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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누구를 '곁눈질'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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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누구를 '곁눈질' 한걸까?

[오홍근의 '그레샴 법칙의 나라']<65> 다음 사과 땐 자발성·진정성 보이라

참 싫었을 것이다. 어쩌면 흔한 말로, 죽기보다 더 싫었는지도 모른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도 남에게 고개 숙이며 "잘못했노라"고 사과 할때는 적어도 세 번은 망설인다고 했다. 게다가 이명박씨는 보통 대통령과는 달랐다. 500만 표 이상의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경제전문가'로, (사실이야 어쩔망정) 가장 도덕적인 정권이라 줄곧 호언해 왔다. 사과를 해야했던 원인 제공자들도 MB를 대통령 만든 멘토 최시중 씨와 형님 이상득 씨와, 수족처럼 부리던 박영준 씨와 대통령 부속실장 등 핵심 측근들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하며 나라를 좌지우지하던 거물들이었다. 모두 '경제문제'로 구속되었다. 그러나 최시중 씨와 박영준 씨가 구속된 게 지난 5월이었고 '형님'은 2주 전에 구속되었다. 그런데도 그들에 대한 대통령 사과는 이제서야 나왔다.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지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어서'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간단하게 발표문 읽고 그냥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사과는 싫더라도 빨리 그때그때 했어야 했다. 그때그때 국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줬어야 했다.
▲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연합

물론 청와대의 부속 실장과 '금괴 행정관'의 구속까지 '일괄사과' 하는게 '편리'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허지만 바로 그 때문에 "5회·5인분을 한 그릇에 담아 내놓았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바로 그 때문에 MB의 사과는 첫 번째 사과인 '촛불' 때처럼 진정성을 의심 받는다. 이번에 '5회분'을 한번으로 엮었는데도 MB는 어느새 여섯 번째 고개를 숙였다. 금년 1월2일 신년 특별 국정 연설에서 MB가 송구스럽다며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 잡아 보다 엄격하게 관리 하겠다"고 완곡하게 표현 한 것까지 포함하면 모두 일곱 번 사과한 셈이다.

지금까지 비리로 구속되거나 형사 입건된 처가·가신·안국포럼·인수위·서울시출신·청와대참모·6인회 등 친인척과 측근은 모두 30여 명에 이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친인척과 측근들이 비리로 적발될지 모른다. 어쩌면 MB는 가장 많은 친인척과 측근이 비리로 형사처벌되고, 가장 많이 사과를 하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비리 내용이 다 밝혀졌는지에 대해서도 MB 주변 사람들에게서는 개운치 않은 느낌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뇌물 액수로 볼 때 최시중 씨 8억 원, 박영준 씨 1억6000만 원, 이상득 씨 7억 원으로 되어있다. 청와대의 일개 행정관이 받은 금괴가 1억2000만 원짜리였다. 최시중·형님·박영준 씨가 받은 뇌물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으리라고 믿는 사람 단언컨대 거의 없다.

이 나라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민에게 사과한 건 김영삼 씨였다. 그는 1993년 12월 대 국민담화를 통해 우루과이 라운드에 따른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와 김대중 씨와 노무현 씨는 정책이 뒤틀리거나 친인척 비리 같은 사과 '거리'가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머리를 숙였다. 특히 노무현 씨는 인사 검증 문제 등 굳이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도 될 듯한 일에까지 수시로 인터넷을 통해 사과를 해, 회수로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과를 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세 명의 전직 대통령 모두 질질 끌며 진정성도 거의 느낄수 없는 MB와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까닭이 있다. MB의 그 같은 행태 밑바닥에는 무엇보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과 독선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가 사조직 네트워크를 깔아놓고 사설 정치판을 벌려온데에도 따지고 보면 그런 이유가 있다. 국민 섬기고자 하는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음이 이미 드러나 있다.

4대강 사업이나 언론 여론 조작에서 드러난 국민 깔보기나 국민 속이기, 만발한 측근 비리를 통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사조직들 특혜·이권 챙기기, 이런 것들이 모두 '탈'을 벗은 MB의 본 모습으로 떠올라 있다. 거기에는 뿌리가 있어 보인다. 많은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단 한번도 백성들에게 사과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우리 현대사의 몇몇 대통령들, 그들이 MB의 뇌리 속에 멘토가 되어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있다.

MB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언론들이 감히 '국부(國父)'라는 경칭까지 쓰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 씨부터 그랬다. 해방 후 반민특위를 강제 해산 시킴으로써 친일 청산에 재를 뿌리더니, 6·25가 터지자 대전으로 도망쳐 그곳에서 거짓말 방송을 녹음해 틀어댔다. "국군이 적을 물리치고 있으니 국민과 공무원은 정부 발표를 믿고 동요하지 말며, 대통령도 서울을 떠나지 않고 국민과 함께 서울을 지킬 것"이라 했다. 1950년 6월27일이었다.

이튿날인 28일 새벽엔 피난길에 오른 시민들이 겁에 질려 건너고 있던 한강 다리를 폭파했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났다. 대전에 모인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발표'를 의결하기까지 했으나 이승만은 사과를 거부했다. 1951년 위기에 처한 나라를 위해 전선으로 가겠다며 수십만 명의 민간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을 입히고 먹일 예산은 배정됐으나 지휘관들이 가로채 자기들 배를 채웠다.

그렇게 추위 속에서 못 먹고 못 입고 병걸려 죽은 사람들이 5만 명이라는 보도도 있고, 9만명이라는 보도도 있다. 이른바 국민 방위군 사건이었다. 이승만 씨는 국민 방위군 사령관이라는 사람과 함께 현장을 돌며 민간인들을 직접 만나고 격려하기도 했었다. 그랬으면서도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6·25 전란 중에 경남 거창 등 전국 곳곳에서 빨치산 토벌 중이던 군경이 빨갱이로 몰아 사살한 민간인이 100만 명에 이른다. 많은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 때도 이승만 씨는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로지 영구 집권을 위해 부산 정치파동과 사사오입 개헌 파동을 일으켰고, 3·15부정 선거에서 4·19에 이르는 동안 180여 명의 아까운 목숨들이 사살되었다. 그러고도 그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이 나라 일부 기득권층에서 지금도 국부라 부르는 이승만 씨는 그런 사람이었다.

1961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된 박정희 씨도 국민들 앞에서 겸손해 하거나 섬길 마음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3선 개헌과 유신과 긴급조치와 각종 비상조치는 모두 박정희 씨 개인의 영구 집권을 위한 것이었다. 자유와 인권은 짓뭉개졌고 죄 없는 사람들이 빨갱이로 몰려 무더기 사형을 당하기도 했다. 유신 반대 쪽의 저명한 학자였던 서울법대 최종길 교수는 중앙정보부 안에서 살해 되었다. 그의 딸 박근혜 의원은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 했으나, 그런 구국의 혁명은 지구상에서 없어지는 게 옳다.

박 의원은 처음에,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본) 분들께 사과를 드린다" 하더니, '산업화 과정'이 '유신과정'으로 바뀌고,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도 했다가 최근엔 '역사에 맡기자, 미래로 가자'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바꿔가고 있다. 그래도 5·16은 쿠데타다. 쿠데타는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되는게 옳다. 박정희 씨 개인의 영구 집권을 위해 자행되었던 쓰라린 이야기들과 그 피해자들의 아픔도 지워지지 않는 글씨로 당연히 기록되어야 한다.

전두환 씨와 노태우 씨가 손잡고 국권을 찬탈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얼마나 많은 돈을 긁어 담았는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전·노 두 사람은 어려운 형편에 처해서야 대국민 사과 성명을 냈다. 그러고도 전두환 씨는 떵떵거리며 사는 본을 보이고 있다.

어찌됐건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4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이 나라 현대사에 피의 족적을 짙게 남긴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사전에는 '사과'란 말이 없다. 그들의 재임 중 주변에서는 감히 사과라는 말을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들 모두 백성을 그만큼 우습게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MB는 줄곧 4명의 대통령들을 곁눈질 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런 그들이 일부 기득권층에 의해 따뜻한 눈길에 싸여있는 것이 문제다. 바로 그런 점에대한 바른 평가와 자리매김이 필요한 엄중한 시점이다. 이 다음번의 MB 사과에서는 자발성과 진정성이 켜켜이 쌓이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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