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는 7월 16~25일 사이에 전국 대학생 527명을 대상으로 시행했으며 '현재'와 '5년 후'의 '삶의 만족도'를 100점 만점으로 물었다. 한국CSR연구소는 지속가능바람 대학생 기자단과 공동으로 2008년부터 대학생 행복도를 조사하고 있다.
대학생 행복도 지속적으로 감소
대학생의 행복점수는 2012년 75.2점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14년(72.39점), 2016년(68.6점)에 이어 2018년(67.02점)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3년, 2015년, 2017년에는 조사가 시행되지 않았다.
대학생 행복도는 처음 조사를 시행한 2008년에 조사기간 전체를 통틀어 최고점인 75.9점을 기록한 후 서브프라인 사태의 영향이 본격화한 2009년에 70.4점으로 급락한 뒤 2010년(72.1점), 2011년(71.6점)에 조금씩 회복되다가 2012년(75.2점)에 2008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그러나 이후 세 번의 조사에서 행복점수가 계속 떨어져 2016년에 전체 조사기간 중 처음으로 70점 아래로 하락한 뒤 연속해서 60점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청년 실업률은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5년 후 삶에 대한 기대치도 하락했다. 대학생들이 예상한 5년 후 행복점수는 73.04점로 현재 행복도보다 5점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 점수는 2014년 조사의 현재 행복도(72.39점)와 크게 차이가 없다. 4년 전 당시 대학생의 행복도가 현재 대학생의 미래 행복도와 비슷한 셈이다. 한국CSR연구소 안치용 소장은 "행복도는 개인들의 주관적인 반응을 모여 사회적인 지표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행복도에서는 특별히 시계열상의 변화가 중요하다"며 "현재 행복점수와 5년 후 기대치를 종합했을 때 현재 대학생들의 삶은 '퇴행적'인 희망 부재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과 행복은 비례, 그러나 일정 소득 넘으면 영향 주지 않아
소득 수준과 행복은 통념대로 일정 수준까지는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 750만 원 미만 구간까지는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점수가 높아졌다. 하지만 가구 소득이 750만 원이 넘어가면 행복도와 소득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가구 소득이 150만 원 미만인 대학생의 행복점수는 54.59점으로 최저이다.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최고 행복도를 보인 600만~750만 원 미만 대학생(70.45점)과 약 16점 차이가 났다. 가구 소득 300만 원 미만 집단(61.68점)과 600만~750만 원 미만 집단을 비교해보더라도 약 9점 차이가 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년 후 행복점수 역시 가구 소득 150만 원 미만인 대학생(68.04점)에서 가장 낮았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소득을 넘어가면 소득이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750만~900만 원 미만(69.23점)에 비해 900만 원 이상(66.75점)의 행복 점수는 오히려 하락했다. 가구 소득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소득과 행복의 비례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관한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교수의 연구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교수는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연구에서 연봉 8500만 원 이상에서 행복감 상승이 멈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8500만 원까지는 수입에 비례해 행복감이 높아지지만, 그 이상의 소득은 행복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이다. 안치용 소장은 "연봉 8500만 원을 월 소득으로 환산해 보면 약 700만 원으로, 디턴 교수의 연구 결과는 가구 소득수준 750만 원 이상부터 대학생 행복도가 증가하지 않는 이번 조사 결과와 상응한다"고 말했다 .
여학생 행복도, 남학생보다 낮다
행복도에 관한 세계적인 연구에서는 대체로 여성의 행복도가 남성보다 높다. 그러나 한국 대학생 집단에서는 2012년부터 여학생의 행복도가 미세한 차이로 남학생 행복도보다 낮게 관측되고 있다. 올해 조사도 마찬가지다. 여학생은 66.05점, 남학생은 67.67점으로 1.62점 차이가 난다. 2016년도 조사에서 여학생(67.99점)와 남학생(69.08점)의 차이는 1.09점이었다. 여학생과 남학생의 행복도 격차가 커진 것이다. 올해 조사에서 5년 후 (예상) 행복도 또한 남학생(73.45점)보다 여학생(72.42점)이 낮다.
안치용 소장은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최근 몇 년 높아진 여학생들의 젠더의식이 이 같은 성별 행복도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조금 더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행복한 1학년…가장 불행한 2학년과 '5학년'
대학교 1학년은 가장 행복한 학년이지만, 정규 과정인 4년을 초과해 재학 중인 '5학년'과 2학년은 비슷한 점수를 보이며 가장 불행한 학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1학년의 행복점수는 70.74점으로 가장 높았다. 평균(67.02점)보다 3.72점 높다. 하지만 5년 후 삶의 만족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68.44점으로 답했다. 다른 학년과 달리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자신의 행복도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5학년' 행복도는 휴학생을 제외한 전 학년에서 가장 불행한 점수(64.91점)를 보였다. 유례없이 높은 청년 실업률 가운데 취업전선에 내몰린 '5학년'생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수치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현재 행복점수와 달리 5년 후 행복점수는 78.4점으로 다른 학년 대비 가장 높았다.
'5학년'을 제외한 1~4학년의 정규학년 중 2학년(65.01점)은 가장 불행한 학년으로 기록됐다. 그동안 진행된 전체 조사에서도 2학년은 대체로 가장 '불행한' 학년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이 모 씨(서울대 2년)는 "대학에 입학하고 성인이 되었다는 해방감에 마냥 좋기만 했던 신입생 때와는 달리, 2학년이 된 올해부터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휴학생의 행복점수 60.3점으로 전체 대학생 중 가장 낮다. 가장 높은 행복도를 보이는 1학년과 10점 이상 차이가 난다.
행복은 취업률 순이 아니잖아요!
신조어 '인구론(인문대 학생의 90%가 논다)'이 나올 정도로 인문 계열의 취업이 어렵지만, 인문학과의 행복도는 71.09점로 전공별 행복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위를 기록한 자연과학/공학/의학 계열 학생(66.88점)보다도 4.21점이 높다. 2014년 조사에서 인문학과가 최하위를 기록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 모 씨(숙명여대 2년)는 "문과 중에서 상경계열은 취직 때문에 해당 과를 선택한 것에 비해 인문학 계열은 비교적 자신의 꿈을 좇아 온 사람들이 많다"며 "어차피 학과를 불문하고 취직률이 낮으니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행복도가 더 높은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독어독문학과을 전공하는 염 모 씨(한양대 4년)는 "과거와 다르게 점점 사람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고, 국어국문학과 신 모 씨(경희대 4년)는 "<알쓸신잡> 등 인문학 붐이 일어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종교를 기준으로는 '종교 없음'이라 대답한 대학생의 행복도가 66.22점으로 종교별 행복도에서 가장 낮았다. 이들은 5년 후 행복도 답변(72.03점)에서도 최저 점수를 보였다. 개신교를 믿는 대학생의 행복점수가 70.29점으로 주요 종교 가운데 가장 높게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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