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금태섭·정춘숙 의원과 홍미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25일 서울 역사박물관 앞에서 시민단체 '헌법 앞 성평등'이 주최한 집회에 영상·서면 발언을 보냈다. 이 집회의 의도에 대해 주최측은 "불법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에 보다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으나, 공권력은 이런 여론에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신속한 영장 발부 △안 전 지사 무죄판결 등 '성별 편파수사·판결'로 화답하는 실정"이라며 "사법행정 당국에 성차별 없는 법 집행을 요구"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춘숙 의원은 서면 연대발언에서 "여성들이 오랜 기간 심각한 폭력에 시달려 왔지만 가해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편파 수사'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과 범죄에 대해 (여성의 피의자였던) '홍대 몰카 사건'처럼 강력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젠더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정의와 인권이 살아있음을 알려줘야 한다"며 "여성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는 여성과 남성이 대립하는 성별 갈등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가부장적 사회 구조와 성차별적 제도에 반대하고 평등·정의의 새 가치를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홍미영 전 의원(전 인천 부평구청장)은 "사법·정치·행정이 퇴행적이고 후진적인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며 "안 전 지사 판결은 오히려 성폭력·불평등의 길을 터주는 꼴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금태섭 의원도 주최측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서지현 검사 이후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 전반에 번졌고 오랫동안 존재했던 악습과 싸우며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으나, 여전히 편파적 수사·기소·재판 등 모든 사법 절차에서 여성들은 부당한 대접을 받아왔다"며 "법원이 가해자 중심 시각에서 성폭력을 다뤄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금 의원은 검사·변호사 출신이다.
금 의원은 특히 "(법원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인 남성에게 너그러웠다"며 "법원은 '저항'을 피해자가 입증하도록 요구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법 절차에서는 최소한의 피해자 보호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검찰이 요청한 재판 비공개 요청을 받아들지지 않고, 심리 과정에서 사건 본질과 관계없는 피해자 사생활이 여과없이 공개됐다. 가해자·피해자를 한 공간에 두고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금 의원은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에 대한 재판이 돼야 한다.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밝힌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이번 판결로 미투 운동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금 의원은 "'몰카'(불법촬영) 사건도 마찬가지"라며 "최근 한 '여초'(여성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 '서울대·연대 화장실 몰카' 게시물이 올라오자 경찰은 즉각 수색에 나섰는데,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남성 몰카를 수사하지 말라는 게 아니지만 (그 동안) 무수히 많은 게시판에 '여대 탈의실 몰카' 등 게시물이 수없이 올라왔을 때 경찰은 무엇을 했느냐. 신속 대응하고 피해자를 보호했느냐?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분노하는 지점은 여기"라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같은 날 <한겨레> 지면에 실린 기고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법원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누가 죄형법정주의와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포기하자고 했나"라며 "우리의 주장은, 가장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기초로, 너무나 분명한 현실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안 전 충남지사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금 의원은 글에서 "피해자에게 우리 법원은 '담배를 피고인의 방문 앞에 두고 텔레그램으로 방문 앞에 두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만 했어도 담배를 가져다주는 업무는 지시대로 수행하되 간음에는 이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질책을 하고 있다"며 "짧지 않은 법조 경력으로 확신하건대, 출장 중에 부장판사가 호텔 방으로 담배를 가져다 달라고 했을 때 문 앞에 두고 갈 수 있는 강심장의 평판사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현직 도지사의 여성 수행비서가, 새벽 2시에도 담배, 맥주 심부름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 직원이, 호텔 객실 앞 바닥에 담배를 놓아두고 '지사님, 담배는 밖에 두었으니 가져다 피우세요'라고 문자를 보낼 수는 없다"는 당연한 지적이다.
그는 "법원은 또한 사건 이후 피해자의 행적도 문제 삼는다"며 "피해자의 행적을 하나하나 따져 묻는 법원은, 이상할 정도로 가해자의 진술에 관대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적어도 법원이 가해자에게도 피해자에게 던진 것과 똑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애정에 의한 성관계였다면, 왜 피고인과 피해자는 단 한 차례도 식사를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혹은 정이 담긴 문자를 주고받은 일이 없을까? 어떻게 피고인은 동료와의 사적인 대화에서 피해자와의 애정관계를 감지할 수 있는 단서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을까? 애정관계라면 7개월 동안 단 4차례의 성관계를 갖고, 그나마 모두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졌을 뿐 피해자가 제안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을까? 왜 법원은 너무나 이상해 보이는 이런 '애정관계'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을까"라고 따져물었다.
지난 25일 집회에는 여당 의원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온 외에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 등 원외 야당 정치인도 참여했다. 신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말만 '페미니즘 정부'라고 해놓고 행동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절반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를 중심으로 꾸려진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연대 발언문을 보냈고, 이 발언문은 집회 사회를 맡은 배우 김꽃비 씨가 대독했다. 공대위는 "재판부는 피해자가 생존을 위해 한 업무들을 '피해자로서 이상한 행동'이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총 13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는 '불편한 용기' 주최 혜화역-광화문 집회와는 달리 참여 대상에 성별 제한을 두지 않았고, 남성들도 다수 참석했다. 단 고(故) 장자연 씨 사건을 이유로 조선일보사 계열 언론사의 취재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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