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 한 '대전환의 밑그림' 기획연재의 마지막으로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앞서 경제성장주의에서 녹색전환으로(관련기사), 화석연료‧핵발전 중심에서 깨끗한 에너지와 지속가능한 산업구조로(관련기사), 소수 독점의 불로소득에서 누구나 보장받는 기본소득으로(관련기사), 그리고 토건정치에서 삶의 정치로 전환하자(관련기사)는 네 편의 글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녹색전환연구소 창립 때부터 소장을 맡아왔던 이상헌 교수는 한신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녹색전환연구소에서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에너지, 환경 등과 관련된 연구‧교육 활동을 해왔습니다. 인터뷰는 녹색전환연구소 조주은 연구원이 진행했으며, 정리는 김현 부소장이 했습니다. 지난 여름, 기후재난이었던 폭염 현상, 포틀랜드 등 생태적 도시재생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의 한계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편집자 주
2018년 기록적인 폭염, 내년에도 계속 된다?
조주은 :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서울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며 110년이 넘는 관측사상 가장 뜨거웠던 여름으로 기록됐습니다. 폭염의 원인이 다양하겠지만, 아무래도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주범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전대미문의 생태학적 재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상헌 : 이번 여름 정말 무더웠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을 합니다. 가장 절망스러운 것은 이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2016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각국이 줄이겠다고 제출한 현재의 기여계획(INDC)을 그대로 적용해도 2030년이면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시대 이후보다 3℃ 이상 올라간다고 했죠. 그 뜻은 매년 여름이 조금씩 더 더워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회‧경제적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농업, 생태계 변화 등으로 지구생태계의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IPCC는 205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0~70% 감축(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는 30~50% 감축, OECD 90(90년 이전 OECD 소속국가) 국가는 2050년까지 80~95% 감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죠.
조주은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협약을 탈퇴선언 하면서, 과연 이 국제협약이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역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헌 : 2020년까지는 교토의정서 체제이고, 그 이후는 신기후체제라고 해서 파리협정체제라 불립니다. 파리협정이 교토의정서 체제보다 훨씬 진전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 위주로 참여했다면, 이젠 개도국까지 참여했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단순히 배출권거래제 만으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강제사항이 존재해야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담론 또는 외교적 수사에만 멈춰선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여론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음 달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48차 IPCC총회는 구속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압니다. 석유‧석탄 중심의 산업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조주은 : 산업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처럼, 산업문명은 생태계를 필연적으로 파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폭염처럼, 이미 우리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현상입니다. 과연 이런 생태학적 재난 사회를 우리는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이상헌 : 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우리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커다란 질문이기도 한데,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백(Ulrich Beck)이 현대는 위험사회라고 말했잖아요. 정상적으로 현대사회가 작동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위험이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메커니즘으로 짜여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울리히 백은 성찰성이 높은 개인들이 많아지는 것을 대안으로 보았던 것 같아요. 개인의 정치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조주은 : 성찰적인 개인, 혹은 개인의 정치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상헌 : 그런 점에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위험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성찰성 높은 개인’이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논리적인 합리성을 가집니다. 그래서 ‘생태학적 계몽’이나 ‘제2의 계몽’이라는 말이 사용되긴 하는데, 그렇다고 교육이나 정치적 참여가 활발한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죠. 지역마다 역사가 다르고, 발전의 궤적도 다르고, 시민사회가 형성되는 내용이나 과정, 특성이 다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각자에게 맞는 ‘생태화전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 저 나름대로 정리해본 것은 ‘단절되어 있는 것을 연결’시키는 작업이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무슨 의미냐면, 근대화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분법을 기초하고 있거든요. 예컨대 자연과 인간, 개인과 사회, 남과 여,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분리시키면서 별도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것이 근대화전략이거든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모두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회학자 이진경 씨는 우리를 ‘멀티디비주얼’(multi-dividual, 중생)로 보자고 이야기하는데요, 여러 세포와 기관이 군집되어 있는 공동체, 그러면서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차지하는 그런 공동체로서의 개체인 존재로 보게 되면, 갑자기 우리의 지평이 넓어집니다. 이렇게 분리된 것을 연결시켜 보는 것을 과학기술사회학자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의 용어를 빌리자면 “생태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도시를 보거나 지역을 본다면 사회운영 원리, 경제운영 원리, 정치운영 원리 등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것이 전환의 철학적 기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주은 : 생태화 전략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개념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국가 단위에서 시행할 수 있는 실천전략이 잘 잡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상헌 : 작은 단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겠죠. ‘마을’이라는 표현도 좋겠지만, 지금은 도시화가 많이 진전이 됐기 때문에 ‘도시’라는 표현을 쓰자면, 저는 ‘도시계획’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도시계획의 목표는 ‘경제성장’이었거든요. 도시가 경제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과연 도시는 왜 존재하는가? 왜 도시가 필요한가?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면, 결국은 행복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건데, 행복한 삶을 위한 정치나 경제는 어떻게 꾸려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런 실천은 작은 단위에서 시작하겠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미 지구화(Globalize)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에 ‘행성적 도시화’(planetary urbanization)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메리필드(Merrifield)라는 학자에 의하면 행성적 도시화란, “지구적 규모의 광대한 영역들이 도시적 공간 편성의 확장을 통해 지구적 노동 분업 속으로 재설계되고 통합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미 지구적 차원에서 물건과 정보가 거래되는 도시화이기 때문에 여러 층위의 변수를 생각하면서 도시계획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아주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도시는 성장기계거든요. 그런데 도시는 더 이상 성장기계가 되기도 어렵고 될 수도 없습니다. 그 결과로 환경문제, 재난 등이 도시로 집중되잖아요. 이런 도시 개념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생태주의적 입장에서 도시계획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정치, 경제, 사회뿐 아니라 교통, 부동산, 주택 등 공간단위로 다시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런 식의 도시계획이 전환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디트로이트의 도시농업, 포틀랜드의 석유 독립 계획, 일본 후쿠이의 여성 행복 도시 계획
조주은 : 이미 만들어진 도시를 생태화전략 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실례로 들 만한 도시가 있을까요?
이상헌 : 생각보다 적잖게 있습니다. 자동차산업 도시였던 미국의 디트로이트가 지금은 도시농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어서, 생태주의적인 관점에서 평가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트로이트가 쇠퇴하면서 인구가 줄고 버려진 땅이 생겼거든요. 도시농업을 하는 큰 기업이 주도하긴 했지만, 도시농업으로 다시 도시재생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포틀랜드의 경우는 피크오일에 대비해서 아예 석유로부터 독립하겠다고 도시계획을 바꿨거든요. 도시 중간에 솟은 산을 헐어 도로를 건설할 계획이었는데 그 계획을 철회하고 케이블카를 설치했어요. 버스만큼 큰 케이블카였는데, 그것을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한 거죠. 그리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게 아침식사 제공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했어요. 자전거를 타게 하는 요인이 된 거죠. 도로를 다이어트 해서 자동차가 적게 다니게 한 거죠.
이런 사례를 찾아보면 유럽에도 꽤 있고, 일본도 꽤 많이 있어요. 제가 자주 예로 드는 일본 후쿠이 시 경우, 인구과소 문제로 쇠퇴하게 되자 여성이 행복한 도시계획을 추진한 겁니다. 그래서 여성과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꿨어요. 이런 사례들이 진짜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해요.
조주은 : 소장님 말씀을 요약하면, 도시가 성장의 기재로 남지 않고, 도시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의 도시의 모습을 찾는 것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이상헌 : 그렇죠. ‘생태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미 오랜 연구가 있었어요. 제가 연구했을 때는 주로 기능적인 생태도시였어요. 물 자급, 식량자급, 대기오염 줄이는 인프라 구축, 이런 요소들이었죠. 물론 기술적인 요소도 중요한 부분이긴 하죠.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철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존재론적 차원에서 질문을 다시 할 필요가 있죠.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참여하고 합의해서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 뼈대인데,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이 모두 바쁘잖아요. 시민들이 시간을 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혹은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도 좋은 대안입니다.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일은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시민참여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더 많이 신경 써야 하고 강조될 필요가 있습니다.
조주은 : 생태적인 관점의 전환이라는 문제는 개별 시민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이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가령 생태적 도시계획을 결정할 때는 어떤 근거가 필요한 거잖아요. 학문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잘 정리하면서 다양한 요소들을 연결해야 할 텐데, 이런 관점을 가진 연구 분야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느낌도 들어요.
이상헌 : 그래도 요즘은 빅데이터 분석이 발달한 것 같아요. 빅데이터 분석은 이전의 우리가 했던 사회조사방법론보다 훨씬 더 실재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라는 분이 쓴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책이 있는데, 구글 검색창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거예요. 보통 사회조사방법에서 설문조사를 하면, 사람들이 솔직하게 대답을 안 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구글에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거죠. 그런 것이 쌓이면 빅데이터가 되죠. 이렇게 빅데이터 분석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컨대,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자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흑산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공항건설인가, 아니면 편리한 이동수단을 원하는가? 주민들이 후자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데, 그럴 경우 성능 좋은 쾌속선을 운행하는 것이 해답일 수 있거든요. 오히려 공항보다 편의성이 높아집니다.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은 이런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매우 발전했기 때문에 지역 현안에 따른 갈등사항이나 개발과 환경보전사이에서 판단 등이 필요할 때 유용할 것이고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득주도성장은 케인즈주의...자산 격차 줄이기가 관건
조주은 : 개발주의 혹은 발전이라는 신화를 극복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 소장님이 쓰신 칼럼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이나 소득주도정책이 결국에 개발주의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하셨잖아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이상헌 : 정권은 바뀌었어도 여전히 경제성장이나 발전패러다임에는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소득주도성장은 유효 수요를 창출해서 소득을 만들어내고 그럼으로써 경제를 선순환시키자는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적인 방식입니다. 새로운 것은 아니죠. 대공황 이후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을 내걸었는데,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는 지구화 흐름은 없었고 국내 시장이 중요했던 시대였거든요. 그래서 뉴딜이 가능했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뉴딜은 토건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중산층을 만들기 위해서 사회적 양극화를 줄이는 전략이 핵심이었습니다. 뉴딜이 아니라 ‘대압축의 시대(Great Compression)’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부유한 계급에게서 세금을 걷어 복지에 사용했다는 뜻입니다. 상위 1% 사람들에게 소득세 90%를 물려 복지에 사용했다는,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일이겠지만,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이죠. 이렇듯 뉴딜정책은 토건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들었던 것이 핵심이 아니라 중산층을 키우는 전략이었던 거죠. 이런 역사를 배경으로 포용적 성장이나 소득주도성장이 나타난 거죠.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려는 취지는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미국 뉴딜정책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당시와는 다르게 지금은 지구화가 된 것이 다른 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10년 보수적인 정부가 경기부양 정책을 써오면서 통화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1100조 원이 넘습니다. 금리는 매우 낮은 상항에서 이 유동자금은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집값이 뛰는 이유가 있는 거죠.
결국 소득주도성장을 만들려면 자산 격차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자산소득 격차를 완화시키는 것이 경제성장보다 더 중요합니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토보유세를 신설해서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고 제안했는데, 공유자원인 국토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세금을 물려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는 제안이거든요. 좋은 아이디어이며 아주 깔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표현보다는 포용적 성장이 더 뉴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자산소득 격차는 국민들이 소외감, 절망감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20평대 아파트가 지방에서는 1억대, 서울 강남은 20억대, 이런 상황에서 사회통합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런 자산격차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소득주도성장은 공염불입니다.
조주은 : 결국 국토보유세든 소득주도성장이든 정치가 제대로 협의하고 합의를 이끌고 내야 하는데, 과연 현재의 정치가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국회가 이런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까? 그 점이 의문입니다.
이상헌 : 정확한 지적입니다. 기득권 중심의 정치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희망적인 기회는 오지 않겠죠. 최소한 유권자의 표가 사표 없이 그대로 반영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로라도 바뀌어야 정치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정치는 노동자, 서민, 사회적 약자 등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그들 스스로가 기득권이고 상위계급이니까요. 다양성이 떨어집니다. 20%의 지지를 받는 정당은 20%만큼의 역할을 하고, 5% 받는 정당은 5%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지율과 무관하게 1등이 권력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의 구조입니다. 이래서는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정치는 요원합니다.
조주은 : 이제 마무리 질문을 드려야 할 텐데요, 사실 녹색전환연구소가 사회, 경제, 정치의 전환을 이야기 왔고, 탈핵‧에너지전환, 기본소득 등의 사회의제를 다뤄왔는데요, 이후에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연구‧활동을 해나가실 계획이신지.
이상헌 : 말씀대로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에너지전환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하는 기본소득 정책을 연구하면서 녹색당에게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이런 주제들은 녹색전환연구소의 주요 의제가 될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공간적 실체 또는 삶의 양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시를 생태주의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한 규모의 도시라는 공간에서 교통, 주거, 에너지 먹을거리, 물, 안전, 재해, 기후변화 등을 고려하면서 연구해볼 계획입니다. 물론 저희 연구소는 긴박하게 의제를 다루며 활동하는 곳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전략을 세우고 비전도 제시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시범적으로 특정 도시를 선택해서 연구‧활동을 해볼 수도 있고, 그런 경험을 정치의제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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