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당일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이 기무사 계엄문건 의혹을 수사하는 민군 합동수사단(합수단)에 포착됐다.
조 전 사령관이 당시 관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수단은 계엄문건 작성 배경에 조 전 사령관 '윗선'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등에 따르면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이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청와대를 방문한 출입기록을 확보해 방문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청와대에 의결서가 전달되면 국군통수권은 즉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넘어가게 된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이 이날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방문과 그 이후 행적은 계엄문건의 작성 목적을 밝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합수단은 보고 있다.
탄핵소추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 29일 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라며 조기 퇴진 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당시 여권에서도 '4월 퇴진·6월 조기대선'을 제안이 나왔다.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데다 조기퇴진 의사를 이미 밝힌 대통령을 기무사령관이 만났고, 그 이후 계엄문건 작성 준비가 본격화한 것은 문건 작성의 배경에 '윗선'과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게 현 여권 안팎의 시각이다.
합수단은 다만 조 전 사령관의 청와대 방문을 내란예비음모 혐의와 곧바로 연결시키는 데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탄핵소추 가결일에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출입 내역이 있다고 해서 그 사실이 바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수단은 우선 당시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낸 장모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탄핵소추안 가결일을 전후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상황을 파악 중이다.
합수단은 계엄문건 작성의 배경을 밝히는 데 조 전 사령관의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현재 미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자진귀국을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는 "여권 무효화 등의 강제귀국 조치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본인의 협조 의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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