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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프로그램 전문 PD가 동물살상 프로그램을?"

임순례 등 멧돼지 사냥 프로그램 '헌터스' 제작 중단 촉구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야생 멧돼지를 사냥해 개체수를 줄이겠다는 기획 의도로 오는 6일부터 방송 예정인 신설 프로그램이 시민단체의 질타를 받았다.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를 비롯한 17개 환경·동물·생명관련 시민단체 관련자와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은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밤'의 신설 코너인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의 제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가운데는 '카라'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날아라 펭귄>의 임순례 감독도 있었다.

임 감독은 "며칠 전 신문에서 '헌터스' 소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라 긴급히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예능 프로가 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멧돼지 살상에 대해 MBC 측이 경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임 감독의 '긴급 연락'에 '헌터스 폐기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시민단체 관련자들은 "'헌터스'는 환경부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멧돼지 정책에 편승한 프로그램"이라며 "동물 사냥을 생태계 조절이라는 미명 아래 합리화한다면 아이들의 생명관이 왜곡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도출되고 있는 멧돼지 개체 수 증가 문제는 사람들이 저지른 생태계 파괴행위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헌터스'의 '생태구조단'이라는 명분이 부적절하다고 일갈했다.

"'공익 예능' 대명사 김영희 PD에 실망"

'헌터스'는 이휘재, 김현중, 박준규 등 스타들이 야생에서 멧돼지를 잡는다는 내용으로 '양심 냉장고',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등 공익성을 강조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김영희 PD의 작품이다. 제작진은 "멧돼지 수가 적정 개체수의 네 배를 넘어섰고 이로 인해 지난해에만 56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헌터스'를 통해 "멧돼지의 생태를 추적하고 환경 파괴에 처한 농촌의 실상"을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대한민국 생태구조단 헌터스!'를 총괄 기획하는 김영희 PD ⓒ뉴시스

대책위는 '공익 예능 프로그램'의 대명사 격인 김영희 PD와 프로그램 제작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잡은 멧돼지는 양로원 및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내 모두 먹을 것"이라는 김 PD의 이전 발언을 문제삼고 "그의 휴머니즘이 오직 인간만을 향한 것임을 공언했다"고 했다. 또 "멧돼지를 마취총으로 잡은 뒤 119에 넘기겠다"는 수정된 발언에 대해서는 "마취총 들고 멧돼지를 상대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새총만 든 채 야생동물 앞에 선 모습"이라며 "위험천만한 즉흥적 발상"이라 비난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방송이 동물을 직접 살해하는 장면을 방송하는 수준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주말에 가족들이 보는 시간대에 학살하는 장면을 내보내면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인식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멧돼지 살육행위 중단" 환경부에 요구할 것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헌터스' 뿐 아니라 환경부의 멧돼지 개체수 조절 정책 그 자체다.

대책위는 "멧돼지에 대한 제대로된 조사와 인도적인 개체수 조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며 환경부가 최근 멧돼지의 개체수를 조절한다는 명목으로 발표한 '도심출현 야생 멧돼지 관리대책'이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관리대책이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환경부가 논의했다는 동물전문가는 사냥전문가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정우식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헌터스'와 환경부의 대응방식에 대해 "생명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21세기 화두라 할 수 있는 생명평화의 세계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김 PD는 일부 언론을 통해 "'헌터스'는 멧돼지 포획을 목적으로 하지 사냥해 사살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피 흘리는 장면은 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직 방송이 되지 않았는데 (대책위가) 기획의도와 프로그램 취지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교육적인 방향으로 제작됐으니 일단 방송을 본 다음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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