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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2018년 11월 오름학교

*11월 오름학교는 11월 23(금)-24(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2019년 1월 오름학교는 1월 25(금)-26(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가을은 <바람>과 <단풍> <억새>가 어우러지며 제주를 여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입니다. 사실 이맘때면 제주의 어느 오름이라도 가을의 정취로 넘쳐나지만 특별히 떠나는 가을이 아쉬운 곳이 몇 있습니다.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 11월은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특집으로, 가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몇 오름을 찾아가려 합니다.

▲억새는 부드러운 능선으로 가득한 제주의 오름들과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이승태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가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에 이어 11월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를 준비합니다. 손지오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 다랑쉬굴, 영주산, 서귀포치유의숲의, 잊지못할 환상적인 가을풍광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11월 23(금)-24(토)일 1박2일로 열립니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선생은 제주도를 다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곱 번째 책에서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는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의 말을 빌려 제주에서의 오름의 소중함을 설명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끈다랑쉬로 이어진 들녘. 온통 은빛 억새 천지다.Ⓒ이승태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11월,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오름학교가 문을 연 지 어느새 1년이 지났군요. 지난 해 늦가을 낯선 얼굴로 서먹서먹하게 인사를 건넨 우리는 제주의 서쪽 애월에 있는 궷물오름과 노꼬메, 족은노꼬메를 시작으로 제주에 흩어진 여러 오름을 오르내렸습니다. 손에 꼽아보니 거의 서른 곳이나 되어 놀랐습니다.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 철에 맞는 오름을 가려고 나름 애를 썼는데, 돌아보니 “여기 갈 걸!” “저기 갈 걸!” 아쉬움은 크기만 합니다. 속절없이 흐른 시간은 이제 제주의 새 가을로 우리의 발길을 이끄는군요.

▲다랑쉬오름에서 본 손지오름. 사면에 삼나무가 만들어낸 ‘X’자 모양의 띠가 선명하다. 왼쪽에서 올라 분화구를 한 바퀴 돈 후 다시 들머리로 내려선다.Ⓒ이승태

제7강 1일차 / 11월 23일(금)
감춰진 세 개의 분화구가 온통 억새바다
동부 억새트레킹 1번지 손지오름


가끔 억새의 원산지가 제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만큼 억새는 부드러운 능선으로 가득한 제주의 오름과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봄날의 붉은 동백과 샛노란 유채, 여름날 파스텔톤 수국이 제주의 컬러를 대표한다면 가을은 누가 뭐래도 억새와 단풍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억새는 제주의 가을을 대표하는 풍광입니다.

1000미터대 봉우리 일곱 개에 걸친 고산평원 영남알프스와 경남 창녕의 화왕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과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억새명소가 많지만 제주의 오름만큼 억새가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검고 붉은 화산토에 뿌리 내린 제주억새엔 제주의 바람이 퍼다 나른 제주의 향이 짙게 밴 것 같습니다. 억새가 어우러진 오름은 그래서 너무나 제주스럽습니다.

사실 가을이면 제주 어디서라도 억새가 아름답습니다. 제1강 때 찾았던 서쪽의 새별오름과 제3강의 따라비오름과 갑마장이 손에 꼽을 만한 억새지대입니다. 또 중산간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억새 때문에 차를 멈추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손지오름은 그 외형이 한라산을 닮은 한라산의 손자(제주어로 ‘손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옛 사람의 깊은 뜻은 헤아릴 길 없고 아무리 봐도 한라산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한자로는 孫子峰(손자봉), 孫岳(손악), 孫枝岳(손지악) 등으로 적습니다.

은하수를 품은 오름
오름의 높이가 255.8m에 오름 자체의 높이는 80m 남짓인 오름이지만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 드물게도 분화구 안이 온전히 억새로 가득한 곳입니다. 커다란 분화구는 부드럽게 이어진 크고 작은 세 공간으로 나뉘는데, 그 둘레를 따라 한 바퀴 돌며 길이 이어집니다.

이처럼 초지로 뒤덮인 손지오름엔 동쪽능선과 북쪽 사면을 따라 이으며 띠처럼 길게 삼나무가 심겨져 있습니다. 손지오름을 마주한 다랑쉬오름에 올라 이 모습을 보면 X자 밴드나 목걸이를 두른 것 같습니다. 이는 여러 오름 사이에서 손지오름을 구분해내는 독특한 특징으로 알려졌습니다.

들머리에서 억새숲 사이를 헤치며 손지오름 사면을 따라 오르다보면 주변의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가 손에 잡힐 듯 잘 보입니다. 두 오름 사이 멀리 종달리의 지미봉도 인상적입니다. 화구벽을 따라 도는 길은 완만한 세 개의 봉우리를 지납니다. 각 봉우리마다 더없이 좋은 전망대여서 송당리의 여러 오름들을 멋들어지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연이어지지만 높이가 조금씩 다른 세 개의 구덩이는 온통 억새 천지입니다. 바람이 불어 억새의 춤사위가 시작되면 이곳은 그야말로 은하수처럼 은빛 물결로 넘쳐나는 환상의 공간이 됩니다.

하산은 분화구를 한 바퀴 돈 후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서면 됩니다. 들·날머리를 지키는 후박나무 한 그루가 멋들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사유지인 손지오름엔 정식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지 않아 평소 때는 살짝 길이 사납기도 하지만, 가을이면 많은 이들이 억새를 보러 오기 때문에 길 사정이 좋습니다.

▲용눈이오름에서 본 다랑쉬오름.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을 가진 용눈이와 달리 다랑쉬는 가파르게 솟은 원추형이다.Ⓒ이승태

제주 오름의 랜드마크, 다랑쉬오름
어디서라도 당당한 자태를 보여주는 ‘오름의 여왕’


구좌읍 세화리에 솟은 다랑쉬오름은 어느 오름엘 갈까 문의하는 이에게 용눈이오름과 함께 가장 먼저 추천하는 오름입니다. 지질과 지형학적인 가치가 매우 높고 경관과 생태적 특성이 빼어나 제주 오름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적합해 오름의 랜드마크로 뽑힌 곳으로, ‘오름의 여왕’으로도 불립니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자면 다랑쉬는 용눈이와 함께 ‘오름 답사 1번지’ 같은 곳이죠.

오름 입구에서 능선까지는 다소 가파른 사면을 가로지른 지그재그형의 길을 따라 20분쯤 걸리고, 1500미터가 넘는 원형의 분화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는 30분이 필요합니다. 중턱쯤부터 숲이 사라지며 시야가 탁 트이고 주변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죠. 대부분의 오름들이 그렇지만 다랑쉬오름은 특히 손꼽히는 조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힘들게 능선에 오르면 우선 하늘을 향해 뻥 뚫린 분화구의 거대한 규모에 놀라게 됩니다. 오름의 분화구인 ‘굼부리’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분화구 둘레를 한 바퀴 도노라면 사방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지미봉, 은월봉, 말미오름, 성산일출봉, 소머리오름, 용눈이오름, 손지오름, 동거미오름, 백약이오름, 좌보미오름, 높은오름, 돝오름, 둔지봉, 묘산봉, 알밤오름, 체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 등이 황무지 같은 벌판과 어우러진 제주 동부지역의 거의 모든 풍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랑쉬의 꼭대기는 조선조 이름난 효자였던 홍달한(洪達漢)이 1720년에 숙종 임금이 돌아가시자 이곳에 올라와 단을 쌓고 분향하며 국왕의 승하를 슬퍼해 마지않던 망곡(望哭)의 자리기도 합니다.

▲다랑쉬오름 능선에서 본 지미봉. 그 너머로 희미하게 우도도 가늠된다.Ⓒ이승태

분화구 모습이 달을 닮아 ‘다랑쉬’
분화구 깊이가 115m로 한라산 백록담만큼 깊은 곳으로 유명한 다랑쉬오름 분화구 바닥은 옛날 다랑쉬마을 주민들이 콩이며 수수, 피 등의 농사를 지었던 밭으로, 주변에는 돌담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분화구 바닥을 살피다보면 백록담에서처럼 가끔씩 노루가 풀을 뜯는 모습도 볼 수 있죠.

오름은 현대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주변에서 사라져버린 자생식물을 만날 수 있는 자생식물의 보고로 그 가치를 주목받고 있는데, 다랑쉬오름에도 250여 종의 목·초본류가 살아가고 있다네요. 해발고도가 382m인 다랑쉬오름 분화구 능선의 서‧남쪽은 나무가 자라지만 대체적으로 초지대입니다. 오름 아랫자락을 따라서는 삼나무와 편백나무, 해송이 뒤섞인 숲이 무성하고, 탐방로와 정상부 초지대엔 세복수초와 각시붓꽃, 새끼노루귀, 산자고, 층층이꽃, 솔체, 절굿대, 당잔대, 한라꽃향유, 한라돌쩌귀, 야고 등 아름다운 우리 꽃들이 철따라 피고 집니다.

‘다랑쉬’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어서 그리 불려오고 있다는 주변 마을사람들의 설명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자 이름이 ‘월랑봉(月郞峰)’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다랑쉬오름 서쪽 화구벽 능선. 오른쪽 가운데쯤이 정상이다.Ⓒ이승태

어린왕자가 살 것 같은 신비의 공간
여왕의 거울, 아끈다랑쉬


다랑쉬오름을 마주한 동쪽에 가운데를 살짝 누른 찐빵 같은 모양의 아끈다랑쉬오름이 있습니다. ‘아끈’은 ‘버금가는 것’ ‘둘째 것’이라는 뜻의 제주어로, ‘작은다랑쉬’쯤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한자로도 ‘소월랑봉(小月郞峰)’입니다.

▲다랑쉬오름에서 본 아끈다랑쉬오름. 찐빵의 가운데를 살짝 눌러놓은 듯한 모양새다. 뒤로 은월봉도 보인다.Ⓒ이승태

다랑쉬오름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전체적으로 풀밭을 이루고 있으며, 다랑쉬오름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400m 떨어져 있죠. ‘오름의 여왕’으로 칭송받는 다랑쉬 옆에 동글납작한 모양으로 다소곳하게 자리한 아끈다랑쉬는 여왕 다랑쉬가 고이 모셔둔 거울 같습니다.

다랑쉬와 늘 한 세트로 여겨지지만 다랑쉬오름을 오른 이들 중 아끈다랑쉬까지 함께 찾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둘레가 600m쯤인 동그란 방석 같은 오름으로, 해발고도 198m, 오름 자체의 높이가 56m지만 굼부리의 깊이는 10m 남짓. 들머리의 오르막은 정식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지 않아 길이 편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올라보면 굼부리를 가득 덮은 억새가 감동적인 풍광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른쪽인 남서쪽이 가장 높으며, 그 부근에 억새에 둘러싸인 무덤 한 기가 한없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억새로 뒤덮인 둥근 동산을 산책하는 느낌은 무척 특별합니다. 예서 바라보는 다랑쉬의 모습도 색달라 이래저래 매력적인 아끈다랑쉬입니다.

▲갯무꽃이 만발한 들녘 뒤에 우두커니 자리한 봄날의 아끈다랑쉬. 다랑쉬굴로 가다가 본 모습이다.Ⓒ이승태

사라진 다랑쉬굴과 다랑쉬마을
이 평화로운 땅도 피하지 못한 4‧3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2018년은 수많은 제주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간 ‘4‧3사건’이 발생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곳 다랑쉬오름 부근에도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다랑쉬오름 들머리를 지나 들녘으로 조금 더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한 그루의 팽나무 아래에 서 있는 빗돌을 보게 됩니다.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라는 이름의 빗돌은 이곳이 4‧3사건으로 사라진 한 마을의 터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열 집 남짓에 40명쯤의 주민이 살았으나 모두 불타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 마을에서 동남쪽으로 300m쯤 떨어진 중산간 들녘 밭 사이에 ‘다랑쉬굴’이 있습니다. 이곳 굴에서 1992년 4월에 아이 한 명과 여성 세 명이 포함된 시신 11구가 발굴되었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부근 해안마을인 하도리와 종달리의 주민들로, 4‧3의 참화를 피해 이곳에 숨어 살다가 1948년 12월 18일 토벌대에 굴이 발각되며 집단희생을 당했습니다. 이날 군‧경‧민 합동토벌대가 굴속에 수류탄 등을 던지며 나올 것을 종용했지만 나가도 죽을 게 뻔한 상황이어서 주민들이 응하지 않았고, 결국 굴 입구에 피운 불로 인해 질식되어 죽어갔습니다.

가족의 희생소식을 전해 들었으나 당시 사체를 수습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유족들은 발만 동동 굴렸다고 합니다. 이 다랑쉬굴은 잃어버린 마을을 조사하던 제주4‧3연구소 회원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수습된 희생자 유해는 한줌의 재로 변해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그 후 그들이 사용하던 솥과 단지, 그릇 같은 유물들을 굴속에 그대로 남긴 채 입구를 콘크리트로 봉쇄했습니다.

▲다랑쉬굴. 지금은 폐쇄되어 굴 입구가 막혀 있다. 뒤로 용눈이오름 능선이 보인다.Ⓒ이승태

제7강 2일차 / 11월 24일(토)
500년 도읍지의 안산, 영주산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면 행운아!


몇 해 전 영주산을 처음 올랐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가슴 속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잔디로 가득한 목장지대의 언덕을 기분 좋게 올라 찾아간 영주산은 일대의 조망은 물론, 후덕한 산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이 산은 신선이 살았다는 곳으로, 예부터 영산으로 우러러서 ‘영ᄆᆞ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속시원히 알려진 바가 없으며, 한라산의 또 다른 이름이 영주산인 것을 감안할 때 그만큼 중요하고 귀히 여겼던 오름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영주산 오른쪽 오름길. 정상부에 닿기까지 잔디가 깔린 언덕이 이어진다.Ⓒ이승태

해발고도 326.4m, 오름 자체의 높이는 150m쯤으로 주변에 경쟁할 만한 다른 오름이 없어서 들판에서 우뚝 솟은 느낌을 줍니다. 양끝을 둥글게 붙여놓은 크루아상을 닮은 외형이 가부좌를 튼 군자의 풍모를 느끼게도 합니다. 탐방로 대부분이 풀밭으로, 험하지가 않아 걷는 즐거움이 매우 좋습니다. 남동쪽으로 트인 굼부리를 끼고 발달한 굵은 등줄기 능선을 따라 탐방로가 이어집니다. 원형인 탐방로여서 출발지점에서 양쪽 어디로 가도 좋으나 동쪽인 오른쪽으로 올라 남쪽인 왼쪽으로 내려서는 게 일반적입니다. 정상이 가까워지며 길엔 통나무 계단이 길게 이어집니다.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디며 하얗게 변한 통나무계단이 영주산과 잘 어울려 보입니다. 이 일대가 살짝 가파르지만 힘들 정도는 아닙니다.

홀로 우뚝한 영주산이어서 사방 조망의 아름다움은 말이 필요 없습니다. 동쪽으로 모구리오름과 유건에오름을 지나 도드라진 성산일출봉이 멋들어지고, 서쪽으론 수없이 많은 오름들 뒤에 우뚝한 한라산이 언제나 그렇듯 장관을 이룹니다. 동남쪽 벌판엔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익숙한 제주풍광이 자리합니다.

▲영주산 오르다 본 동쪽 풍광. 오름이 겹쳐진 끝에 깎둑머리의 성산일출봉이 도드라졌다.Ⓒ이승태

북쪽 아래엔 얼마 전에 만든 인공저수지인 ‘성읍저수지’가 눈길을 끕니다. 서쪽으론 조선시대 정의현의 도읍지였던 성읍마을도 보입니다. 지금은 제주의 옛 민가의 특징을 잘 간직한 성읍민속마을이 들어서 있죠. 성읍마을이 잘 보이는 영주산 서쪽 사면엔 선정으로 칭송이 자자했던 정의현감 강만식(康萬埴)의 묘가 있다고 합니다. 신성한 산으로 여겨지던 영주산은 일대에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었습니다.

다시 걸어볼 영주산이 기대됩니다. 가을날 영주산이 열어둔 이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행운입니다.

서귀포치유의숲
제주를 대표하는 숲 종합병원


회색 콘크리트 더미에 갇혀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신록의 샤워를 즐길 수 있는 숲이란 자체로 힐링이고 그 숲으로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로망일 겁니다. 제주도내 최초 치유의 숲으로 조성된 ‘서귀포치유의숲’은 ‘숲을 찾는 사람 모두가 산림치유의 대상’이라는 모토 아래 2016년에 개장했습니다. 국내는 물론 제주를 찾은 외국인에게도 제주도 숲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리고 있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간입니다.

서귀포시 호근동의 산록남로 중간 해발 320m~760m의 17ha(헥타르) 공간에 들어선 서귀포 치유의 숲은 난대림과 온대림, 한대림의 다양한 식생이 골고루 섞여 있습니다. 특히 평균수령 60년을 넘는 전국 최고의 편백숲이 수두룩해서 최근 많은 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삼나무숲이 인상적이다. 치유의 숲 중간쯤에서 만날 수 있다.Ⓒ이승태

인근 치유 마을인 호근동과 연계해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차롱치유 밥상’도 맛볼 수 있으며, 마을 힐링해설사와 산림치유지도사가 동행하며 제주의 원시 숲에 대한 해설도 들을 수 있습니다.

치유의 숲 끝에는 시오름(758m)도 있어서 연계해 다녀오면 온전한 숲에서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1시간쯤의 숲해설 코스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제주의 원시 숲이 간직한 놀라운 자연의 비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 제7강은 2018년 11월 23(금)~24(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1월 23일(금)>
08:5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교통편 예약은 빠를수록 혜택이 많다고 하니 참고하시고,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7강 여는 모임. 참가지 확인과 인사 나누기
09:00 버스 탑승, 손지오름으로 이동
-손지오름 도착, 트레킹
-손지오름 하산 후 식당 이동(점심식사)
-다랑쉬마을과 다랑쉬굴 탐방
-아끈다랑쉬오름 트레킹
-다랑쉬오름 트레킹
-다랑쉬오름 하산, 식당으로 이동(저녁식사 겸 뒤풀이)
-숙소 이동(밧돌게스트하우스, 다인실)

<11월 24일(토)>
08:00 아침식사(송당리식당)
-영주산 트레킹
-영주산 하산, 식당(서귀포) 이동
-점심식사
-서귀포치유의숲 힐링코스 산책
-치유의숲 출발, 1100도로 또는 평화로 경유
16:00 제주공항 도착, 해산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답사 지도Ⓒ오름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등산복·등산화·배낭(제주의 특별한 바람에 대비해주세요^^), 스틱(건강을 위해 쌍으로 준비), 무릎보호대, 방수방풍의, 모자, 선글라스, 장갑, 수통, 우의(+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여벌양말),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필기도구, 신분증(항공탑승용. 반드시 지참하세요!)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꼭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오름학교 11월'를 찾으시면 기사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18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름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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