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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포기', 알고보니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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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포기', 알고보니 '가짜뉴스'

한번도 인정 않던 北이 오히려 'NLL 인정'...결국 '정치 공세'만 남아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 언론들이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군사 분야 합의서'의 '서해 적대 행위 중지 구역' 설정에 대해 'NLL 포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NLL 포기'는 팩트일까? 군사 분야 합의서 어디를 봐도 'NLL 포기' 문구는 없다. 오히려 합의서에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한다는 말이 등장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NLL을 인정한 적이 없다. 오히려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NLL을 인정한 것이다.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NLL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 우리군이 주장해 온 NLL을 인정한 것이 맞다. 따라서 'NLL 포기' 주장은 일종의 '정치 공세'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왜 이들은 'NLL 포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재미'를 본 적이 있다. 2012년 박근혜가 당선됐던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정문헌 전 의원 등이 중심이 돼 펼쳤던 'NLL 포기 공세'가 2018년에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 언론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하면서 이같은 논란을 벌였다.

이번에는 <조선일보>가 먼저 나섰다. 이 신문은 21일자 3면에 "국방부 '靑비서관, 추석 밥상서 NLL 팔아먹었다고 할까봐 그런 듯'"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이 신문은 "군 안팎의 소식통들은 '특히 공중·해상 적대행위 중단은 사실상 북한 뜻대로 됐다. 해상의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민감하게 걸려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 뜻대로 흘러갔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 '국방부 당국자'가 "내일모레 추석인데 추석 밥상에 NLL 팔아먹었다고 (언론에) 나와버리면 안 돼서 그런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도 전했다. 군 소식통, 국방부 당국자 등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됐다.

조선일보가 꼬투리잡은 것은 NLL 기준으로 아래 쪽(남측)으로는 상대적으로 길게, 위쪽(북측)으로는 상대적으로 짧게 '서해 적대 행위 중지 구역'이 설정됐다는 것이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육지와의 거리' 등 우리 측에 유리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체 면적으로 따져도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북한이 우리 측이 주장해온 NLL을 인정했다는 점이 더 중요한 사실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교통방송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NLL 일대라는 건 NLL이 존재했을 때 일대가 나오는 것이지, NLL 없이는 일대가 안 나오기 때문에 (북한이 NLL을) 인정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NLL 주변에서 군사 행동을 자제하자는 합의를 'NLL 포기'로 호도하는 셈이다. 평화 분위기에 위기감을 느낀 극우 진영이 공세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군사 행동 자제 구역'을 누가 몇 킬로미터 더 가져갔는냐 하는 지엽말단적인 부분들을 적극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주장을 자유한국당이 받았다. <조선일보> 조간에 'NLL 팔아먹었다'는 취지의 기사가 나간 날 김성태 원내대표는 아침 회의를 주재하고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정찰 자산을 스스로 봉쇄했다"며 "'노무현 정부 시즌 2' 정부답게 노 전 대통령이 포기하려 했던 NLL을 문재인 대통령이 확실하게 포기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21일자 ⓒ<조선일보> 지면 갈무리

이에 대해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22일 "'NLL 포기'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 공작의 2탄이며 사실상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전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주장에 대해 매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 또한 이러한 허위 주장은 팔천만 겨레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주장에 반박하며 "첫째, 서해 완충구역은 북측에 양보한 것이 아니다. 쌍방의 해안포 포병 등 밀집된 전력규모 등을 고려할 경우 우리측에게 상당 부분 유리하게 설정된 것이다. 둘째, 완충구역은 해상과 육지를 포괄하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측에게 유리하다. 셋째, 이번 완충구역은 NLL을 기준으로 설정되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사실상 우리의 NLL을 북측이 인정한 것이다"라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이번 군사분야합의서는 서해 완충지역을 '분쟁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전환한 것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며 "그런데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NLL 포기'만 반복적으로 주장하며 케케묵은 안보론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의 시대착오적 인식과 후진적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팔천만 겨레의 염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NLL 포기 가짜뉴스 생산을 즉각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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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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