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토록 하는 형법개정안을 3일 발의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법원은 폭행, 협박에 공포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거나 수치심에 구조를 요청하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해 강간죄 성립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 사건을 다룬 1심 재판부가 "내심에 반하는 상황이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이후, 정의당은 비동의 강간을 처벌토록 하는 개정안 발의를 예고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안 전 지사 사건을 다룬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성폭력이 행사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판결"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성적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형법 제 32장 '강간과 추행의 죄'는 '성적 자기 결정권 침해의 죄'로 변경된다.
이 의원은 "안희정 1심 재판부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권리가 아니라 개인이 보유할 것으로 기대되는 능력으로 왜곡했다면, 이 개정안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또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간음과 위계‧위력을 수단으로 하는 간음 두 가지 경우에 처벌토록 하는 기존의 강간죄를 ▲저항이 곤란한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죄 ▲폭행‧협박에 의한 강간죄 ▲명백한 거부의사 표시에 반한 강간죄로 세분화해 처벌토록 했다. 기존의 추행죄도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과 명백한 거부의사 표시에 반한 추행으로 구분해 처벌토록 했다.
또한 개정안은 형량이 낮아 대부분 약식 재판으로 진행되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추행의 경우 현행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5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강간이 사전적 의미로 동의 없는 강제적 성관계를 지칭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는 정확한 표현이 될 수 없다"며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진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강간죄의 하나로 처벌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러면 성관계를 할 때마다 물어봐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피해당사자에게 커다란 수치심과 절망감을 안겨주는 범죄이지 그 무슨 무용담이나 자랑거리가 아니다"며 "'동의가 없다면 성관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법은 남성 기득권에 갇힌 사법부에 의해 미투 운동이 좌초하는 것을 막고, 보다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자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라며 "안 전 지사 개인이나 그가 속했던 정당을 향한 정치적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되며, 철저히 '여성 인권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형법 개정안은 당초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발의를 준비했던 법안으로, 이 의원의 개정안에는 정의당 소속 의원 5명과 김현아, 소병훈, 우원식, 유은혜, 장정숙 의원이 함께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