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사 사열을 옹호한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군사, 군부 쿠데타 세력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읽힐 소지가 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의원은 1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 사열을 받은 데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 재판 상에서 이런 처벌을 받았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도에 복권시켜주지 않았나"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5.16에 대해서도 "역사적으로 시간이 흐른 이후에 그것이 결론적으로는 구국의, 국익의 혁명일 수 있다"고 옹호했다.
이같은 발언과 관련해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했는지 믿기지 않는다. 새누리당 방해 세력, 박근혜 방해 세력이 왜 이렇게 많은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개인의 발언에 코멘트 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부담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도 이날 전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육군사관학교가 신중하지 못한 처사를 했다고 평가하고 싶고 전두환 전 대통령 또한 육사 생도들 앞에 참여하는 것이 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아직도 많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고 다시 한번 생생하게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며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처신이 모두에게 다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 시절 정책위부의장을 맡아 총선 과정을 함께 뛰었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박 전 위원장과 이공계 출신 정치인 모임 등을 함께 하고 있다. 친박 색채가 강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한 의원이 5공 정권을 옹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박근혜 전 위원장이 '과거 이미지'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는 것이다.
당내 인사들의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식 입장도 "야당의 정치 전술"로 일축하는 것 뿐이었다.
김영우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야당의) 다양한 공격에는 공통점이 엿보인다. 유신과 5공, 하나회 등 민주통합당이 활용하는 공격의 수단은 모두 과거라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이 연대 보증을 서 준 통합진보당발 종북주의 논쟁과 임수경 의원, 최재성 의원, 이해찬 대표의 북한 인권 문제 막말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현실을 과거를 통해 타개해 보려는 전술"이라고 폄하했다.
반면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은 이같은 흐름과 관련해 "역사가 지금 거꾸로 돌고 있지 않느냐 생각이 되고, 단순한 해프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이 사태는 박근혜 의원이 기관사가 돼서 몰고 있는 새누리당이라는 기관차에는, 5.16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얘기하는데 5.16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에 대한 복권만이 아니라 5.17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5공 세력에 대한 복권까지도 그 열차에 실려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갑제가 극찬한 한기호는 누구?
육사 31기로 5군단장을 지냈던 한 의원의 과거 이력도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1952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한양공고를 거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제1군 사령부 작전처장, 육군 보병 제5군단장, 육군 교육사 사령관을 지낸 뒤 전역했다. 전역하자마자 한나라당에 입당, 북한 천안함 공격대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다.
그는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 부활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인물로 현직에 있으면서 국군 통수권자인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공공연히 비판했었다.
극우 논객 조갑제 씨는 지난 2010년 한 의원이 보궐선거에 도전하자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정통 군 엘리트가 전역하자마자 국회의원으로 출마, 당선됐다. 그는 좌파 정권 시절에도 늘 북한군을 북괴군으로 부르고 김정일 정권을 주적으로 공언하는 등 햇볕정책이 군대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애를 썼다는 평을 듣는다"고 칭찬을 늘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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