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KTX오송역 개명을 위한 여론조사 과정에서 리서치업체가 이장들을 통해 설문지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조사를 담당한 리서치업체가 용역을 발주한 청주시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이장들에게 설문지를 배포,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시가 엠앤엠리서치에 여론조사용역을 의뢰하며 내린 과업지시서에는 ‘개명에 대한 오송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행정절차 추진 시 근거자료로 활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과업내용은 만 19세 이상의 오송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대면면접을 통한 총 800부의 표본을 추출하기로 약정했다.
특히 용역지침에는 ‘모든 과업은 과업지시서에 의해 수행돼야 하고 명시되지 않은 사항도 필요한 서류를 작성·제출해 발주처와 협의·결정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11일 엠앤엠리서치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청주시와 협의를 하지 않고 이장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이장들로 하여금 대신 설문지를 받아오도록 함으로써 과업지시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지난 6일 청주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 당시 전체 설문지의 약 10% 정도를 이장들이 대신 돌려줬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보고서에는 872부의 설문지 중 약 41%인 340~360부 정도를 이장들에 의해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엠앤엠리서치는 이 같은 수치가 확인됐음에도 개명에 찬성한 76.7%의 주민 중 ‘청주오송역’으로의 개명에 찬성한 주민이 97.4%에 이른다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밝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1대 1 대면조사를 실시하기로 청주시와 약속하고 회사 측의 편리를 위해 이장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회수해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또한 지역안배를 위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할당표를 참고했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분석과정에서 뒤늦게 시 관계자에게 할당표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KTX오송역 명칭 개정 시민위원회(유철웅 위원장)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개명 작업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유철웅 위원장은 “오늘 위원회를 열고 개명 작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오송역 개명에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여론조사 재실시 등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송의 문제는 단순한 개명 차원의 접근 보다는 오송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그동안 충북도와 청주시 등 기관에서 방치하다시피 한 오송개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앞서 시민위는 지난달 28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간담회와 여론조사, 토론회 등을 거처 ‘청주오송역’으로 개명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최종 결론을 위해 7~8월에 엠앤엠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청주시 전역에서 75.6%가 찬성했고, 오송 주민들도 79.7%가 찬성했다고 발표했으나 여론조사가 편법으로 진행한 것이 드러나면서 사업의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대해 엠앤앤리서치 관계자는 “조사방법을 100% 지키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의혹과 논란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도와주신 이장님들과 주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원칙에서 벗어나 진행한 부분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주시 관계자는 “계약 위반의 경중을 따져 추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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