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예멘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 중 440명에 대한 면접심사를 완료하고, 이중 영유아 동반 가족, 임산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용한다고 14일 밝혔다.
법무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보호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대상자들에 대해 1차 심사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23명 중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0~5세 2명, 6~10세 1명, 11~18세 7명 등 총 10명으로, 부모 등 보호자 없이 입국한 미성년자는 3명이다.
이들에게 부여된 체류기한은 1년이다. 앞으로 예멘 국가정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국가 정황이 좋아지면 체류허가가 취소되거나 더 이상 연장되지 않게 된다. 임시 체류 허가가 부여됨에 따라 이들 23명에 대한 제주도 출도 제한조치도 해제될 예정이다. 단, 이들이 국내 법질서를 위반할 경우에는 체류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인도적 체류허가란 난민법상 난민 인정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강제추방할 경우 생명, 신체에 위협을 받을 위험이 있어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즉, 인도적 체류자는 원칙적으로는 '난민 불인정자'다.
난민법 상 인도적 체류자에 관한 내용은 딱 한 줄이다. 난민법 제39조에는 인도적 체류자가 취업활동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만 규정돼 있다.
인도적 체류자들은 이 외에 생계비 지원이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없다. 의료서비스나 진학 등에 있어서도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보장된 수준의 처우를 받는 난민 인정자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인도적 체류자 역시 관련법에 따라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지만, 상당한 부담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이번에 결정된 인도적 체류자들의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취업활동 역시 어렵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체류밖에 없는, 단어상으로는 '인도적' 체류지만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지원은 없는 셈이다.
이번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이 나머지 400여명의 난민심사 대상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난민 인정에 부담을 느낀 당국이 일종의 절충안을 택한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무부는 1차 심사결정된 이들에 대해 △전문적인 심도 깊은 면접과 면접내용에 대한 사실조회 △테러혐의 등에 대한 관계기관 신원검증 △엄격한 마약검사 △국내외 범죄경력조회 등 엄정한 검증절차 등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인도적 체류허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들은 주로 본국의 내전이나 후티 반군의 강제징집을 피해 한국에 입국해 난민신청한 사람들로 난민협약과 난민법 상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 5대 박해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난민 지위는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남은 신청자들에 대해서는 추석 전에는 면접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무부는 마약검사, 범죄경력조회 등 신원검증 절차를 진행중에 있어 최종 심사결정은 당소 예상했던 9월말보다 늦어져 10월쯤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경우 나머지 난민심사 대상자 역시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성인 난민네트워크 대표는 "내전을 피해 고국을 탈출한 예멘인들의 경우 충분히 난민 인정 사유가 됨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체류 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도 부담이 되고, 다시 돌려보내는 것도 부담이 되니 이도저도 아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호택 피난처 대표는 "내전 자체는 난민 사유가 아니지만, 국가가 예민한 상황에서 정치적 의견이 엇갈리거나 징집을 피하는 등의 경우는 난민 인정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 부담을 느끼긴 할 것이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예멘 본국에 있는 가족들도 모두 국내로 들어오게 될텐데, 이 부분도 고려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난민네트워크·제주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도 이날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인도적 체류허가는 이름과 달리 인도적인 결정이 아니다. 취업 허가만 주어질 뿐, 4대 보험과 교육을 받을 권리, 자유롭게 여행할 권리가 배제된 것"이라며 "불안정한 상황 속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예멘 국적 난민들 모두에 대해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심사를 진행하고 이들을 신속히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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