고 한다"며 "다른 나라들은 자신들의 방위 비용에 대해 공정한 몫을 지불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나라들에 대해선 해외 원조를 끊겠다고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의 협상가들에 유엔의 평화 유지 예산의 25% 이상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야기해왔다"며 유엔 개혁 문제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꺼냈다.

무역 분야와 관련, "미국은 더는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또 한 번 날을 세웠다. 특히 중국을 겨냥, "중국이 WTO에 합류한 뒤 미국이 많은 일자리를 잃었다. 무역 불균형을 용납할 수 없으며, 중국의 시장 왜곡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법 이민과 장벽 문제를 다시 거론하며 "궁극적으로 이민 위기에 대한 유일한 장기적 해결책은 사람들이 그들의 본국에서 더 희망적인 미래를 건설, 그들의 나라를 위대하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른 나라들에 의해 가해지는 통제를 거부, 국제적 통제에 맞서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밝히며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가하는 제약을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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