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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제발 그냥 가만히 있어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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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제발 그냥 가만히 있어주면 안 되나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67> "일하고 또 일하겠다"는 말이 두렵다

자랑도 과(過)했고 거짓말도 과했다. 잘한 것은 자기 탓이었고 잘못한 건 '글로벌' 때문이었다. 올해 8·15 경축사에서 MB는 그랬다. 모든 지표와 지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이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했다.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는 등의 어려움은 글로벌 경제 위기 탓이라 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 첫 광복절인 2008년 8월15일 그는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중요한 국정지표의 하나로 선언했다.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현안인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중심국가로 간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주도한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GGGI)가 이제 국제기구로 출범했고, 국제사회의 항구적 재산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지난 몇 년 동안(MB가 취임한 이후를 말하는 듯하다) 더 큰 나라가 되었으며, 대한민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관계도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다르게, 실질적으로는 상당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뜻밖의 말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 거짓말이었다.

지금 잘 살게 되었다고 믿는 사람 없다. 서민 부담인 간접세의 폭발적 증가에서 보듯이, 부자감세로 생긴 부담 고스란히 민초(民草)들의 몫이 되었다. 그래서들 아우성인 것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체감경제 고통지수가 MB정권 들어 최악을 기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대선후보가 분석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고통지수는 평균 14.8로, 노무현 정부의 평균 13.3보다 1.5포인트 높다고 했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고안한 것으로, 실업률에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합한 값이다. 지수가 1포인트만 상승해도 국민의 경제상황은 심각히 악화 된다고 했다.

MB는 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의 상징 사업인양 국내외에 거짓말 해댔으나 그 4대강이 오늘날 어떤 모습이 되어 있는지는 다들 안다.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도 공식 출범은커녕, '주도국'이라는 대한민국조차 조약관련 비준 안이 국회에 접수되지도 않았다. GGGI가 공식 국제기구가 되려면 15개 회원국 중 3개국 이상이 국제조약을 체결해야 하나, 조약 체결한 나라 아직 하나도 없다고 했다. 결국 말짱 거짓말이었다.

남북관계에서도 미국과 북한이 계속 따로 만나고 다니는데도, 당사자인 우리는 팔짱끼고 구경이나 하고 있는 상태다. MB는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그랬다. 당장 2013년 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 하면서, 감세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율배반이요 모순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그렇다 치더라도, 올해 2012년 MB의 8·15 경축사에는 가슴 철렁케 하는 대목이 등장해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MB는 경축사 말미에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또 일 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여느 때 여느 대통령이 그렇게 말 했다면 미더움을 느끼면서 박수까지 보냈겠으나, 지금 이 시점에서 MB가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부담스럽다. 조마조마한 생각과 함께 두려움 까지 느껴진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는 지난해 11월 칼럼을 통해 MB에게 국정에서 손 뗄 것을 권유한바 있다. 대통령으로서 하고 있는 일이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정부의 '시스템'에 업무를 일임하고 그저 가만히 있어 주는 게 어떠냐는, 고뇌에 찬 충고였다. 그게 국익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내놓은 의견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또 일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은, 무슨 일 또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 축사를 하기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MB가 독도를 방문했다.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었다. 그리고는 일본과의 '갈등 도화선'에 뜨거운 불길이 댕겨졌다. 물론 대한민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토를 방문한 건 문제일 수 없다. 그러나 독도 문제는 그 동안 일본이 끊임없이 자기네 땅 임을 주장하고, 교과서나 방위백서에도 줄곧 그런 목소리를 실어 오던 터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 섬에 발을 디딘 것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도장을 확실히 찍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일대 '사건'이 되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환호했을 것이고, 일본 국민들은 극도로 '열'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 그래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다른 나라도 그럴 테지만 특히 일본은 꿈결에 옷깃만 스쳐도, 연고권을 따지기 전에 "거기는 우리 땅"이라고 우기기부터 할 만큼, '땅'에 대해서는 유별난 데가 있다. 일본이 대동아 전쟁을 일으킨 것도 밑바닥엔 '섬나라의 땅 욕심'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이 3개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독도는 역대 대통령이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섬이다. 그랬어도 독도는 우리가 여태까지 실효적으로 지배해 왔고, 지금도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영토다. 그 섬에 MB가 왜 갑자기 가게 됐는지 무척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분 좋아 했으나 사전에 냉철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 있었던 것 같다. 독도 방문 이후 에 빚어질 일본의 격한 반응은 충분히 예상 했는지, 그 이후의 대응전략까지 마련해 놓고 방문을 결행했는지도 궁금하다. 문제는 그런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데 있다.

이미 레임덕에 빠져있는 MB는 독도에 갔다 와서 '일왕의 사과'를 말했고,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대통령으로서 '안하는 게 좋을' 자극적인 이야기들까지 서슴지 않았다. '뼈 속까지 친미 친일' 소리를 듣던 지난날과는 전혀 다른 언행이었다.

독도 방문 후 그는 여야가 다 같이 반대한, 다른 사람도 아닌 현병철 씨, 국민의 83%가 반대한 그 사람의 인권위원장 연임을 재가했다. MB에게는 현병철 씨 연임에 대한 '집념'이 있었던 듯하다. 레임덕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무척 답답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병철 씨 연임이 쉽게 관철되지 않는 것을 자신의 통치행위가 방해 받는 '상징적 사안' 쯤으로 믿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현 씨의 연임을 재가한 것은 독도 방문 사흘 뒤였다. 여론의 흐름을 읽은 뒤 결심했을 것이다.

MB의 독도 방문 목적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레임덕과 관련해 그는 독도 방문에 승부수를 걸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의 대일외교 자세가 파격적으로 일관성을 벗어난 것을 보아도, MB가 노린 것은 레임덕에서 벗어나 국면을 전환시켜 보려 한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지닌다. 갔다 와서 그는 힘을 얻은 듯하다. 실제로 MB는 독도 방문 후 외부 일정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어찌됐건 MB는 이리 비틀했다가 갑자기 저리 비틀하는, 냉탕 온탕 식 외교행태를 보임으로서, '뼈 속 친일'이라는 비난까지 받던 한일관계를 180도 뒤집으면서, '긁어 부스럼'까지 만들어 놓았다. '독도사태'를 일으킴으로서 MB는 "독도는 분쟁지역"이라고 세계를 향해 악을 쓰고 싶어 하는 일본의 목표를 '친절하게' 도와준 꼴이 되었다. 한없이 혼란스럽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개념도, 일관된 전략도, 원칙도 없었다는 심각한 이야기가 된다. 그저 국익 따위는 따져보지도 않은,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얄팍한 계산만이 있었을 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새누리당에서 조차 '국민정서에 기대 감정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신중해야 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일본의 대응방식은 종전과는 달라 보인다. 독도사태와 관련해 한국 주재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고, 정상간 셔틀외교와 스와프 협정의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각료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해댔다. 그게 한국의 약점이라는 소리였을 것이다. 기분 나쁜 이야기다.

한국의 안보리 진출 저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조치도 논의 중이라 했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와는 별도로 일본정부는 독도가 일본 땅임을 주장하는 민간 활동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전방위적 '찝쩍거림'도 강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나라 국민들이 받게 될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이런저런 외교력 낭비도 우려되는 판국이다.

게다가 같은 영토 분쟁이라도 일본은 중국 쪽엔 고분고분하고 한국 쪽에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진 엊그제 센카쿠 열도 사태에서도 우리가 보았다. 힘이 약하면 쪽팔리며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게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통용되는 정글의 법칙이다. MB는 그런 것 다 계산해 볼 생각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965년 5월 미국에 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딘 러스크 국무장관에게 한일수교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독도를 폭파해 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명색이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역사의식이나 개념을 찾아볼 수 없는 소리였다. 그 박정희 씨의 딸이 지금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며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뛰고 있다.

박정희 씨의 '독도폭파' 발언 이후 반세기가 되어가는 지금, 독도를 놓고 MB도 일시적인 '레임덕 벗어나기'와 '국면전환'만을 노려 역사의식도 개념도 없는 '덜컥 수'를 놓음으로써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일하고 또 일 하겠다"는 그의 목소리가 더욱 두렵다. 그냥 가만히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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