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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반짝' 취업…청년 '인턴' 백수로 다시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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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반짝' 취업…청년 '인턴' 백수로 다시 '리턴'!

[겨울이 무섭다②] 실업 급여도 못 받아 '아우성'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채윤희(가명·26) 씨. 그는 지난 6월부터 경기도 한 시청에서 행정 인턴으로 일했다. 졸업 이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몇 군데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떨어지고, 때마침 시청 홈페이지에 난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

그러나 12월 말 계약이 종료되는 채 씨는 겨울이 두렵다. 지난 6개월 동안 '유예'했던 험난한 구직의 길에 다시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자격증 공부에 집중하고 싶지만, 매달 55만 원씩 갚아야 하는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가 발목을 잡는다.

채 씨만의 사정이 아니다. 올해 초 정부가 청년 실업 대책으로 내놓은 각종 청년 인턴제의 계약이 대부분 12월 중으로 끝나면서, 약 6만 명에 이르는 청년 실업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6~7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백수로 'U턴'해야 한다.

▲ 올해 초 정부가 청년 실업 대책으로 내놓은 각종 청년 인턴제의 계약이 대부분 이달 중으로 끝나면서, 약 6만여 명에 이르는 청년 실업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올 겨울은 그 어느 때 보다 추워질 전망이다. ⓒ프레시안

"청년 인턴이요? 알바만도 못했어요."

채윤희 씨는 생활비 마련과 자격증 공부를 위해 인턴제를 선택한 '생계형 인턴'이다. 채 씨와 다르게 취직에 도움이 되고자 인턴 생활을 시작한 '취업형 인턴'들에게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더욱 씁쓸하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6개월 남짓 청년 인턴으로 일한 김희진(가명·27) 씨. 그는 지난 인턴 생활을 '알바만도 못한 경험'이라고 회고했다. 대학 졸업 후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한 게 행정 인턴이었다. 그러나 그의 '취업 시계'는 6개월 유예됐을 뿐,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

"했던 업무요? 커피 타기, 복사하기, 잔심부름하기 정도?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거나, 책을 읽는 시간도 많았어요. 할 일이 없어 놀면서도 눈치는 보게 되고…. 이제 와서 가장 기억나는 건 각종 행사에 '박수 부대'로 동원된 것 뿐이네요."

이런 김 씨의 불만은 예고된 것. 청년 인턴제의 시행 자체가 급하게 추진돼, 업무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거나 대부분 단순 작업에 국한돼 있어서, 애초 정부가 약속했던 교육 훈련과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미비하다는 지적은 시행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의 연구 용역으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작성한 '이명박 정부의 청년 실업 정책 문제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를 보면, 154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행정인턴의 주요 업무는 △기관·부서 지원(49.4%) △홍보·행정 사업 지원(18.2%) △사무 보조(7.1%) △컴퓨터 및 전산 지원(1.3%) 등 단순 지원 업무가 80퍼센트에 이르렀다. 반면, △연구 지원(16.2%) △회계·예산 지원(1.3%) 등 경력을 쌓는데 다소 도움이 되는 업무는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 행정 인턴의 주요 업무 내용.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무엇보다 김 씨가 가장 속상한 건, 지난 6개월의 시간이 취업을 위한 '이력서 한 줄' 만큼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돈도 벌고 일도 익히려고 많이 하죠. 저 같은 취준생(취업 준비생)한테 행정 인턴은 자기 계발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되고, 무엇보다 취업할 때 전혀 도움이 안돼요. 지난 반 년 동안 놀았다고 하는 게 차라리 낫지, 행정 인턴했다고 하면 좋아할 기업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정부에서 하는 사업이라 높은 경쟁률 뚫고 들어왔는데…. 시간이 아깝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인턴제를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포부와는 달리, 각종 청년 인턴제가 단기성 비정규직만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지난 7월 조사 결과, "정부 산하 공공기관 중 인턴 사원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곳은 전체 166개 기관 중 4.2퍼센트인 7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신규 채용 시 인턴에게 가산점을 주는 곳은 46개(27.1%)에 그쳤다.

인턴 '두 번 울리는' 졸속 행정… 6개월 일해도 실업 급여 못 받는 사례 속출

이런 사정 탓에 중도에 인턴을 포기하거나, 계속 일하더라도 인턴제 자체가 단순히 돈을 버는 '아르바이트'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중간에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실업 급여를 받으며 다시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사례도 나온다.

그런데, 이들 행정 인턴의 실업 급여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6개월을 일했어도 실업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서, 안 그래도 고용 한파에 내몰린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것.

요즘 행정 인턴들이 모여 있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매일같이 실업 급여에 관한 질문이 올라온다. "A시청에서 6개월 일했습니다. 실업 급여 받을 수 있는지요", "계약을 연장하자고 합니다. 그만 두고 싶은데, 그럼 실업 급여 못 받나요?"라는 내용의 문의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게시판에 올라온다.

▲ 6개월을 일했지만,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하는 청년 인턴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실업 급여 지급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일했던 청년 인턴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프레시안
정부는 애초 청년 인턴제를 도입할 때 6개월을 일하면 이후에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6개월을 일하고도 실업 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실업 급여 지급 기준에 대한 혼란에서 비롯됐다. 현행 고용보험법은 실직 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일 때 실업 급여를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피보험 단위 기간'은 근무일, 유급 휴일 등 임금이 지급된 날을 합한 것으로 무급 휴일은 제외된다.

문제는 정부가 청년 인턴의 토요일 휴일을 '무급'으로 처리한 것. 청년 인턴들을 '일용직 근로자'로 판단해, 실제 근로한 날과 유급 휴일만을 '피보험 단위 기간'에 포함시킨 것이다. 따라서 6개월간 183일을 근무한 인턴의 경우, 토요일을 무급 휴일로 간주하면서 근무 일수가 158일로 줄었다.

고용 보험에 가입한 지 180일이 넘었어도, 무급 휴일인 토요일 날짜가 빠져 '피보험 단위 기간' 180일을 아슬아슬하게 채우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 인턴들의 계약 기간이 6개월임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실업 급여 지급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일했던 청년 인턴들에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혼란 때문에 심지어 실업 급여를 '줬다 빼앗는' 황당한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달 18일 홍희덕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행정 인턴·희망 근로에 종사했다가 실업 급여를 신청한 1874명 중, 이미 지급받은 실업 급여를 반납해야 하는 사람만 447명에 달했다.

이들이 반납해야하는 금액은 총 1억9000만 원 정도로, 대략 1인당 42만 원 씩이다. 일부 고용지원센터가 토요일을 무급 휴일로 따지지 않고 고용보험 가입 기간 180일을 기준으로 실업 급여를 지급했다가, 착오가 생기자 이를 다시 회수한 것이다.

청년 인턴들의 한숨…"정부, 실업 급여로 청년들 협박하나"

이뿐만이 아니다. 요즘 계약 만료를 앞둔 청년 인턴들은 계약 연장 제안을 받고서도 고민에 휩싸이고 있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역시 실업 급여.

부산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윤지형(가명·28) 씨는 계약 기간을 1주일 남겨 놓은 상태에서 1달간 계약 연장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윤 씨는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계약 기간을 11개월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약 기간을 1주일 남겨놓고 연장이라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연장을 해도 어차피 퇴직금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제안을 거절했다. 윤 씨의 경우, 일하는 곳에 결원이 생겨 일한 지 10개월 정도 되었기 때문에, 한 달을 더 채워도 퇴직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윤 씨는 퇴직금은 물론이고 실업 급여조차 받기 어렵게 됐다. 연장 제의를 거절했을 경우, '자발적 퇴사'로 처리돼 실업 급여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년 인턴제를 2010년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각 기관에서는 최근 계약 만료를 앞든 소속 인턴들에게 계약 기간을 연장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인턴 근무 연장을 거절할 경우, 6개월 이상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 기간 만료와 같은 '비자발적 실업'이 아니라, 계약 기간 연장 제의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거부한 '자발적 실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정 인턴으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업 급여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연장 제안을 받아들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시민단체 '청년유니온'이 전국의 고용지원센터에 전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30여 개의 고용지원센터 중 25개에서 연장 제의를 거절할 경우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지난 3일 시민단체 청년유니온 회원들은 청년 인턴에 대한 정부의 실업 급여 미지급을 규탄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프레시안

윤 씨는 "단순 업무에 지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어도 계속 인턴으로 일했던 이유는 바로 실업 급여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년유니온의 조금득 사무국장은 "청년 인턴들에게 예정에도 없던 계약 연장을 급작스럽게 강요하고 이를 거절할 경우 실업 급여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피해 사례를 종합해 해당 청년 인턴들과 함께 행정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턴'이 '리턴'될 때…안정적인 일자리 대책 사실상 '전무'

올해 초 정부가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해 내놓은 청년 인턴제의 규모는 총 7만7000여 명에 이른다. 청년 인턴제의 종류는 크게 행정 인턴, 공기업 인턴, 중소기업 인턴, 청년 공공근로 등으로 이들 중 3만여 명이 이달 중 계약이 끝나 구직 대열에 합류할 조짐이다. 지난달 말 계약이 끝난 인원까지 합치면 전체 수치는 6만여 명에 이른다.

일단 1만4000여 명의 행정 인턴들이 이달 안으로 계약이 종료된다. 처음엔 2만여 명 정도가 출발했지만, 이 중 6000여 명은 도중에 인턴을 그만뒀다. 행전안전부는 "중도에 그만둔 인턴 중 60퍼센트 가량이 취업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수치대로라면 행정인턴 2만여 명 중 1만6000여 명이 이상이 실업자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중소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청년 인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노동부 지원으로 3만7000여 명을 6개월 동안 채용했던 중소기업 청년 인턴제도 이달 중으로 대폭 줄어들고, 7000명과 1만 명을 채용했던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청년 인턴제도 12월을 기점으로 단계적으로 정리된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7.5퍼센트에 달했던 청년 실업률은 9퍼센트 대까지 증가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6만여 명의 '청년 인턴'들이 6개월 만에 '청년 백수'로 돌아오는 이 같은 상황은, 청년 인턴제가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체계적인 교육이나 취업 프로그램 없이 6~7개월 간 이들의 '실업' 딱지만 떼어 준 미봉책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단기 일자리만을 양산하는 정부의 청년 실업 대책으로 청년 구직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들에게 올 겨울은 '취업 한파'로 그 어느 때보다 추워질 전망이다. ⓒ뉴시스

사실 이 같은 대규모의 동절기 고용 한파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청년 인턴을 고용하고 있는 공공기관 중 이들 인턴 사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 계획이 있는 곳은 사실상 전무했다. 1만여 명의 인턴을 채용했던 공공기관의 경우, 지난달까지 계약을 대부분 끝냈으나 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인턴제와 같은 단기성 일자리는 최근 비정규직 고용 수치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과도 맞물린다. 지난 8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은 34.9퍼센트(575만4000명)로, 1년 전보다 1.1퍼센트 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수만 봐도 1년 전보다 5.7퍼센트(30만9000명) 증가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근로 계약 기간을 별도로 정하는' 기간제 노동자의 증가인데, 무려 45만 명이 늘었다. 이들은 주로 근속 연수 1년 미만으로, 특히 '공공 행정·국방 및 사회 보장 행정'(34만7000명) 분야에서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인턴과 희망근로 등 정부가 만든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공공 부문에서 저임금·비정규직·단순 노무직 일자리를 양산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올해 말까지 운영할 계획이었던 청년 인턴제와 희망근로사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희망근로 10만 명, 청년 인턴 5만 명, 사회서비스 14만 명 등 모두 65만 개 일자리를 새로 창출해 내년 상반기까지 운용한다는 방침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직접 일자리 창출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8000억 원 증가한 3조5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내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작 2010년 예산안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예산'을 한 푼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단 운영' 예산 3억 원도 전액 삭감됐다. '비정규직 건설 근로자 취업 능력 향상 프로그램' 예산도 100억 원 전액 삭감 돼 제 구실을 못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 불안에 대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청년 인턴들뿐이다. 이들에게 올 겨울은 '취업 한파'로 그 어느 때보다 추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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