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국내 LPG 공급업체 6개사에 가격 담합 협의로 668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소비자단체 등은 공정위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한 SK에너지와 SK가스를 제외한 나머지 정유사들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담합행위 자진 신고한 SK 감면액 뺀 실제 징수액은 4093.5억
공정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LPG 수입사인 SK가스와 E1이 정보교환 및 의사연락을 통해 가격을 협의한 후 SK에너지ㆍGS칼텍스ㆍ현대오일뱅크ㆍS-OIL 등 정유사들이 수입사의 통보가격에 기초해 가격을 형성했다고 판단했다. 수입사의 가격결정업무 담당자 간에 전화나 모임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려는 의사연락을 취해왔고, 이 기간 동안 LPG 가격은 연평균 물가상승률의 약 3배인 9.3%씩 증가했다.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은 지난 7월 반도체칩 제조업체 퀄컴에 부과한 26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심사보고서에서 1조3000억 원의 과징금을 산정한 데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액수다. 2일 열린 전제회의에서 담합 관련 매출이 24조 원에서 21조 원으로 줄었고, 7%의 과징금 부과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데 부담이 따른 것으로 보인다.
SK에너지와 SK가스가 담합행위를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감면받은 것까지 계산하면 실제 징수액은 4093억5000만 원에 그친다. 제1순위 조사협조자인 SK에너지는 과징금 1602억 원을 100% 면제받았고 SK가스는 1987억 원의 과징금 중 50%인 993억5000만 원이 감경되었다.
시민단체 "환영…하지만 소비자 피해는 보상 받을 길 없어"
LPG 시장 특성상 가격 담합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정위의 제재가 내려진 데 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3일 논평을 내고 "지난 11월부터 끌어온 과징금 결정에 소극적이다가 뒤늦게나마 공정위가 해당 업체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지를 보여준 것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하지만 과징금은 부당이득 환수 성격만을 가질 뿐 소비자들의 피해 회복은 방치될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가 서민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거나 직접 가해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적ㆍ제도적 보완책을 즉시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LPG 가격 담합으로 인한 피해 당사자들을 모집하여 담합업체를 상대로 피해회복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시민모임도 같은 날 "공정위가 LPG 6개사가 지난 6년 동안 LPG 판매가격을 담합해 막대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환영한다"며 "LPG 6개사는 이번 공정위의 제재를 가슴에 새겨 다시는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 자진 신고한 SK에 눈총
한편 담합 사실을 신고한 2개 업체 이외의 수입사 및 정유사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격 담합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LPG 시장에서 공정위의 '의지'를 확인한 일부 업체가 담합을 인정해 과징금을 감경받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과징금을 부여받은 한 LPG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직접 근거로 삼은 임원 간 모임에 대해서도 각 회사 임원들이 그 자리에 없었다는 알리바이가 증명됐고, 자신 신고 업체가 증거로 제시한 가격결정 관련 내부 문서 역시 사후에 작성된 정황이 있었다"며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항의했지만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리니언시(담합 자진 신고)로 인한 담합 결정에 업체들이 이렇게 강력하게 반발한 적이 없었다"며 "퀄컴의 경우에도 몇 번의 회의를 거친 후 과징금을 부여했는데 이렇게 단 2번의 심사로 공정위가 담합 여부를 결정한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행정소송 등을 통해 과징금의 적정성을 따지겠다고 밝혔다.
SK에너지와 SK가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공정위의 의결서가 나오면 공식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이번 결정으로 LPG 가격 결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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