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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 부동산 기득권은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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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 부동산 기득권은 정의로운가?

[기고] 부동산 보유세 강화에 저항하는 이는 누구인가

참여정부 당시 뼈저리게 경험했지만, 불로소득 중에서도 부동산 불로소득은 정부가 애초부터 차단하거나 환수해 사적으로 전유되는 몫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정부가 그런 정책적 노력을 해태하거나 방기해 단기간에 부동산 자산이 급등하면, 급등한 부동산 자산의 소유자들은 그게 불로소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획득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정부가 뒤늦게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잡으려하면 급등한 부동산 자산의 소유자들은 정부가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간주해 강력히 저항한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를 끌어올리고, 박원순 시장은 강북 개발을 철회해야

이렇게 되면 정부는 부동산이 없는 시민들의 하늘을 찌를 듯한 원성에 더해, 가격이 급등한 부동산을 소유한 시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봉착한다. 진퇴양난에 사면초가, 설상가상에 점입가경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인데, 내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가 지금 바로 그런 처지에 놓였다.

박근혜 정부 중반부터 불어온 투기 광풍의 에너지와 부동산 불로소득을 탐하는 욕망의 쓰나미가 얼마나 가공할 힘을 지녔고, 끈질기며, 비이성적인지를 간과한 채 보유세를 생략한 어설픈 정책조합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려 한 문재인 정부의 무능력과 무의지는 아무리 비판받아도 부족하다. 타오르는 욕망의 바다에 휘발유를 부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생각이 미치면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후회는 먼저 오지 않고, 어리석음은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시장을 직시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 가장 긴절한 건 전염병처럼 번지는 투기심리를 진정시키는 정책적 결단을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일한 방법은 시장이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의 보유세 로드맵을 시장에 투사해 시장참여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대수익률을 무참히 꺾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즉각 강북 개발 계획을 취소해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옳다.

86세대와 강남좌파의 양보와 인내 없이 개혁은 불가능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를 급격히 끌어올리려 할 때 필연적으로 봉착할 수 밖에 없는 문제는 전술(前述)한 것처럼 근래 가격이 급등한 부동산을 지닌 소유자들의 격렬한 저항이다. 이들은 주로 강남벨트(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그리고 판교 및 분당 등의 신도시에 거주하며, 아주 많은 수가 86세대 혹은 강남좌파에 해당할 것이다. 비록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진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른바 명문대를 나오고, 좋은 직장과 직업에 종사하며, 상위 20%의 평균소득인 연봉 1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고, 서울 및 신도시 요지에 30평형대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한 채 정치적 올바름(사회경제적 올바름과는 다르다)과 윤리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 말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지지층의 근간이며 중핵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 해결 및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대규모 증세 등을 비롯한 발본적 사회경제적 개혁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위 20%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86세대와 강남좌파의 양보와 인내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유세 등을 급격히 끌어올리면 86세대와 강남좌파의 세 부담이 증가하는건 물론이거니와 이들이 지닌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상위 20%에 해당하는 86세대와 강남좌파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정말 풀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재벌과 지주들에게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귀착시키고,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으로는 정의롭고 지속가능하며 평등한 대한민국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재벌과 지주들이 부당하게 누리던 기득권을 가장 많이 사회에 돌려줘야하겠지만, 이미 기득권 블럭의 일부가 된 86세대와 강남좌파도 기득권 중 일부를 내려놓아야 한다. 재벌-지주 동맹을 악으로 설정하고 반대항에 86세대-강남좌파를 놓는 것이 86세대와 강남좌파에겐 마음 편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86세대와 강남좌파도 기득권을 넘치도록 누리고 있다. 그게 서늘한 진실이다.

나직히 호명해 본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 시민사회진영의 총아 박원순 시장, 학생운동의 아이콘 임종석 실장, 혁명을 꿈꿨던 옛 사노맹의 맹원 조국 수석 등. 이들이 권력을 잡았는데도 상위 20%를 제외한 한국사회 절대다수의 현재적 삶은 핍진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교살당하고 있다. 이것이 정녕 86세대와 강남좌파가 꿈꾸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란 말인가? 문재인 정부와 86세대 및 강남좌파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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