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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없이도 결선투표제 도입 가능하다"

[시민정치시평] 2012년 대선부터 결선투표제 도입을

두 주 전, 바로 이 지면에 "2012년 대선부터 결선투표제 도입하자"라는 글을 올렸었습니다.(☞관련기사 보기) 글을 올린 입장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읽혔는지, 또 읽은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였습니다. 트위터에서 '결선투표제'를 검색어로 하여 찾아보니 당초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최근에 있었던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접한 경험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몇몇 분들은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좋겠다.'라고 하면서도 '개헌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어렵지 않겠나.'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도의 도입 필요성만을 강조하다보니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의 문제에 대한 언급을 충분하게 하지 못한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초 글을 올린 입장에서 이런 의구심 내지 궁금증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이 마땅한 책임일 것이기에 다시 글을 올립니다.

결론적인 의견부터 밝히자면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위하여 개헌을 할 필요는 없으며, 단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만을 개정하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개헌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것이므로 관련 헌법조문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67조이고 각 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② 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
③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
④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
⑤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위 조항중 제②항 때문에 현행 헌법 아래에서는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 의구심과 궁금증의 이유였습니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보입니다.

첫째는, 제2항을 '제1항의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1인인 때에는 그 자를 당선자로 하고」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라고 읽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라고 전제하는 경우입니다. 그럴 경우 「최고득표자가 1인인 때에는 그 자를 당선자로 하고」라는 삽입부분 때문에 1차투표에서 최고득표자가 1인임에도 불구하고 과반수를 넘지 않는 경우 상위득표자 2인을 후보자로 한 2차투표를 실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결선투표제도는 헌법위반이란 것으로 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은 조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문자를 근거없이 삽입한다는 점에서 명시된 조문에 충실할 것을 요청하는 해석의 제1기본원칙인 문리해석에 위반하여 올바르지 않습니다.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라는 문구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제67조 전체의 구조 속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여야 할 것입니다. 제67조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표출된 국민의 민주화 요구를 반영한 핵심조항입니다.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간선으로 선출하던 기존방식을 폐기하고 국민이 직접 선출하자고 하는 주권자의 의지를 구현한 조항입니다. '간선철폐, 직선쟁취'의 조항인 것입니다. 이점에서 제67조의 핵심은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라고 규정하는 제1항입니다. 국민에 의하여 선출하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로 하여야 하며, 구체적인 방식은 국회가 법률로 정한다(제5항)라는 것이 제67조의 골간인 것입니다.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인 범위와 한계내에서 국회에 대하여 대통령선거방식을 구체적으로 형성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 제67조의 의미인 것입니다. 그러면 제2항은 어떤 이유에서 필요로 된 것일까요. 그것은 다수인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에서 실재로는 거의 발생하는 경우가 없지만 논리상으로는 있을 수 있는 득표동수(得票同數)로 말미암아 당선자를 결정할 수 없는 예외적인 사태가 발생하였을 경우의 대비수단인 것입니다. 따라서 제2항에 대하여 예외적 대비수단의 의미를 넘어서서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에 대한 어떤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헌법제정권자인 주권자가 국회에 부여한 '대통령 선출방식의 형성권한(제5항)'에 대한 침해로 귀결되어 오히려 위헌적인 해석이 되는 것입니다.

헌법학자 김철수, 권영성, 허영, 성낙인, 장영수의 헌법교과서에는 이 부분이 어떻게 해석되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어떤 학자도 제67조 제2항에 대하여 국회의 법률에 의한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금지한 조항이라거나, 상대다수대표선거제(단순1위대표제)를 헌법상의 제도로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지 않습니다. 허영 교수는 현행 상대다수대표선거제는 공직선거법 제187조를 근거로 한 제도라고 해석하는 방법으로 현행의 대통령선거방식이 헌법상 제도인 것은 아님을 간접적으로 표명하고 있으며, 권영성 교수는 현행 헌법 규정 아래에서는 '단순 다수로 대통령 당선자가 나올 경우도 있어 문제가 있다.'라는 해석을 통하여 현행 헌법 규정은 상대다수대표제뿐만 아니라 절대다수대표제 방식의 입법 모두 가능한 포괄적인 규정이란 태도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상대다수대표제 방식인 국회의원 선거방식에 관하여 그것이 선거에 관한 헌법원칙인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에 위반하여 위헌이며 절대다수대표제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헌법재판사건(헌법재판소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이 있기도 한 점을 고려할 때 제67조 제2항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금지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민주적 선거제도에 관한 일반통념에 비추어 과잉의미부여라고 판단됩니다.

국회가 제67조 제5항으로 부여받은 권한에 근거하여 1차투표에서 최고득표자가 과반수를 넘지 않는 경우, 상위득표자 2인을 후보자로 한 2차투표를 실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결선투표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의 위헌성에 대한 판단은 제67조의 핵심조항인 제1항의 한계를 준수하는 것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인데, 결선투표제가 국민의 대통령 선출권을 침해하거나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선거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제67조 제1항의 근본정신은 대한민국 대통령 권력의 형성에서 국민의 직접적 지지의 확인이라는 민주적 정당성 이 요청된다는 것이고, 단순1위제 방식보다 결선투표제가 민주적 정당성에 더욱 부합한다는 것이 정치학자, 법학자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고 보면, 결선투표제는 위헌이기는커녕 오히려 합헌성이 더 높은 수준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여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경우 제2항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경우'가 있을 수 없다는 가정아래 제2항과 결선투표제는 양립불가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에 의할 경우 결선투표제의 도입은 양립불가한 헌법 제67조 제2항의 존재로 말미암아 위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1위제 선출방식에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으로 되는 사태를 이론적으로 대비하여야 하듯이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경우에도 결선에 오른 2인의 후보자가 득표동수(得票同數)로 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며, 따라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경우에도 제2항은 반드시 필요한 조항인 것이지 양립불가한 조항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텍사주의 웹스터(Webster)시에서 행하여진 선거에서 결선투표에 오른 2후보의 결선 득표수가 동일하여 주사위를 굴려 더 높은 숫자가 나온 후보자를 당선자로 인정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대통령 당선자의 결정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주사위 굴리기방식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인 점에서 제2항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 보기)

이상과 같이 67조 제2항은 이론적으로만 있을 수 있는 득표동수(得票同數)의 우연을 대비하고자 하는 기술적 규정인 것이지 국민의 대통령선출방식 자체를 정하는 조항이 아닌 한편 결선투표제와도 조화되는 규정이란 점에서 동 조항이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위헌으로 만들 근거로 될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위 제2항은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는 경우를 정하는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그 적용범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적용범위를 넓혀 국회에서 대통령이 뽑히는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은 대통령 간선을 폐지하고 직선을 실현하고자 하는 제67조의 정신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단순1위제 보다는 결선투표제가 대통령직선제의 정신에 더 부합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제도'와 관련한 위헌논쟁의 경과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제도'는 종래 직업법관이 주재하던 형사재판에 관하여 일반국민이 참여해서 사실판단과 법적판단을 법관과 함께 하는 제도입니다. 이의 도입과 관련하여 우리 헌법 제27조 제1항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은 위 조항에서의 법관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국민의 재판참여는 위헌 아닌가 여부, 또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국민의 형사재판참여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게 되어 위헌 아닌가 여부 등의 논란이 많았습니다. 논의 초기 헌법학계에서는 헌법을 개정하여야만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였고,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위헌을 주장했었습니다. 그러나 논의가 진전되어 가면서 '법관에 의한 재판이란 무엇인가', '독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종래의 습관적인 인식들이 깨어졌습니다. 법관이 주도하고 책임을 지는 재판이면 '법관에 의한 재판'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재판참여는 허용되어야 한다, 독립이란 다른 권력기관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축소해서 해석해야지 주권자인 국민에게서까지 독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현재는 누구도 위헌이라고 의심하지 않으며 제도의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에서 단순다수제 이외에는 우리는 경험이 없습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출에 관하여도 단순다수대표방식 이외의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경험의 부재가 '모든 공직선거는 단순다수대표제로 하는 것이 헌법상의 제도이다.'라는 고정관념을 형성하게 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논의를 해나가면 고정관념은 해체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참여제도의 경과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정당대표나 노동조합 대표, 각종 협회의 대표 등 비공직의 선거를 할 때에는 결선투표제가 일반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공직선거에서만큼은 단순다수제 이외의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 금년 대통령선거에서의 결선투표제 도입논의는 공포의 고정관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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